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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지만 이별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연봉(500만유로, 약77억원)을 이적료(4000만유로, 약 616억원)에 보태가며 친정 바르셀로나행을 갈망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24)도 아버지 같은 아르센 벵거 감독과의 이별 앞에서 감정이 복받쳤다. 할 말을 미처 하지 못해 "모든 것에 감사한다(Thanks for everything)"는 문자를 띄웠다. 8년 스승과 제자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던 지난 2003년 벵거 감독의 눈에 띄어 아스널과 인연을 맺었다. 열여섯 소년이 스물넷의 남자로 성장한 8년의 세월, 무려 7시즌을 아스널에서 보냈다. 그 사이 파브레가스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아스널의 주장으로 성장했다. 파브레가스는 16일(한국시각) 아스널과의 고별 인터뷰에서 "지난 금요일 벵거 감독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감정이 복받쳤다. 내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다. 내 축구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인 8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소년이 남자가 됐다. 축구에서 절대적인 모든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고 했다. 아스널 구단에게 벵거 감독과 끝까지 함께 갈 것까지 충고하는 '오지랖 멘트'까지 선보였다. "아스널이 잘되기 위해서는 벵거 감독의 지휘하에 있어야 한다. 벵거 감독은 최고다. 모든 사람이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파브레가스와 8년을 함께했다. 그와 매일 함께 한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큰 기쁨이었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가 돈 때문이나 아스널을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자란 고향팀에서 뛰고 싶은 절박함이 컸기 때문이다. 위대한 선수, 내 마음속엔 세계 최고의 선수인 세스크, 행운을 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