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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과 조광래 감독은 궁합이 안 맞는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7-27 15:56


◇전북 현대 킬러 이동국. 스포츠조선DB

조광래 한국 A대표팀 감독은 전북 현대 킬러 이동국(32)을 선택하지 않았다. 조 감독은 최근 K-리그 전북-서울전을 본 후 몇몇 기자에게 이동국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예비엔트리에 포함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조 감독이 발표한 8월 10일 한-일전 명단 24명에 들지 못했다.

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동국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로 "최근 경기 내용을 보면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다. 이동국 외에도 젊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한-일전에선 제외시켰다. 앞으로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나 본선을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젊은 선수를 기용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이동국이 K-리그에서 높은 골결정력을 보여주었을 때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근 이동국은 6경기 연속 골침묵으로 주춤하자 고민 끝에 한-일전 명단에 올리지 않았다. 조광래호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지만 K-리그 대표 토종 킬러 이동국은 단 한 번도 승선하지 못했다. 조광래 감독과 이동국은 인연이 없다. 기자는 이동국에게 물어봤다. "조 감독님과 인연이 없습니까." 이동국은 답했다. "네. 그다지 특별한 인연이 없습니다."

조 감독이 예비엔트리 포함 얘기를 꺼냈을 당시 이동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동국은 "조 감독님의 말씀을 신경쓰지 않는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클럽팀의 경기를 준비하는 게 우선이다"면서 "대표팀에 들어가겠다 안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기량이 좋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것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동국의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조 감독은 노장으로 분류되는 이동국 보다 젊은 박주영(26) 손흥민(19) 이근호(26) 김신욱(23) 지동원(20) 등을 선택했다.

조 감독은 이동국의 예비엔트리 포함 얘기를 했을 때 이동국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도 이동국이 대표팀 스트라이커로서 요구되는 움직임을 해줄 때 발탁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 박주영 지동원 등과 경쟁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뽑을 수 있다고 했다. 이동국 같은 이름값이 높은 선수를 뽑아 벤치에 앉혀둘 바에는 선택하지 않는게 낫다는 것이었다. 이동국의 입장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

이동국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 우루과이전 때 조커로 투입된 것이 A매치 마지막 출전이다. 당시 빗맞은 슈팅으로 일부 팬들로부터 맹비난을 맞았다. 이동국이 슈팅을 제대로 때렸더라면 골로 들어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었다. 한국은 우루과이에 1대2로 졌다.

이동국은 천신만고 끝에 허정무호 최종엔트리에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선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했다. 이동국은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다고 나중에 밝혔었다. 이동국은 A대표팀에 대한 미련을 거의 접었다. 대신 클럽팀 경기에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동국이 인터뷰 때마다 매번 클럽 경기에 열심히 뛰겠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축구는 단체종목이다. 선수를 선택하고 기용하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따라서 감독은 선호하는 선수 스타일이 있다. 조 감독이 이동국보다 어린 선수들을 선택하는 걸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생각해서 어린 선수를 뽑는게 더 낫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동국은 자신의 기량을 높게 평가해주는 곳에서 열심히 뛰면 그만이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이동국을 K-리그 최고의 선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최 감독 말고도 이동국의 킬러 능력을 첫 손가락에 꼽는 지도자는 여럿 있다. 누구도 지도자의 선수 뽑는 취향을 갖고 섣불리 비난을 할 수는 없다.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쪽은 선수다. 선수는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현재의 팀에서 열심히 뛰면 그만이다. 그러면 A대표팀 발탁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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