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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모든 게 다시 시작"…김바다, 부드러워진 상남자 록 보컬(종합)

정빛 기자

기사입력 2024-10-23 15:45 | 최종수정 2024-10-24 08:28


[SC인터뷰]"모든 게 다시 시작"…김바다, 부드러워진 상남자 록 보컬(…
사진 제공=김바다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사포는 거칠고 까끌까끌하지만, 결국에는 무언가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 쓰인다. 울퉁불퉁한 것도 깔끄러운 사포를 거치면, 금세 부드럽게 된다. 록스타 김바다의 소리가 이 거친 사포와 비슷하다. 사이키델릭하면서, 마초 같은 샤우팅을 가진, 상남자 록보컬. 그 아무도 따라 할 수 없고, 모창할 수도 없는 보컬이 바로 김바다 목소리다.

김바다는 이러한 목소리와 자신의 성향을 십분 활용, 탄산감이 느껴지면서도 텁텁한 석탄 냄새가 풍기는 노래를 줄곧 불러왔다. 1996년 시나위 보컬로 데뷔 후 지금까지, 펑크와 사이키델릭 록을 기본으로 한 음악을 고집해 온 것이다. 헤비메탈의 사운드나 블루스적 요소가 섞여, 매력적인 음악임은 분명하나, 대중이 듣기에는 다소 어렵고 진입장벽이 높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김바다가 변했다. 김바다는 사포 같은 목소리를 사포 삼아, 자신의 노래를 다시 부드럽게 만들었다. 데뷔 28년 차에 김바다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에 신보명도 '바다가 시작되는 곳'. 김바다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지금까지 저는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시도했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너무 빨랐던가, 아니면 기획력이 약했던 것이 있었다. 그래도 계속 시위하다가, 대체 당신들이 원하는 음악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나에 대한 객관화가 됐다. 객관화가 중요한데, 지금의 스탠더드에는 이런 음악이 필요할 시기더라. 이번에 이 앨범 준비하면서 모든 게 다시 시작된 느낌이다."


[SC인터뷰]"모든 게 다시 시작"…김바다, 부드러워진 상남자 록 보컬(…
사진 제공=김바다
지난 23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김바다의 새 미니앨범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는 타이틀곡 '길끝'을 포함, '소란', '늦비', 'HER' 등 네 곡이 실렸다. 이는 내년 발표 예정인 김바다 첫 정규앨범에 실리는 곡들을 먼저 공개하는 것이다. '길끝', '소란', '늦비'는 기존에 발표된 김바다의 노래를 대중적으로 새롭게 편곡됐고, 'HER'는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신곡이다. 김바다의 기존 곡들처럼 실험적이고 마니아적인 분위기가 아닌, 비교적 대중이 듣기 편안한 곡들로 구성됐다는 점이 관심사다.

"이번 시도가 제일 특별했던 것 같다. 오히려 저에겐 제일 센 시도였다. 방탕하게 살아야 록이 나올 것 같은데, 이젠 감미로워졌다고 하더라(웃음). 감미로운 것이 극한으로 가는 시도를 실제로 많이 했다. 통기타에 가성으로 노래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고, 새로운 시도였다. 오케스트라 세션이 들어간 정통 록 발라드도 들어가 있고, 시도가 돋보이는 앨범이 될 것 같다."

통상적으로 가수가 새 음반을 발표할 때, 신곡들이 주가 된다. 그러나 김바다는 자신의 묵혀 있던 곡들을 다듬어 다시 세상 밖으로 꺼냈다. "아까운 곡들이 많았다. 발표는 했는데 버려지기도 하고. 무수히 많은 곡 중 아깝게 구석에 껴있는 곡을 골라, 부활시켰다. 사실 이번 신곡 'HER'도 2007년에 구상했던 곡을 이번에 하게 됐다. 원래는 데시벨이 날카롭고 사운드가 엄청 센 슈게이징 장르로 만들어진 곡인데, 완성도도 그렇고 타이밍도 안 맞더라. 이런 슈게이징을 대중성 있게 드림팝으로 편곡, 이 타이밍에 선보이게 됐다."

내년에 발표될 정규앨범에도 예전 곡들이 편곡된 버전으로 여럿 수록될 예정이다. "죽어있는 애들을 살리는 것이 목적이다. 아마 그때 신곡도 세 곡 정도 더 추가적으로 공개될 것 같은데, 재즈나 후크송 같은 곡도 있다. 이번에 공개된 네 곡에 여섯 곡 정도 더 추가해, 총 열 곡이 될 것 같다. 이번 EP가 음원 사이트에서 어떻게 카운팅되는지 보고,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한 후 방향을 잡을 것 같다."


[SC인터뷰]"모든 게 다시 시작"…김바다, 부드러워진 상남자 록 보컬(…
김바다. 사진 제공=김바다

무엇보다 최고의 뮤지션들이 김바다의 이번 신보 작업에 두 팔 걷어 나섰다는 점이 돋보인다. 가수 김현철, 박창곤 기타리스트 등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했고, 사업가 정규영이 앨범 제작총괄을 맡아 30여 년 우정의 의리를 뽐낸 바다. 여기에 베이스에는 조용필 밴드 출신의 이태윤, 드럼에 장혁과 이상민, 기타에 박창곤과 조삼희, 색소폰 장효석, 트롬본 최재문, 12명의 현악 챔버오케스트라 등이 참가해, 앨범의 완성도를 올렸다.

