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뛰고 싶다[인터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4-12-05 06:05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이용래. 사진(대구)=윤진만기자yoonjinman@sportschosun.com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취업사기'는 지난 4년간 국가대표 출신 대구 플레잉코치 이용래(38)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2009년 경남에서 프로 데뷔해 수원, 안산, 치앙라이 유나이티드(태국)를 거쳐 2021년 대구에 플레잉코치로 합류한 이용래는 '지도자로 입문하기 위해 대구에 입단했지만, 팀 사정상 은퇴를 하지 못하고 몇 년째 선수로 고생한다'며, 팬들 사이에선 '취업사기 피해자'로 불린다. 플레잉코치 신분으로 99경기를 뛴 이용래는 "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 지도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욕심도 있었다. 경남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조광래 대구 대표께서 '일단 들어와서 운동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시며 손을 내미셨고, 선수들과 같이 생활하다보니 이렇게 4년이 됐다"며 웃었다.

실상을 알고보면, '취업사기'는 이용래가 자초한 감이 없지 않다. 이용래는 인터뷰에 앞서 '코치와 선수 중 어느 호칭으로 불러야 하나'라는 질문에 "선수 호칭이 아직은 더 편하다"고 답했다. 축구를 이제 그만하고 싶다거나, 몸이 말을 안 들어야 본격적으로 '코치 테크'를 타거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중원을 쓸고 다녔던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때와 그대로다. "아직은 축구가 재밌다"고 한다. 이용래는 2021년부터 매년 연말에 1년짜리 재계약을 맺었다. 연봉 및 계약기간 변동 등의 의미가 담긴 '협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 기간은 다른 누구보다 짧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용래는 '취업사기 피해자'보다는 '계약연장을 희망하는 직장인'에 가깝다. "올해 언제 협상을 하냐고? 모른다. 확실한 건 내 거취가 올해에도 맨 마지막에 결정날 거라는 것"이라고 했다. 박창현 대구 감독과 면담에서 "감독님 내년 구상에 제가 있으면 선수로 뛸 의향이 있습니다. 만약 내년 구상에 없으면 미련없이 지도자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의사를 전달한 뒤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용래는 천만 코미디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명대사를 빌리자면, 흡사 '왜 자꾸 축구가 잘 되는건데~'의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28일, 충남아산(2부)에 3대4로 패한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원정에서 결장한 이용래는 2차전에서 박세진의 중앙 미드필더 파트너로 깜짝 선발 출전해 팀이 세징야, 에드가의 연속골로 2-0 앞선 후반 45분 이찬동과 교체될 때까지 왕성한 활동량과 간결한 패스 공급으로 팀의 중원 장악에 기여했다.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에드가의 두 번째 골도 도왔다. 대구는 연장 전반 3분 이찬동의 결승골로 합산스코어 6대5로 극심한 부진에 빠진 시즌을 극적인 잔류로 마무리했다. 이용래는 "경기를 앞두고 박 감독님과 면담을 하면서 내가 직접 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의 부담을 후배들에게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올해 목표인 3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한 이후로 최근에 계속 몸 상태도 좋았다"고 했다. 그는 "베테랑들은 훈련량을 조절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아직까지 거의 비슷한 강도로 훈련한다. 후배들 템포를 따라가야 경기장에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경험상 운동을 열심히 안 하다가 경기에 투입되면 템포를 못 따라간다"며 꾸준한 컨디션 관리 덕에 마지막 경기에서도 10~11㎞를 뛸 수 있었다고 했다.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취업사기 피해자(?)' 플레잉코치로 99경기 뛴 이용래는 2025년에도…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1986년생 이용래가 내년에도 선수로 뛰면 현역 최고참이 된다. 한 살 위인 1985년생 박주영(울산)은 올해를 끝으로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 1골-1도움을 터뜨린 박주영의 은퇴경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용래는 "안 그래도 (박)주영이형이 마지막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그래서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고 문자했더니, 주영이형도 2차전을 마치고 '너무 고생했다'고 문자를 줬다"고 말했다. 이용래는 '현역 1년 더'를 외치지만, 지도자로 꿈을 펼칠 5년 뒤, 10년 뒤를 위해 밑그림도 그리고 있다. 이용래는 "이 정도 나이먹고 축구를 하면 느끼는 게 다르다. 지도자 입장에서 훈련을 하면 배우는 게 참 많다. 요샌 어린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리백을 잘 사용하는 레버쿠젠 경기를 잘 챙겨본다. 지금은 지도자 이용래를 정립하는 단계,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