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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원톱' 지동원 EPL에서도 통할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6-01 14:11 | 최종수정 2011-06-01 14:30


◇지동원 스포츠조선 DB

지난 2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전의 깜짝해설을 맡은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은 '절친 후배' 지동원(20·전남)에 대해 "다음으로 유럽 진출할 선수를 물으면 늘 지동원을 꼽는다. 유럽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자랐다면 맨유에서 뛰고 있을 선수라고 소개한다"고 밝혔었다.

구자철의 예언이 조만간 실현될 것 같다. '본능적인' 감각의 축구 엘리트 스무살 지동원의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일 지동원의 측근은 "선덜랜드가 지난 1월 아시안컵에 스카우트를 파견한 이후 줄곧 눈독을 들여왔다. 계약 성사 막바지 단계로 보면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광양제철고 유소년 시절인 2007년 '축구영재'로 발탁돼 프리미어리그 레딩을 경험했던 만큼 지동원 본인이 영국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각과 멘탈을 두루 갖춘 지동원은 EPL에서도 제몫을 해낼 가능성이 높다. 리그 10위를 기록한 선덜랜드는 승격과 강등을 반복해온 중하위권팀이다. 주전 경쟁에서도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 1월 팀 내 주포였던 대런 벤트가 애스턴 빌라로 둥지를 옮기면서 공격진에 구멍이 생겼다. 가나 출신 기안이 공백을 메웠지만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에서 이적한 스테판 세세뇽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은 지난 카타르아시안컵에서 4골 2도움으로 맹활약한 멀티플레이어 지동원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2월부터 영입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동원의 감각은 본능적이다. 장거리 육상선수 출신의 지구력과 제2의 최순호라 불릴 만큼 큰 키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을 겸비했다. 원톱은 물론 섀도스트라이커나 측면, 중앙 미드필더 역할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보여줘야 할 때 한방을 보여주는 '원샷원킬'의 집중력도 강점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에선 후반 막판 헤딩골 2골을 몰아치며 2-3 스코어를 4대3으로 뒤집는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A매치 시리아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고 이어진 아시안컵에선 4골-2도움을 몰아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부상 이후 7게임 동안 첫 골이 터지지 않자 정 감독은 지동원을 미드필더로 내리는 보직변경을 감행했다. 경기당 14km 넘게 달리는 엄청난 활동량을 과시하며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지동원의 대성을 점치는 가장 큰 요인은 실력 이면에 갖춰진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90분 내내 공수라인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고도 "수비는 빵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이 있다. 골이 터지거나 터지지 않거나 어떤 경우에도 잘난 척하거나 조바심 내는 법 없이 담담하다. 유소년 시절 레딩에서 벤치 멤버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마음 다루는 법을 익혔다.

천부적인 실력뿐 아니라 타고난 영민함,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마인드컨트롤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스무살 대세'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훨훨 날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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