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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레가스-벵거 감독 8년 동행 '아름다운 이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8-16 15:06 | 최종수정 2011-08-16 15:12


8년여의 아스널 축구인생을 마감하고 친정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아스널 주장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진 캡처=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제아무리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지만 이별 앞에서는 누구나 숙연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연봉(500만유로, 약77억원)을 이적료(4000만유로, 약 616억원)에 보태가며 친정 바르셀로나행을 갈망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24)도 아버지 같은 아르센 벵거 감독과의 이별 앞에서 감정이 복받쳤다. 할 말을 미처 하지 못해 "모든 것에 감사한다(Thanks for everything)"는 문자를 띄웠다. 8년 스승과 제자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파브레가스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던 지난 2003년 벵거 감독의 눈에 띄어 아스널과 인연을 맺었다. 열여섯 소년이 스물넷의 남자로 성장한 8년의 세월, 무려 7시즌을 아스널에서 보냈다. 그 사이 파브레가스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아스널의 주장으로 성장했다. 파브레가스는 16일(한국시각) 아스널과의 고별 인터뷰에서 "지난 금요일 벵거 감독에게 작별인사를 하는데 감정이 복받쳤다. 내게는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다. 내 축구 인생에서 만난 최고의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가 없었다면 나는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의 3분의 1인 8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소년이 남자가 됐다. 축구에서 절대적인 모든 것을 이곳에서 배웠다"고 했다. 아스널 구단에게 벵거 감독과 끝까지 함께 갈 것까지 충고하는 '오지랖 멘트'까지 선보였다. "아스널이 잘되기 위해서는 벵거 감독의 지휘하에 있어야 한다. 벵거 감독은 최고다. 모든 사람이 그를 존경한다"고 했다.

사실 두달 반 넘게 질질 끌던 이적협상에서 '애제자'를 떠나보내기로 최후의 결정을 내린 건 '스승' 벵거 감독이었다. 이적 확정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월드클래스 선수를 잃었고, 슬픈 마음이다. 그를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결국 선수로서의 희망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브레가스의 이적은 내 결정이었다. 이사회에 내 결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파브레가스를 잡기 위해 백방으로 애썼다. "나는 파브레가스를 사랑한다. 남아줄 거라 믿는다"는 구애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고향으로 향하는 제자의 '수구초심'을 깊이 이해했다. 그리고 떠나는 제자에게 진심어린 덕담을 건넸다.

"파브레가스와 8년을 함께했다. 그와 매일 함께 한다는 것은 감독으로서 큰 기쁨이었다. 한가지 분명한 건 그가 돈 때문이나 아스널을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자란 고향팀에서 뛰고 싶은 절박함이 컸기 때문이다. 위대한 선수, 내 마음속엔 세계 최고의 선수인 세스크, 행운을 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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