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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32·전북 현대)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이름을 불렀지만 쏜살같이 믹스트존을 지나갔다.
이제 이동국 카드를 깨끗이 접을 때가 됐다. 이동국은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다. 조 감독도 이동국을 데리고 있을 경우 마음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UAE전 도중 팬들은 이동국을 연호했다. 이동국을 빨리 출전시켜라는 또 다른 압력이었다. 벤치에 앉은 조 감독은 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동국의 마음이 불편하고, 이동국을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 조 감독마저 고민거리라면 답은 하나다. 이동국을 빼고 A대표팀을 꾸리면 된다. 이동국을 추가 발탁하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동국은 조커가 아닌 선발에 어울리는 선수다. 소속팀 전북에서도 붙박이 선발이다. 이동국은 자신을 철썩같이 믿어주는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경쟁이 치열하고 확실한 믿음을 주기 어려운 A대표팀에선 이동국의 심리상태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팀의 핵심이다. 이동국이 대장 노릇을 하지 않지만 모든 선수들이 이동국을 '키 플레이어'로 인정한다. 하지만 조광래호는 그렇지 않다. A대표팀 감독은 한 사람에게 힘을 실어줘서도 안 되는 자리다. 조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이동국 보다 좀더 나이가 어린 지동원 같은 선수의 미래를 좀더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이동국을 위한 특별한 배려는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다.
또 A대표팀은 전북 처럼 이동국과 그 주변 선수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조광래호의 주축 선수들이 박주영 지동원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이동국과 함께 한 시간 보다 훨씬 많다. 최전방 세 명의 공격수가 쉼없이 움직이는 '제로톱 시스템'에 익숙한 상황에서 이동국이 들어와 포스트 플레이를 한다고 잘 맞을 수가 없다. 한국 선수들은 조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압박을 가해도 경기를 매끄럽게 풀어내질 못한다. 1년3개월 만에 합류해 후배 선수들과 낯선 이동국에게 좋은 찬스가 많이 돌아갈 수가 없다. 이게 이동국과 현 A대표팀이 처한 상관관계다. 한국은 다음달 UAE, 레바논과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원정 두 경기를 갖는다. 서로 상처를 더 받기 전에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하는게 좋지 않을까.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