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산토스, 키다리들 득점 레이스에 도전장

키다리 공격수들의 득점 레이스에 '꼬마' 공격수가 도전장을 냈다. K-리그 현역 최단신인 산토스(26·제주)가 주인공이다.

신장이 프로축구 선수로서는 굉장히 작은 1m65(본인 말로는 실제 키가 1m64)에 불과하다. 하지만 1m80~90에 이르는 장대 수비진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축구는 키로 하는 게 아니다"고 외치며 7골로 당당히 득점 4위에 랭크돼 있다.

키다리 공격수들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고올라왔다. 득점 1~3위 김정우(상주·1m83) 이동국(전북·1m85·이상 10골) 데얀(서울·1m87·8골)을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들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25일 광주전까지 3경기 연속골(총 4골)을 넣는 등 페이스가 좋다. 그의 발이 제주 공격의 시작과 끝이다.

온 몸이 무기다. 11일 수원전에서는 오른발(1골), 18일 전북전에서는 왼발(2골), 광주전에서는 헤딩골을 넣었다. 골 찬스다 싶으면 어느 자세든 슈팅을 했다.

K-리그 2년차를 맞아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28경기에서 14골(5도움)을 넣었는데 정확도는 낮았다. 83개의 슈팅을 날려 6개의 슈팅당 1골을 넣었다. 난사 수준이었다. 올해는 슈팅 3개당 1골(총 슈팅 21개)을 넣는 등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장대 수비진을 유린하고 장대 공격수들과 골 경쟁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예상대로 빠른 스피드였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몸이 아닌 생각의 스피드(속도)를 강조했다. 그는 "딱히 작은 키를 극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면서 "축구는 센스와 상황 판단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머리로 먼저 빠르게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그래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다리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짧아서인지 킥 스윙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슈팅 타이밍이 반 박자가 아니라 한 박자가 빠르다. 상대 골키퍼가 방어 동작을 취하기 전에 슈팅을 때리니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산토스를 높이 평가했다.

숨은 노력이 있었다. 산토스는 국내 적응를 넘어 한국화를 위해 부단히 애썼다. 제주 구단 관계자들은 "산토스는 브라질 사람이 아니라 한국사람같다"고 말한다. 산토스의 통역을 맡는 한정훈 제주 과장은 "삼겹살을 먹는 것은 기본이고 청국장에 밥도 말아먹는다. 윗사람 보면 90도 숙여 인사하고 한 살이라도 많은 동료에게는 형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국내 선수들이 잘 챙겨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코리안 드림에 가까이 가있다. 브라질 지역 하부리그를 전전하던 그는 지난해 연봉과 이적료를 포함해 20만달러(약 2억1620만원)대에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헐값'이었지만 감사해했다. 제주 구단이 양 무릎 연골도 없는 자신을 받아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딸 사라를 얻은 그는 "K-리그에서 오래오래 뛰고 싶다"고 했다.

연봉은 적지만 19개 공격포인트(14골-5도움)를 올리며 많은 수당을 챙긴 그는 브라질에 계신 부모에게 새 집을 지어주고 말썽쟁이 형에게는 옷가게를 차려주는 등 효자로 유명하다.


국영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