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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변화구로 세 개를 잡아내더라."
투구폼까지 확실하게 정립하지 못하면서 김서현은 2년 차 초반에도 고전했다.
'김서현의 시간'은 후반기부터 찾아왔다. 김경문 감독이 6월 초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김서현과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의 고민거리를 들었고, "자신있게 던져라"라는 조언을 남겼다. 김서현은 고등학교 시절 좋았던 투구폼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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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바지 다소 흔들리기도 했지만, 150㎞ 후반을 던지는 김서현의 모습은 국가대표로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지난 1일 쿠바와의 평가전. 김서현은 6회초 마운드에 올라왔다. 선두타자는 땅볼로 잡아냈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93개 홈런을 날렸던 요안 몬카다를 상대로 던진 직구 3개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제구가 흔들리는 듯 했지만, 구종을 바꿨다. 슬라이더로 첫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이후 다시 한 번 슬라이더를 던져 파울을 이끌어냈다. 6구?도 슬라이더. 몬카다의 방망이가 나오면서 2루수 땅볼이 됐다. 이후 후속 타자를 3루수 땅볼을 이끌어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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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김서현의 모습에 감탄했다.
류 감독은 "(김)서현이가 변화구 제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타자를 만나서 (직구로) 볼-볼-볼이 나오니까 변화구 세 개로 잡아내더라"며 "볼이 빠르면 변화구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인상 깊었다"고 칭찬했다.
김서현은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며 대표팀 최종 엔트리 승선 의지를 밝혔다.
전망은 밝다. 155㎞가 나온 빠른 직구에 변화구 제구까지 보여준 만큼, 뽑지 않을 이유가 없다. 류 감독은 "잘해보자"는 말로 김서현의 엔트리 승선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서현에게 이번 프리미어12의 의미는 깊다. 소속팀에서 54번을 달고 뛰던 김서현은 대표팀에서는 44번을 달았다. 최근 SS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던 형 김지현의 등번호다. "형과 함께 한다는 마음"이라는 김서현의 태극마크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