|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수원의 가용인원은 20명선이다. 중앙 수비수 곽희주는 다쳤고, 중앙 미드필더 선수들은 숨이 턱끝까지 밀려 올라올 정도로 힘들다. 시-도민 구단이 보면 많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세 마리 토끼를 잡기엔 버겁다.
수원은 정규리그 3위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70%를 넘는 홈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4위와 3위는 천양지차다. 3위를 하면 6강 플레이오프와 준 플레이오프(6강 플레이오프 승리시)를 모두 홈에서 치를 수 있다.
문제는 과밀 일정이다. 지난 19일 ACL 알사드(카타르)와의 1차전 후 4일 밖에 못 쉬고 23일 광주 원정경기를 치러야 한다. 곧바로 27일 새벽 0시(한국시각)에 벌어지는 알사드(카타르)와의 ACL 4강 2차전 원정경기다. 돌아오자마자 시즌 최종전인 제주와의 홈경기(30일)를 맞는다.
어차피 더블 스쿼드는 그림의 떡이다. 수원 관계자는 "선수들의 정신력만 믿고 있다. 이미 한달째 계속되어온 강행군으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지쳐있다. 남은 3경기에 올시즌 농사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경기여서 광주전에는 주전 전원이 투입된다. 이들은 그날밤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이동한 뒤 인천공항을 거쳐 카타르로 날아간다. 회복 훈련도 없이 장거리 비행, 시차와 싸운다.
알사드 원정도 만만찮다. 알사드의 어처구니없는 더티 플레이로 1차전을 홈에서 0대2로 졌다. 유혈이 낭자했던 난투극으로 수원 선수들은 몹시 흥분한 상태다. 적반하장격으로 알사드는 페어플레이를 주장하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알사드 홈팬들이 수원 선수단에 엄청난 야유를 보내고 심하면 물리력 행사도 할 수 있다. 불편한 원정이지만 수원의 통산 세번째 아시아 최강팀 등극을 위해선 이 또한 넘어야 한다.
계속되는 불행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는 절박감도 수원에는 또 다른 부담이다.
FA컵 우승을 오프사이드 오심(주심 인정)으로 날렸다. 수원이 요구한 재발방지와 공개사과가 받아들여진다고 해도 승패가 바뀌진 않는다. 여기에 곧바로 구단 사상 초유의 유혈 난투극까지. 이 와중에 관중 난입 책임으로 후속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