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말이 아닌 생각이 중요한 시대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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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선정의 적절성
우선 두 프로그램은 SBS '힐링캠프'나 MBC '라디오스타'처럼 게스트를 조명하는 토크쇼가 아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게스트마저도 토론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면에서 두 프로그램의 성격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한 프로그램은 게스트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반면,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는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기에는 토크 주제의 선정이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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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을 보면 우리와 친숙한 중국, 일본, 미국인을 비롯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인들, 아프리카 가나인까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등장해 한국어로 떠들어댄다. 파란 눈에 피부색도 다른 인종들끼리 한국인과 사자성어 대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신선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명절날 으레 접하는 '외국인 노래자랑'에서 느끼는 신기함 정도일 뿐. '비정상회담'의 매력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결혼, 직장, 교육 등의 문제에 대해 자국과 비교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않는다. 그 과정에서 예능쇼의 특성상 의견 충돌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실은 갈등 보다 이해를 바탕으로 토론이 진행된다. '나와 다른 의견을 냈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라는 생각의 차이를 즐길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동거를 격렬하게 반대하는 터키인 아네스와 동거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맞서는 벨기에인 줄리앙의 토론은 불편함 보다는 흥미를 더 유발한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요인이다.
'매직아이'는 그런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생각을 드러내기보다 말 유희에 허비되는 모습이 보여질 때 프로그램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 주제를 놓고, 토크하는 형식의 묘미는 말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다. 이는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살아 온 환경이 다르고, 거기서 배우고, 느껴온 차이가 생각의 차이를 만든다. 하지만 '매직아이'는 지나치게 스타들에 집중돼 있다. 가수, 배우, 모델 출신으로 성분이 나눠진다 하더라도 큰 카테고리 내에서 이들은 여자 스타들이다. 이들에게서 큰 생각의 차이를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스타들로 채워지고 있는 게스트들도 마찬가지. 과거 MBC '명랑히어로'란 프로그램이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관계자들은 "신문에 대한 주제를 토론한다는 것이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한다는 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예인이라서가 아니라, 연예인만 있는 토론이 대중의 공감을 사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매직아이'가 스타들의 눈을 통해 무심코 지나가는 뉴스를 재조명한다는 의도는 참신하고 지지받을 만 하다. 다만, 이같은 기획의 의도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받기위해서는 이효리와 제작진이 풀어야 할 숙제다. 향후 '매직아이'의 일신우일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