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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살림남' 박영규가 20년 전 세상을 떠난 외아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았다.
박영규는 아들이 잠들어 있는 수목장으로 향했다. 그는 "2004년 3월 13일,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아들이 교통사고로, 전화를 받았다"며 아직도 생생한 그날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박영규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못 일어났다. 울 정신도 없었다"며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발이 안 떨어지더라. 계속 울었다. 어떤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내가 살아야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20년 전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큰 슬픔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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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는 "그 뒤로는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늘로 올라가서 우리 아들 만나고 싶었다"며 "죽는 방법만 연구했다. 약을 먹어야 하나. 10여년 방황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인생 살다가 끝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술에 절어 살던 괴로운 시간. 그렇게 찾아온 5년의 암흑기. 그러나 박영규는 "아빠가 피폐해져 버리면 미안할 거 아니냐. 아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서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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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는 꽃과 아들이 좋아했던 떡볶이를 사서 수목장으로 향했다. 그때 걸려온 아내의 전화. 아내의 목소리만으로도 박영규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박영규는 "아내가 보온병에 가져가라고 했다"며 틈새 자랑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어 박영규는 "아내에게 깍듯하게 존재를 한다"는 말에 "내 상황이 그렇게 안 하면. 본능적으로 나온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잠시 후 수목장 도착, 그곳에서 아들의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달이(박영규 아들)는 항상 아빠를 자랑스러워했다. 친구들이 통통하다고 놀려도 '우리 아빠가 잘생겼으니까 나도 크면 잘생길거야'라고 받아쳤다"고 전해 박영규를 웃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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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규는 아들을 넓은 공간에 수목장 하게 된 이유도 밝혔다. 박영규는 "어려운 시절 눈치 보며 살던 아들, 성공해서 큰 집에 이사 가려고 열심히 일했는데 그걸 못해줬다"며 "지금이라도 예쁘게 잔디 깔고 재미있게, 마음껏 놀으라고"라고 했다.
이제는 아들 같이 느껴지는 나무. 박영규는 "나무가 자랄 때마다 반갑다"며 "앞으로 아빠 슬퍼하지 않고 멋지게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라며 아들 앞에서 약속했다.
그때 제작진은 41세가 된 아들의 모습을 예상해 만든 사진을 선물했고, 박영규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anjee8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