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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제주 감독, '실점 노이로제' 벗어났다

국영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07 12:28



4경기 만의 승리와 10경기 만의 무실점. 어느 쪽이 더 값어치가 있을까.

박경훈 제주 감독에게는 후자가 더 중요했다. 왜일까.

제주는 7일 대구전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2무1패를 하다 거둔 4경기 만의 값진 승리였다. 하지만 박 감독은 "승리 보다도 무실점을 했다는 게 너무 기쁘다"는 이상한(?) 소감을 밝혔다.

제주의 최근 9경기 결과를 보면 박 감독의 소감이 이해된다. 수비가 뻥 뚫렸었기 때문이다. 제주는 5월 21일 전남전부터 7월 23일 상주전까지 매 경기 실점했다. 9경기에서 16실점이나 했다. 지긋지긋한 실점 탓에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경기에서 무승부나 패배를 많이 했다. 이 기간 3승3무3패로 기대에 못 미쳤다. 앞서가고 있다가도 실점에 대한 불안 때문에 속을 끓인 박 감독이다. '실점 노이로제'에 걸렸다. A대표팀 중앙 수비수 홍정호가 주먹욕설과 승부조작 연루 여파로 자리를 많이 비우면서 수비가 흔들렸다.

지난시즌 최저실점팀의 영예는 땅에 떨어졌다. 그래서 박 감독은 요즘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참 많이 했다. "승리는 못 해도 좋으니까 꼭 무실점하자"고. 특히 세트피스 실점이 많아 지겹도록 세트피스 수비 훈련을 시켰다. 그런 보람이 이제야 대구전에서 나타났으니 기쁠 수밖에.

박 감독은 "매 경기 마음 졸이면서 경기를 지켜봤는데 이제 좀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이어 "수비에 신경쓰느라 이번달(8월) 승점 계획도 짜지 못했다"며 웃어보였다.

앞으로 이번달 대전, 서울, 광주를 차례로 상대하는 박 감독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대구전까지 합하면 최소 승점 9는 따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약체로 평가되는 대전과 광주는 무조건 꺾고 서울전에 승부수를 띄워보겠다는 심산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서울에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2무3패 만을 기록했다.


국영호 기자 iam90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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