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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오정연이 모터사이클 대회에서 큰 사고를 당한 후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후 오정연의 일상이 공개됐다. 지난 4월 모터사이클 프로 선수로 데뷔한 오정연은 이날 강원도 태백의 모터사이클 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특훈에 돌입했다.
오정연은 모터사이클에 애정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마음속에 언젠가는 타보고 싶다는 게 있었다. 그러다가 2018년 말에 인생 뭐 있나 싶어서 나도 도전해 보자고 해서 2종 소형 면허를 땄다"고 밝혔다. 그는 590만 원짜리 클래식 바이크, 390만 원짜리 스쿠터 바이크, 2,250만 원짜리 스포츠 바이크와 3,960만 원짜리 고배기량 바이크까지 총 4대의 개인 바이크를 갖고 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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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정연은 "내 기억으로는 태백 경기장에 코너 6개가 있다. 근데 모든 코너에서 전도를 했다. 6번의 사고 중 가장 컸던 사고는 거의 100km/h로 가고 있었을 텐데 속된 말로 '터졌다'고 한다. 커브를 틀고 돌아와야 되는데 못 돌아온 거다. 연석에 부딪히면서 한 번 굴렀다. 그때 잠시 기절했나 보다. 깨어나고 보니까 아무 기억이 안 났다. 구급차도 와 있고 세이프티카도 와있었다"며 심각했던 사고 상황을 짐작케 했다.
공개된 사고 영상에서는 오정연이 바이크 사고 후 일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자아냈다. 또한 다 긁히고 깨진 헬멧과 멍투성이가 된 몸도 공개돼 놀라움을 더했다.
오정연은 "뼈가 통뼈인지 뼈는 괜찮았다. 사실 기절했다가 일어났을 때 '난 누구고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고 기억이 안 나서 그때는 좀 무서워서 눈물도 나고 그랬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몸도 멀쩡해서 너무 감사하고 이 정도 하면 넘어지겠다는 걸 이제는 체득했다"고 말했다.
이에 황정음은 "그래도 이 정도면 나 같으면 무서워서 포기할 거 같다"고 했고, 채림도 "무서워서 못 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오정연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취미를 넘어서 어떤 선수로서의 책임감도 있어서 그냥 내려놓는다는 건 생각을 안 해봤다"며 프로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이어 "넘어져 보지 않은 선수들은 언젠가 넘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근데 난 이미 여러 번 넘어져 봤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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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그 정도 충격을 받았는데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2주 뒤에 바로 연습하지 않았냐. 일반 여성 라이더들은 넘어지면 트라우마 깨질 때까지 연습 안 한다. 너 같은 선수들은 굉장히 크게 될 거 같다"며 용기를 줬다.
자신감을 얻은 오정연은 경기에 나섰고, 스타트 트라우마도 극복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7명 중 최종 4위를 기록했다. 그는 "아쉬운 순위였다. 7명 중에 딱 중간이다. 다음 해에는 가장 높이 올라가 보고 싶다. 안전하게 기량을 올려서 정정당당하게 1등에 올라가기 위해서 내년에도 열심히 바이크를 타보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대회를 마친 오정연은 동료 선수들과 뒤풀이 자리를 가졌다. 바이크를 타게 된 계기를 묻자 "30대 중반에 사춘기가 와버렸다. 사춘기가 원래 없었는데 처음으로 온 게 30대 중반이었다"며 "좀 심각했다. 번아웃 그리고 약간 사람들하고도 좀 지쳤다"고 고백했다.
이를 들은 동료 선수는 "나도 너랑 비슷했던 거 같다. 번아웃이 마흔에 왔다. 전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아주 세게 왔다"고 털어놨다. 이에 오정연은 "언니도 열정적으로 사랑했구나"라며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고 공감했다.
1년 반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을 정도로 심각했다는 오정연은 "그냥 누워만 있고 세상 살기가 싫었다.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준 게 바로 바이크였다고.
오정연은 "그때 막 떠올랐다. 대학교 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는데 억눌린 것들. 그중 하나가 바이크였다. 그게 생각나서 바이크를 시작했는데 너무 잘했다"고 말했다.
그는 "뒤늦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그냥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내 마음만 보자. 자유롭게 하자고 생각했다. 때로는 불안정해 보일 수도 있고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내 삶을 다채롭게 꾸려나가려고 늘 노력하는 거 같다"며 "훗날 가정을 꾸렸을 때 '아, 그때 충분히 해봤어' 이런 느낌으로 해야 가정생활에도 더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만 내가 건강할 수 있고 주위 사람들한테도 걱정을 안 끼치는 꼴이 되더라"고 밝혔다.
supremez@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