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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지난 5시즌 연속 결승 무대를 독점했던 젠지와 T1의 양강 구도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T1이 부진에 빠진 사이 늘 양강 구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한화생명e스포츠가 5연승을 구가하며 젠지를 바짝 뒤쫓고 있고, 디플러스 기아도 지난 2020~2021년 3개 시즌을 연달아 제패했던 호시절의 경기력을 연상케 하는 탄탄한 전력으로 젠지, 한화생명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의 기세라면 6번째 시즌만에 이른바 '젠-T'의 결승 대결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서머 시즌에서 역시 5할 승률에 그쳤지만 결국 결승까지 오른 T1의 '우승 본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젠지의 무적 행진, 과연 어디까지
젠지는 LCK에서 5개월 넘게 패배를 지워버리고 있다.
우승 멤버였던 3명을 내보내고 새롭게 영입한 '기인' 김기인, '캐니언' 김건부, '리헨즈' 손시우가 스프링 시즌부터 별다른 흔들림 없이 잔류 선수인 정지훈, 김수환과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주며 확실한 '이름값'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LCK에선 최강을 뽐내다가도 국제대회에선 우승은 커녕 4강조차 오르기 힘겨운 모습으로 '내수용'이라는 오명에 시달렸지만, MSI에서 LPL(중국) 2개팀을 연달아 물리치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이를 스스로 떨쳐낸 것은 분명 놀랄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비록 e스포츠 월드컵에선 첫 경기에서 패하며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지만, 오히려 서머 시즌과 함께 이미 MSI 우승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됐다고 할 수 있다.
T1은 돌아온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사실 젠지의 여전한 상승세는 예상됐지만, T1의 위기는 다소 의외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롤드컵을 역대 4번째로 제패한 T1은 우승 멤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올해 스프링 시즌에서도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고, 6개 시즌 연속으로 결승 무대에 섰으며 MSI 3위에다 e스포츠 월드컵까지 제패하는 등 꾸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로 출발하기 전 지난달 29일 KT전에서 1대2로 패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데 이어, 월드컵에서 돌아와 최하위 OK저축은행 브리온전에서 2대1로 간신히 승리를 거둔 이후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시즌 중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여파가 상당하다. 지난해 서머 시즌에서도 5연패를 당하며 승률이 5할에 머물렀지만, 당시 팀의 중심인 '페이커' 이상혁이 부상으로 인해 로스터에서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부진은 심상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향후 4경기 가운데 3경기가 KT, 디플러스, 젠지 등 강팀과의 대결이기에 자칫 하락세가 이어질 위험도 높다. 하지만 하위권팀들의 여전한 부진으로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최소 6위를 지키는데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인데다 전열을 다시 가다듬는다면 '늘 그러했듯' 다시 결승 무대에 오를 가능성은 얼마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늘 결승 문턱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한화생명이 T1전 2연승을 포함해 5연승으로 이번 시즌만큼은 분명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디플러스가 상승세인데다 KT가 시즌 초반 4연패의 부진을 씻고 역시 5연승을 달리며 '서머 시즌의 강자'라는 닉네임에 맞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남은 2라운드에서 치열한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