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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역시 1강은 강했다.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오뚝이같이 일어섰다. 결국 승리는 흥국생명의 차지였다.
'김연경 보유팀'으로 개막 전부터 강력한 1강으로 주목을 받은 흥국생명. 개막전 완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현대건설과의 경기는 쉽지 않았다. 하마터면 잡힐 뻔 했다. 장기 레이스를 앞두고 예방주사를 강력히 맞은 셈이 됐다.
1세트부터 경기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렀다. 흥국생명은 이날 리베로 김혜란이 결장했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은 김연경은 어차피 막기 힘들테니, 상대 리시브 불안을 약점으로 집중 공략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1세트부터 흥국생명의 리시브가 흔들리며 어려운 경기가 됐다. 믿었던 옐레나가 계속 범실을 저질렀고, 믿었던 김연경도 2득점으로 조용했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이다현 두 센터들이 네트 앞 싸움에서 엄청난 화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이 각각 5점씩을 합작하며 1세트를 25-15로 가져왔다.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1세트 결과와 내용이었다.
승부처인 3세트. 양팀이 초반부터 엄청난 접전을 벌였다. 현대건설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양효진과 모마의 활약으로 17-12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흥국생명이 추격했지만 이주아와 김연경의 범실로 다시 점수차는 21-17로 벌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흥국생명이 포기하지 않고 강팀으로서 면모를 과시했다. 현대건설은 리시브를 잘하던 위파이가 결정적 실수를 저질러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고, 흥국생명은 옐레나의 연속 공격 성공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당황한 현대건설은 모마의 범실로 역전을 허용하고, 김다솔에게 연속 2개 서브 에이스를 내주며 그대로 무너졌다. 21포인트에서 1점도 내지 못했다.
보통 이런 경기 내용이 나오면 4세트 분위기가 흥국생명쪽으로 흐르는 법. 3세트 대역전승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현대건설도 만만치 않았다. 김연경에게 공격, 블로킹 포인트를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의 배구를 했다. 스타는 어려울 때 자기 역할을 하는 법. 주포 양효진이 팀을 이끌었다. 속공, 블로킹 득점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상대가 올라올만 하면 그 흐름을 끊어버렸다. 4세트에만 혼자 6득점을 기록하는 등 분투했다. 양효진의 활약 속에 모마와 위파위까지 살아난 현대건설은 4세트를 25-21로 비교적 손쉽게 가져왔다.
운명의 5세트. 운명의 5세트. 한치의 물러섬 없는 양팀의 접전이 벌어졌다. 흥국생명은 역시 김연경, 옐레나 쌍포의 역할이 컸다. 특히 김연경이 모아뒀던 힘을 폭발시키듯 계속해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상대 코트에 꽂아넣었다. 현대건설은 포기하지 않는 수비 배구로 흥국생명을 압박했다. 승부의 추가 갈린 건 12-12 동점 상황. 김연경의 공격 성공으로 1점차 리드를 가져갔고, 이주아의 천금 블로킹으로 결정적 승기를 잡았다.
김연경은 5세트 결정적 5득점 포함, 혼자 23점을 몰아치며 이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옐레나도 마지막 포인트 포함, 22점을 거들었다. 현대건설은 17점씩을 합작한 양효진과 모마를 앞세워 대어를 거의 손에 넣었지만, 마지막 순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