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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느림보' 아르헨티나, 메시의 문제가 아니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01 09:12


ⓒAFPBBNews = News1

"현대축구의 진화는 이 세 가지가 필수 요소다. 스피드, 공간 지배력, 기술을 겸비한 체력."

조제 무리뉴 맨유 감독의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진화하지 못 했다. 황금세대의 월드컵 우승 꿈이 실패로 끝났다. 아르헨티나는 30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프랑스에 3대4로 패했다. 상대의 속도를 제어하지 못했다. 공수에 걸쳐 느린 속도로 프랑스에 경기 내내 지배당했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아르헨티나의 탈락 이유를 되짚었다.

우선 남미 예선부터 이어지던 '메시 의존' 해결법을 찾지 못 했다. 삼파올리 감독은 메시를 센터포워드에 배치한 4-3-3 포메이션을 꺼냈다. 직선적 드리블 능력을 보유한 디 마리아와 파본을 좌우 윙포워드에 배치했다. 셋의 선발출전은 처음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메시의 볼 배급 부담을 덜어준 미드필더 바네가도 출전했다.

프랑스도 전략대응을 준비했다. 프랑스는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수비 시엔 4-4-2로 변형했다. 공격 시 2선에 위치하는 발 빠른 그리즈만을 투톱으로 만들었다. 메시의 측면 움직임을 견제할 마투이디는 왼쪽 미드필더로 수비조직을 만들었다. 메시가 중앙으로 움직이면 캉테가 맨마킹했다. 가까운 위치의 프랑스 선수들은 메시가 드리블을 시도하면 반드시 두 명 이상 협력 수비가 이어졌다. 프랑스의 수비 간격이 좁았기에 가능했다.

아르헨티나는 결국 졸전을 펼쳤던 조별리그 1, 2차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분석팀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메시는 총 48회의 볼터치를 기록했다. 메시는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 '전반에만' 42회의 볼터치를 기록했다. 바네가는 총 39회의 패스를 기록했다. 나이지리아전에선 전반에만 46회였다. 메시에게 볼 투입 자체가 원활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다. 볼을 받아줘야 하는 주변 선수들의 정적인 움직임이 문제다. 아르헨티나의 의도대로 볼 소유를 통해서 경기를 지배하려면, 필드를 넓게 활용하며 상대 수비의 틈을 찾아야 한다. 속공(Speed Attack)으로 이어져야 했다. 볼을 받기 위해서 좋은 각도와 공간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간격을 좁힌 프랑스를 상대로 느린 템포의 패스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 사이 메시는 점점 고립됐다. '메시 활용법'은 준비부터 실패했다.

'공간 지배력'도 떨어졌다. 지루와 그리즈만이 아르헨티나의 빌드업 시작점인 마스체라노 근처에서 패스 길목을 차단했다. 아르헨티나는 주로 측면에서 볼을 전개하거나, 마스체라노가 더 높이 이동하며 빌드업을 했다. 메시에게 활동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선 측면 공간 활용으로 이어져야 했다. 하지만 탈리아피코는 음바페와 그리즈만의 역습에 대비해 사실상 스리백의 스토퍼처럼 활용됐다. 메르카도의 오버래핑은 잦은 컨트롤 실수로 템포를 모두 늦췄다.

무리뉴가 축구진화의 첫 요소로 꼽은 '스피드'는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미드필더 마스체라노-바네가-페레즈가 모두 30대다. 전성기에도 스피드보단 볼을 다루는 테크닉과 지능적인 커버플레이가 장점이었다. 팀 전체의 활동량도 적은 상황에서 포그바-캉테의 활동량을 이겨내긴 힘들었다. 양쪽 풀백인 탈리아피코와 메르카도는 음바페-그리즈만-포그바와 일대일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후반 동점골과 역전골 실점이 모두 측면에서 크로스를 지연하지 못 했다. 단숨에 측면에서 볼 투입으로 포백라인이 무너졌다. 센터백 로호(파지오)와 오타멘디도 상대 역습마다 흔들렸다.


결국 전 세계가 주목하던 메시의 월드컵 우승 도전은 끝났다. 이과인-아게로-디마리아-바네가-마스체라노 등 2008년 올림픽 금메달을 이루어낸 '황금세대'가 함께하는 마지막 월드컵이었다. 젊은 재능인 파본과 메차는 팀에 긍정적 영향력을 줄만한 움직임이 부족했다. 무리뉴의 축구진화론 세 가지(스피드-공간지배력-기술을 겸비한 체력)와 정반대의 팀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전통적으로 '10번' 포지션에 애정이 크다. 마라도나부터 리켈메, 메시까지. 현재의 유소년 단계도 공격 포지션에 유망한 선수가 몰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선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 16강전이 시작된 이번 월드컵의 전술적 화두는 '포워드의 수비 능력'과 '좁아진 공간을 이겨낼 일대일 능력'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트렌드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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