"김현철 형님이 편곡해 주셨는데, 같이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원래 자전거만 같이 타던 사이였다(웃음).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제 작업실에 시간을 쪼개 오셨다. '바쁘신데 죄송하다'고 했더니, '음악인데 와야지'라고 하시더라. 음악가다운 선배 모습을 봤다. 또 다른 세션맨들의 자세와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이 과정으로 스스로 많이 배웠다. 여태까지 한 작업보다 가장 긴밀도가 깊었다. '이렇게 퀄리티 있게 나올 수 있구나'라고 생각 들더라."

초호화 라인업이 김바다 신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만큼, 이번 앨범 제작을 맡은 정규영 대표의 입장도 궁금해진다. 정 대표는 "1995년도에 (김바다) 형이 시나위 보컬로 나왔을 때, 저 같은 사람이 100만 명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도 드디어 록 보컬이 탄생한 것 같아서 울었다. 그래서 끝내주는 록 음악이 나오겠다고 예상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시나위도 해체됐다. 형이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던 대중적 록 음악과 멀어졌다. 자기만 할 수 있는, 그 어렵다는 사이키델리 음악을 추구했었다. 본인 색깔에 맞다고 생각했겠지만, 대중의 판단은 그게 아니었다. 상당히 슬프더라. 그래서 후회 없이 해보자고 꽤 설득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바다 형을 음악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깝다'. 이러고 있을 보컬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김현식 이후 유일한 상남자 보컬리스트'. 현식 형님 돌아가시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상남자 보컬이라는 것이다. 다들 그래서 '우리 바다니까, 잘 돼야 한다'라며 이번 앨범을 위해 똘똘 뭉쳤다. 특히 현철 형님께 전달하니 기꺼이 함께하겠다며 '바다가 떠야 한다'고 하셨다. 바다 형 커리어 30년 동안, 처음으로 대중음악을 하니, 다들 함께하겠다더라"고 거들었다.


[SC인터뷰]"모든 게 다시 시작"…김바다, 부드러워진 상남자 록 보컬(…
사진 제공=김바다
소위 잘 팔리는 음악이 아닌 자신만의 색깔과 질감이 강한 음악을 오랜 시간 고수하면,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독보적이고 실험적인 길을 홀로 계속해서 묵묵히 걸어간다는 것은 분명 외롭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바다는 한순간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고, 후회하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한 번도 없었다. 중간중간 다른 일을 하기는 했는데, 그것 역시 음악을 하기 위해 한 것들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음악은 동경의 대상이었는데, 이후 내가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나서는 인생이 되게 흥분되더라. 지금까지도 그게 똑같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음악을 한 것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후회되는 일은 있었다. 기획자로 음악을 접근한 것이 아닌, 오로지 아티스트로만 음악을 마주했다는 것이다. "대중적으로 이 분야를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 없이, 시기를 따지지 않고 막 노래들을 발표했었다. 자본만 들어가고, 아웃풋이 없었다. 그때 좋았던 기회들이 분명 있었는데, 그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지 못했다. 경솔한 느낌도 있었고, '나 잘났다'는 것도 있었다. 철부지 없었던 때였다. 그때를 후회한다. 그런데 이번 앨범 작업에서 다들 선뜻 해주시니, 오히려 저는 더 겸손해지는 시기가 되는 것 같다. 드디어 제가 음악다운 음악을 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불고 있는 밴드붐도 김바다에게 날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바다는 "저는 흐름을 잘 읽는 것 같다. 해외나 국내나 새로 나온 뮤지션을 보고,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을 일찍 알아보는 편이다. 사실 밴드붐이 올 것인지도 알고 있었다. 전 뭘 해도 밴드맨이다. 발라드를 해도, 통기타를 쳐도 밴드맨이다. 밴드붐이 온 것에 엄청 반갑다. 음악의 힘은 확실히 존재한다. 여기에 기획력도 생겼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SC인터뷰]"모든 게 다시 시작"…김바다, 부드러워진 상남자 록 보컬(…
사진 제공=김바다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간 만큼, 색다른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부분도 신경 썼다. 오는 26일 오후 5시에는 강원도 양양 코랄로 바이 조선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뷰티크쇼케이스를 연다. 신보명이 '바다가 시작되는 곳'인바, 진짜 바다에서 쇼케이스를 여는 것이다. 사실 접근성은 좋지 않지만, 가수와 음악 이미지를 고려해 장소를 대관했다고. 더불어 한 달에 한 번씩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있다.

"일반 공연장에서 그간 쇼케이스를 했다면, 이번엔 호텔 풀장이 됐다. 장소에 대한 로맨틱함이 있다. 여름도 가고, 가을도 가는 이 상황에서 아쉬움을 음악으로 채워 겨울을 맞이하자는 의도다. 양양까지 와주셔서 뜨겁게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모닥불 피우면서 좋은 이벤트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같은 장소에서 계속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이를테면, 매월 세 번째 목요일은 김바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요일만 되면 김바다 공연이 열린다는 개념이 생길 때까지 진행하겠다. 사실 이런 활동도 스탠더드한 것인데, 계속 공연을 해야 밴드도 사운드가 좋아진다."

끝으로 그는 이번 앨범으로 얻고 싶은 평가로 "김바다만이 할 수 있는 뉘앙스, 목소리, 애티튜드가 있다고 하더라. 꼭 '김바다 목소리로 이런 걸 듣고 싶었었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저 사람한테 이걸 듣고 싶었는데, 드디어 해주구나라는 느낌이다"라고 바라며, 오랜 시간 기다려 준 팬들에게 "많은 변신을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하면서 웃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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