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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과 IP의 힘으로 반등한 게임산업, 하반기까지 훈풍 이어질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4-08-21 01:12


결국은 해외 시장, 그리고 인기 IP(지식재산권) 덕분이었다.

지난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올 2분기를 포함한 상반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넥슨과 크래프톤,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깜짝 실적을 공개하며 잔뜩 움츠러들었던 국내 게임 산업계에 훈풍이 전달되는 모습이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은 전세계 게임 산업계에겐 '양날의 검'이 됐다. 외부 활동과 대면 접촉이 위축되면서, 온라인으로 손쉽게 사람들과 만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인 게임이 크게 각광을 받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일상 생활이 다시 시작되면서 매출과 이용자는 급격하게 동반 추락했다. 글로벌에서도 2차 전지 혹은 AI(인공지능) 열풍에 밀려 산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함께 줄어든 것은 더욱 뼈아팠다.

하지만 IP를 활용한 신작이나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해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면서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는 등 확실히 재반등에 성공한 상반기였다. 다만 아직 대형사 위주의 흐름인데다, 글로벌 게임사들이 지난 2년간 엄청난 구조조정을 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 긴장감을 늦추기는 어렵다.

인기 IP, 해외에서 터졌다

넥슨이 올 2분기 매출 1225억엔(1조 762억원)과 영업이익 452억엔(397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30%, 64% 증가하며 역대 2분기 최고 기록을 달성한 것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덕분이었다.

이로 인해 번번이 실패했던 연 매출 4조원 달성에 대한 가능성도 한층 높였다. 게임사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2분기에 가장 고전하는 편인데, 1조원 매출을 넘겼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이지만, '한한령' 이후 국내 게임사들이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가물에 콩 나듯' 판호(서비스 권한)를 받아 서비스를 시작해도 이미 출시한지 수년 지난 작품이라 현지 트렌드와 유행에 뒤쳐지거나 혹은 이미 퀄리티가 상당히 높아진 중국 게임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못했다.


이런 엄혹한 상황에서 이미 10년 넘게 큰 인기를 모으며 현지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는 '던전앤파이터'의 IP를 계승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기에 인기는 예상했지만, 매출은 기대 이상이었다. 중국에선 구글이 서비스 되지 않아 현지 업체들이 담당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정확한 통계가 쉽지 않지만 대략 한 달만에 4000억원 가까운 매출이 나온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다만 이는 IP의 특수성과 중국에 한정된 상황이라 넥슨 입장에선 지난달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에 기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매출 1조 3729억원, 영업이익 6426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각각 48.3%와 55% 증가로 확실한 회복세다. 2분기 매출 역시 7070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배틀그라운드'에 인기 걸그룹 뉴진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한 콘텐츠로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데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에 꾸준히 현지화 콘텐츠를 탑재하면서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중동 등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올렸다.

크래프톤으로선 이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올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벌써 7년째를 맞는 '배틀그라운드' IP를 제외하곤 수익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테스트를 진행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올 4분기 정식 런칭하고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의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를 올해 출시하는 등 두 기대작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넷마블은 상반기에만 3개의 신작을 연달아 낸 가운데, 인기 웹툰 IP를 활용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한국과 일본, 미국 등에서 인기를 모으며 2분기 매출 7821억원으로 분기 최대치 실적을 공개했다. 7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렸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소액이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한데 이어 2분기에 1112억원의 이익을 올린 것은 말 그대로 '반전 드라마'다. 일단 넷마블로선 2년여의 부진을 딛고 하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이 당면 목표다.

다양한 방면에서 돌파구 찾기

반면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은 충격 그 자체였다. 3689억원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로 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고작 88억원에 그치며 75%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리니지' IP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계속 지적된 가운데 '리니지M' 시리즈의 매출이 추락했고, 지난해 말 출시한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국내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탓이다. 분사와 구조조정에 이어 국내외 게임사와의 협업이나 인수합병 등을 진행하고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오는 10월 'TL'의 글로벌 출시를 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주 매출 기반이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하는데 걸림돌이었던 확률형 아이템 모델을 걷어냈고, 생활형 콘텐츠를 보강하는 등 글로벌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유저들의 성향에 맞게 다듬었기에 나름 기대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2분기에 영업이익이 28억원에 그치며 지난해 동기 대비 89%나 줄어든 것 역시 출시된지 3년이 넘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이다. 그동안 카카오 그룹의 중요한 '캐시카우'이자 역동성의 상징이 바로 카카오게임즈였기에 반드시 반등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신작 RTS(실시간 전략 게임) '스톰게이트'의 얼리 액세스를 지난 14일 시작했고 향후 '패스 오브 엑자일2' 등의 신작을 계속 선보이며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세를 노린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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