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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母 눈물 "축구만 한 우리 딸, 왜 당해야 하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10-19 14:20 | 최종수정 2011-10-19 14:21


◇문소리. 스포츠조선DB

"축구 밖에 하지 않은 우리 아이가 왜 이런 경우를 당해야 하나요".

17일 새벽에 찾은 동대문시장은 찬 바람 속에서도 보따리 장사꾼들의 활발한 움직임에 열기를 띠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2010년 독일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위를 이끈 골키퍼 문소리(21)의 어머니 백정아씨(43)도 끼어 있었다. 백 씨는 동대문의 한 상가에서 의류와 벨트 도매업을 하고 있다. 매일 저녁 7시에 출근해 밤을 꼬박 새고 다음날 새벽 5시께 귀가한다. 귀가길에 절에 들러 딸의 성공을 기원하는 불공도 잊지 않고 있다.

백 씨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문)소리가 더 이상 엄마 욕 먹여가면서 운동하기 싫다고 하면서 모든 것을 밝히기로 결심했다"고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소리가 '나만 없어지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라. 더 이상 참고 있기 힘들어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했다.

문소리는 지난 7월부터 소속팀인 WK-리그 서울시청 숙소에서 나와 있는 상태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5순위로 서울시청과 1년 계약을 맺었다. 여자 월드컵 3위의 성적을 올리는데 일조한 선수가 받을 만한 순번은 아니었다. 문소리는 자신의 실력을 탓하면서 1년 뒤에는 과연 내가 5순위의 실력인지 증명해 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차가운 시선 뿐이었다. 서울시청 사령탑인 서정호 감독은 문소리를 데려가겠다는 여자 대표팀 소집 공문이 날아올 때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실력도 없는 것 같은데 왜 대표팀에서 자꾸 부르냐, 혹시 돈을 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축구협회 윗분들이 네 이야기를 자주 하면서 내게 잘 가르치라고 하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냐, 누가 뒤를 봐 주는 것이냐'는 말도 했다. 참다 못한 문소리는 '우리 어머니가 새벽 장사를 하시면서 나를 뒷바라지 하는데 누구에게 줄 돈이 있겠는가'라고 반박했지만, 마음의 상처는 고스란히 남았다. 이후에도 문소리의 훈련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운동할 마음이 있거든 다시 돌아오라'며 선수단에서 내쫓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문소리의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일이 터졌다. 6월 한 차례 재활을 마치고 팀에 복귀한 문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서 감독의 허락을 받고 외출했으나, 돌아온 것은 "평생 들어올 생각 말라"는 차가운 답변이었다. 문소리는 "밤 늦게 귀가해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다음날 갔을 뿐"이라면서 "전화도 드리고 승낙도 받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그런 말을 들었다. 이후 팀에 찾아가고 문자나 전화도 했으나 만나주지 않았다. 결국 짐을 싸들고 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백 씨는 "서 감독은 찾아간 자리에서도 우리 딸이 돈을 주고 대표 선수가 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서 감독은 '언론에서 띄워줘서 태도가 좋지 않아졌다'는 말까지 하더라. 팀 복귀를 부탁해도 '본인이 싫어서 나가놓고 이제와서 어쩌란 거냐'고 하더라"며 울먹였다. 백 씨는 "제2, 제3의 문소리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철저히 밝힐 것"이라며 법정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문소리는 19일 스포츠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경찰 측의 신원조회 여부에 대해 "스폰서사(르꼬끄)에서 계약금으로 입금한 금액의 단위가 커 은행에서 확인차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팀에서는 마치 내가 죄를 지은 것인양 몰아가며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문소리 측의 주장을 반박해오던 서 감독 측은 "문소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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