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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전의 깜짝해설을 맡은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은 '절친 후배' 지동원(20·전남)에 대해 "다음으로 유럽 진출할 선수를 물으면 늘 지동원을 꼽는다. 유럽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자랐다면 맨유에서 뛰고 있을 선수라고 소개한다"고 밝혔었다.
지동원의 감각은 본능적이다. 장거리 육상선수 출신의 지구력과 제2의 최순호라 불릴 만큼 큰 키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을 겸비했다. 원톱은 물론 섀도스트라이커나 측면, 중앙 미드필더 역할도 거침없이 소화해낸다. 보여줘야 할 때 한방을 보여주는 '원샷원킬'의 집중력도 강점이다. 광저우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에선 후반 막판 헤딩골 2골을 몰아치며 2-3 스코어를 4대3으로 뒤집는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A매치 시리아전에서 데뷔전 데뷔골을 기록했고 이어진 아시안컵에선 4골-2도움을 몰아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최근 부상 이후 7게임 동안 첫 골이 터지지 않자 정 감독은 지동원을 미드필더로 내리는 보직변경을 감행했다. 경기당 14km 넘게 달리는 엄청난 활동량을 과시하며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지동원의 대성을 점치는 가장 큰 요인은 실력 이면에 갖춰진 선수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다. 90분 내내 공수라인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하고도 "수비는 빵점"이라고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이 있다. 골이 터지거나 터지지 않거나 어떤 경우에도 잘난 척하거나 조바심 내는 법 없이 담담하다. 유소년 시절 레딩에서 벤치 멤버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마음 다루는 법을 익혔다.
천부적인 실력뿐 아니라 타고난 영민함,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마인드컨트롤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스무살 대세' 지동원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훨훨 날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