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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전 돌연 "종영한다" 통보 받아…"폐지 아닌 시즌제 준비"라고 하지만 모든 정황이 폐지가 확실
[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방송사 입장에서 예능의 끝을 '폐지'라 표현하지 않고, '시즌제 검토'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예의'의 문제다.
프로그램을 직장처럼 여긴 출연자와 스태프, 그리고 프로그램을 아껴준 애청자를 위한 언어순화. 하지만 'The end'가 아닌 'Coming soon' 이라는 기약없는 약속은 희망고문이 되기도 한다.
시즌 2를 준비하려는 시즌 1 종료가 아닌, 명백히 폐지의 움직임이라며 '졸지에 거리로 ?긴 기분'이라는 그들. 스포츠조선은 16일 자정, '웃찾사' 식구 150명을 대변해 긴급 회의를 연 선배급 주축 개그맨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들에 따르면 소속 개그맨들이 '웃찾사'의 종영 소식을 접한 것은 일주일전인 5월 11일이다. 한 개그맨은 "녹화를 마치고 나왔는데, 불쑥 '웃찾사'를 종영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안이 벙벙했다"며 "폐지가 아닌 시즌제 준비라고 하셨는데, 말만 그러할 뿐, 이외의 모든 정황이 폐지가 분명함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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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들이 말하는 '폐지 정황'은 이렇다. 시즌2가 언제 시작될 것이라는 기약이 전혀 없는 점. 시즌2에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가 일체 없는 점, 또한 혜화동에 위치한 '웃찾사' 소극장도 함께 문을 닫는 점 등이다. 소극장은 '웃찾사' 본방에 올릴 무대를 점검하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신인들에게도 기회와 연습의 기회를 주는 근거지이자 요람이다. 이들은 "만약 실제로 '시즌2 준비를 위한 시즌1 종료'라면, 현장에 있는 우리가 그러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리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개그맨은 "방송 출연조와 대기조까지 150여명의 개그맨들이 '웃찾사'의 식구들이다. 버라이어티쪽으로 잘 풀린 일부 '스타 개그맨'을 제외하면 대부분 오직 무대 하나만을 꿈꾸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막내인 16기 개그맨들은 공채 합격 이후 2년 계약 중 1년이 남아있다. '웃찾사'가 없어지고 소극장마저 사라지며 1년 동안은 타 방송사 출연도 불가능하니, 사실상 공채 합격 1년만에 '강제 은퇴'를 당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송에 나오면 대부분 화려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으로 아실텐데, '웃찾사' 하나만을 보며 사는 개그맨도 많다"며 "수년간 일해 온 일터를 간단한 통보로 잃고난 후 손가락을 빨고 있는 심정이다. 150명 외에도 '웃찾사'라는 꿈꾸며 코미디학과에 진학하고 대학로에서 열심히 공연을 올리는 학생들도 소중한 등용문 하나를 잃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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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개그맨은 시청률에 대해서도 한마디 건넸다. 그는 "'웃찾사' 12년동안 16번의 시간대 변경을 겪었다. 한 인기 드마라 작가가 ('웃찾사' 시간대인 'X요일 X시 시간대를 달라'고 말하면 그 다음주에 곧바로 '웃찾사'의 시간대가 바뀌기도 했다"며 "맛집도 16번 이사를 가면 단골손님은 발길을 돌린다. 'X요일 = '웃찾사'하는 날'이라는 공식을 마련해야 하는데, 철새처럼 이사를 다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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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le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