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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숙명의 만남, 과연 이번에도?'
전체적인 e스포츠 산업 규모나 투자, 관심도 측면에선 이미 중국이 한국을 제친 상황이지만, 적어도 실력적인 부분만큼은 아직 한국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라이벌의 존재로 두 나라는 열띤 경쟁 구도를 이어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26일 현재 '2024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이제 4강 1경기와 결승전만을 남긴 가운데, 4강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 한국(LCK)와 중국(LPL)의 결승 구도가 완성됐다. 중국에선 올해 LPL 스프링과 서머 시즌을 모두 제패한 1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이 역대 처음으로 롤드컵 결승에 오른 가운데, 한국은 LCK 양강인 젠지와 T1이 27일(이하 한국시각 기준) 4강전을 펼쳐 빌리빌리의 결승 맞상대를 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열린 첫 대회의 경우 한국과 중국 모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서비스 초창기로, 아직 프로팀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을 감안했을 때 본격적인 롤드컵 원년이라 할 수 있는 2012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3년간 한국 혹은 중국팀이 결승 무대에 서지 못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일단 빌리빌리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빌리빌리는 스위스 스테이지(16강전)에서 같은 지역의 LNG와 T1에 연달아 패하며 탈락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이후 PSG와 G2를 상대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8강에서 LCK 1번 시드로 이번 대회 우승까지 노렸던 한화생명e스포츠를 3대1로 물리치며 시동을 건 빌리빌리는 4강에서 역시 같은 지역의 웨이보 게이밍을 3대0으로 셧아웃 시키며 결승까지 내달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탑 라이너 '빈' 천쩌빈이 완전히 살아나면서 올해 LPL의 최강팀 위력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이다.
LCK 숙명의 라이벌인 젠지와 T1은 롤드컵 결승행 길목에서 또 만났다. T1은 디펜딩 챔피언이자, 역대 5번째 롤드컵 우승을 노리는 자타공인 국제대회 최강자이다. LCK 4번 시드로 겨우 롤드컵에 합류했지만, 국제전에서 어김없이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시키고 있다. LCK에선 젠지에 최근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T1에겐 결승전보다 더 어려운 고비라 할 수 있다. 젠지가 8강전에서 약체로 꼽히는 플라이퀘스트에 고전 끝에 3대2의 신승을 거두고 4강에 오를 정도로 기세가 떨어진 상황이라, LCK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할 절호의 기회다.
젠지는 지난 5월에 열린 국제대회 MSI에서 빌리빌리를 두 경기 연달아 꺾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기에 결승전에선 자신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전신팀인 삼성 갤럭시는 두 차례의 롤드컵 우승 경험이 있지만, 지난 2017년 팀을 인수해 젠지로 이름을 바꾼 이후엔 4강에 두 차례 올랐을 뿐 단 한번도 롤드컵 결승 무대에 서지 못했던 징크스를 반드시 극복해야 빌리빌리와 만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이 만나는 결승전은 오는 11월 2일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