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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20년 전만 해도 힙합이 이렇게 대중적인 장르가 될 수 있다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현재 한국 힙합의 뿌리를 찾아 더듬어보자면, 다이나믹 듀오의 20년 여정을 필히 살펴봐야 한다. 다이나믹 듀오는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다는 20년 동안 '국힙(국내힙합) 레전드'로, 힙합 붐의 기반을 닦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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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 20년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은 것에 개코는 "친한 드라마 제작사 PD 동생이 저희의 지금까지 음악 하는 모습이 재밌었는지, 형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고 싶다더라. 그래서 얘기 좀 해달라고 해서, 자주 만났었다. 저희도 저희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좀 써볼까 하는 와중에, 우리 이야기를 앨범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더라"고 했다.
지난해 선보였던 정규 10집의 파트1, 파트2 이어 이번에는 파트3을 포함, 완성편을 내놓았다. 이번 정규 10집 본편에는 타이틀곡 '피타파 (Feat. pH-1, JUNNY)'를 비롯해 '911 (Feat. Tabber)', '드라마틱 (Feat. 허성현) (Narration by 정만식)', '다리 없는 새 (Feat. Crush)', '다시 태어나도 (Feat. BewhY)'까지 신곡 5곡이 추가로 수록됐다.
파트3에는 음악적으로 성공한 이후의 다이나믹 듀오 이야기가 담겼다. 그러나 빛을 본 서사와 다르게, 멜로디 흐름과 구성이 다소 무거워 의아함을 자아내는 바다. 개코는 "응원도 받고 대중의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됐다. 그런데 빛이 커지니 동시에 그림자도 커지더라. 부침도 구설수도 겪게 됐다. 개인적인 서로의 일들이 동시에 많이 일어나면서, 감정적으로 슬럼프도 왔다. 침체된 시기가 가장 큰 빛 이후에 오더라. 그때 느꼈던 상처와 이런 것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굉장히 냉소적이고 차갑다가 이겨내는 과정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희로애락이 있었다고 느껴진다. 한 사람 인생에서 다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인생 3회차 정도의 희로애락이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부침과 성공이 있어서, 감정을 입체적으로 느낀 것 같다. 현재는 어떤 생각을 하냐 돌이켜보면, 치유의 과정도 있었고, 현재에서는 긍정하는 부분도 있고. 만족하고 받아들이는 상태와 가까운 미래를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마지막 곡에서 표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자 역시 "저희가 원래는 후보에는 올라도 상을 못 받는 팀이었는데, 어느 시점이 되니까 저희에게 상을 다 주더라. '이거 이상한데?' 했는데, 여러 가지 조명을 받다 보니 큰 그림자도 생기고 그렇더라.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데 '1등 하는 공식이 뭔지 알 것 같다'는 착각을 했었다. 돌이켜서 보면 저희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설레고, 약간 잘되면 기쁘고, 약간 망하면 슬프고 그랬다. 지금은 단단해졌다기보다는, 좀 더 말랑말랑해져서 받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에아오'와 '스모크'로 신드롬급 인기를 얻은 바다. 2014년작 '에아오'가 숏폼에서 큰 사랑을 받는가 하면, '스모크'는 엠넷 '스트릿 우먼 파이터2' 리더 계급 미션곡으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 힙합의 전설다이나믹 듀오가 지난해 새로운 전성기를 또 한 번 연 셈이다. 최자는 "우리는 계속 앨범은 내지만, 미디어 구조가 바뀌고 있다. 신보가 나온다고 신보를 듣는 세상은 아니라서, '스모크'는 오랜만에 접점이 된 것 같다. 소비하는 음악을 오랜만에 만든 느낌이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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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는 "글로벌해진 느낌은 확실히 있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폭이 훨씬 넓어졌고, 취향도 힙한 안에서 여러 가지가 있다. 또 해외에서 공연을 해보니, 한국에서 만드는 힙합 음악이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고, 최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지만, 방송이 시기 적절하게 커지면서 너무 과하게 인기를 얻었다. 짧은 시간 거품일 수도 있는데, 원래 힙합이 그렇게 사랑받는 장르는 아니었다. 처음으로 아이돌 음악이 빵 나왔을 때 힙합에 겨울이 왔다고 생각했다. 지금 또 겨울이라고 볼 수 있지만, 힙합이라는 장르를 계속하면 또 좋은 곡은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이나믹 듀오를 보고 꿈을 키운 '다듀 키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자는 "고마울 따름이다. 저희 음악을 듣고 자라서 유명한 스타가 될 동안 우리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고맙다. 저희 이름을 가사에 써줄 때가 있는데, 듀오의 대명사로 봐줘서 뿌듯하고 고맙다. 힙합신에 책임감을 느낀다기 보다는, 후배들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어서 저희는 저희대로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고 했고, 개코는 "힙합이란 매력이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존중이라는 것도 있다. 저희가 지금까지 했던 것에 대해 음악적으로 훌륭하나, 아니냐를 떠나서 추억이 됐고, 그걸 존중해주는 것에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데뷔 20주년인 이 시점에서 다이나믹 듀오가 현재 추구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개코는 "하루에도 수백곡이 나오고 있고 아티스트도 넘쳐나는데, 이런 시장에서 '우리가 뭔가 깨야겠다'기 보다는 '가장 우리한테 자연스럽고 다듀스러우면서도, 그래도 최근에 발표한 음악 같아'라고 느꼈으면 한다. '다듀지만 옛날 느낌이 아니라, 요즘 노래 같고 자연스럽고 다듀 같아' 느끼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엄청 어렵다. 우리 얘기를 쓰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듀스러움'도 짚었다. 개코는 "대중이 생각하는 '다듀스러움'과 저희가 느끼는 '다듀스러움'이 맞으면 좋겠다. 저희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기술적인 부분을 포기해도 이야기가 잘 전달된다면, 음악의 형태나 방법일 바뀌어도, 메시지는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우리 이야기를 써야 하는 이유는, 공감대가 필요해서였다"고 했고, 최자는 "최자와 개코라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상적인 음악을 하고 싶다. 그걸 잘 표현하면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내 친구 이야기, 아는 동네 친구 이야기라고 느껴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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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 역시 "진짜 신인일 때는 신인인 게 싫었다. 열심히 하는데 안 알아봐 주고. 지금은 신인인 것이 재밌더라. 저 사람들이 우리를 모르니, 저 사람들이 신날 때까지 해야지라는 느낌이다. 게임으로 치면, '만렙'을 찍어 어느 무대에 올라가도 떨리는 게 없었는데, 근데 외국 나가니 다시 레벨 1이더라.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이라 좋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다이나믹 듀오 활약을 기대케 했다.
마지막으로 개코는 "힙합신에서 저희의 책임감이라고 하면 건강이다. 둘이 같이 건강해야 이 듀오를 유지할 수 있다. 서로 다치지 않고 건강한 게 서로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 회사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건강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본다"고 했고, 최자는 "따로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게 편하다. 한 명은 지칠 수 있는데, 팀은 지치지 않는다. 이제는 어떤 무대에 올라가도 동력이 돼서 힘들지 않는다"며 끈끈한 의리를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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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