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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수, 찔러주는 패스가 상당히 날카로워."
스물세살의 이현승은 벌써 프로 6년차의 중고참이다. 자칭 '스피드광'이라는 이 선수, 모든 것이 빨랐다. 일찍이 프로 무대의 뜨거운 스타덤도, 냉혹한 슬럼프도 이미 다 겪어낸 몸이다. 수원공고 출신으로 고2때 프로무대에 입성하며 '제2의 박지성'으로 주목받았다. 대통령배 대회에서 최강희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2006년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최연소 골(17세4개월) 기록을 22년만에 경신했고, 최연소 도움 해트트릭(18세4개월), FIFA클럽월드컵 최연소 출전-최연소 골(17세11개월)을 기록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선 기성용 이청용 박주호 신영록 신광훈 이상호 박현범 등 역대 최강의 멤버들과 발을 맞췄다. "실력도 갖춰지기 전에 쏟아진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2010년 FC서울 이적 후 출전 기회 부족, 훈련 소홀 등의 이유로 슬럼프를 겪으며 만개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프로선수들의 로망인 초호화군단 서울에서 겨우 3경기를 뛰었다. 올 시즌 임대선수로 '기회의 땅' 광양에 내려온 건 오로지 많이 뛰기 위해서다. 올시즌 16경기에서 전남의 주전 미드필더로 나섰다. 5월7일 수원 원정에서 기록한 역전골은 이후 전남의 3연승을 이끌었다. 시즌 중반 상승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련은 소년을 자라게 했다. "지난해 이후 축구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축구도시 광양은 공에만 전념하기에 천혜의 환경이다. 피끓는 젊음답게 노는 것도 중요하다. "예전같으면 두세번 놀 걸 요즘은 한번 놀거나 아예 안논다"고 했다. 올시즌 이적한 수원 출신의 이운재 형이 클럽하우스 바로 옆방에 산다. "운재형이 맨날 괴롭혀요"라는 볼멘소리엔 즐거움이 묻어났다. 수원 수문장 당시 열일곱의 이현승에게 최연소 골을 허용한 악연이 6년만에 즐거운 한솥밥 인연으로 이어졌다. 서울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젊은 전남의 분위기가 만족스럼다. 1년 임대 신분이지만 전남이 원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모든 것이 빨랐던 '축구영재' 이현승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밋밋했죠"라며 웃는다. 쟁쟁한 동기생들에 비해 해외진출도, 태극마크의 꿈도 늦어졌지만 한번도 그 꿈을 놓은 적은 없다. 22일 오전 발표된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예선 A대표팀 엔트리에 이현승의 이름은 없다. "이용래 윤빛가람 김정우 등 미드필더 자원이 많아 당장은 어렵겠지만 지켜볼 만한 선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조 감독의 시선은 이현승의 꿈에 다시 불을 지폈다. 주전 미드필더로서 당장의 목표는 소속팀 전남의 6강행이다. "6강은 승점 45점 내외에서 결정날 것 같다. 남은 8경기에서 4경기를 잡아야 한다. 마지막이 포항, 전북전이니까 음… 그 전에 6경기에서 4경기를 잡으면…." 승리를 위한 계산과 각오는 이미 끝난 것으로 보였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