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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파묘'로 뚫은 천만 지붕(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4-03-21 11:45


[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
사진=쇼박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온 우주가 도운 '파묘'의 흥행이다. 그 어렵다는 마니아 영화로 1000만 흥행작을 만든 장재현(43) 감독이 관객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제작)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 그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파묘'의 흥행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15) '사바하'(19)를 통해 'K-오컬트' 장인으로 등극한 장재현 감독의 세 번째 오컬트 작품인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았다. 한국 토속신앙에서 빠질 수 없는 음양오행, 풍수지리를 근간으로 한 익숙하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접근 방식으로 오컬트 호러 영화의 새로운 판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파묘'는 역대급 반응을 모으며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개봉 당일 실시간 예매율 54%, 사전 예매량 36만9990만장(오전 7시 21분 기준)을 돌파하며 2024년 개봉 영화 최고 예매율 기록으로 화려하게 등판했다. 이후 '파묘'는 3일 차 100만, 4일 차 200만, 7일 차 300만, 9일 차 400만, 10일 차 500만, 11일 차 600만, 16일 차 700만, 18일 차 800만, 24일 차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21일 기준 1000만 돌파까지 47만7241명을 남겨둔 상태.

박스오피스 순위도 흔들림이 없었다.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 신작이 개봉해도 무려 28일 연속 흥행 1위를 지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12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보다 빠른 흥행 속도로 극장가를 집어삼킨 '파묘'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최단 최장 기록으로 의미를 남겼다.


[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

[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

[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
이날 장재현 감독은 "영화가 이렇게 많이 사랑을 받다 보니 부담감도 있고 아직 얼떨떨하기도 하다. '더 잘 만들걸'이라며 자괴감도 들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런 시간은 살면서 또 안 올 수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좀 즐기라고 해서 요즘은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같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 생각도 많이 들었다. 투자사와 제작사도 그렇고 같이 홍보 마케팅한 팀들, 배우들이 다들 기분이 많이 좋은 것 같다. 긴장감보다는 다들 분위기가 좋아서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았다. 분위기가 긴장감에서 하루하루 많이 웃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 영화는 시사회를 할 때도 동료 감독들로부터 '너무 마니악하다' '손익분기점 파이팅'이라는 의견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개봉하니 일반 관객이 '생갭다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희망이라기보다는 관객이 그렇게 느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도 그 누구도 1000만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파묘'를 만들 때 이렇게까지 큰 흥행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젊지 않나? 앞으로 영화를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도 있다. 흥행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마니아 영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1000만을 앞두고 있다. 좀 실감이 안 난다. 부담도 있다. 단 한 번도 1000만 흥행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됐지' 정도로 생각했다. 우리가 유독 1000만 감독에 대한 프레임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1000만 감독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 큰 예산의 영화를 기피하고 싶다. 혹여 다음 영화가 400만 정도로 끝났다고 해서 아쉽다고 안 했으면 좋겠다. 수치가 참 무서운 것 같다. 요즘 제작비에 맞는 손익분기를 넘겨야 하니까 늘 연출 할 때 기본 흥행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그 정도의 목표를 가지고 달리고 싶다. 내려올 길만 남았다는 게 참 부담이기도 하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
'파묘'의 흥행 원동력에 대해 "항상 손익분기점을 목표로 한 감독이었다. 그런데 '파묘'의 흥행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던 것 같다. 배우들의 홍보 활동도 그렇고 투자, 마케팅의 홍보 전략도 통했다. 궁합도 잘 맞았고 시기도 잘 맞았다. 물론 감독 역량에 대해서도 가끔 생각한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영화에 집중하다 보니 희미해졌는데 초심으로 돌아가다 보면 초심은 정확했던 것 같다. 오락성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실했다. 처음 기획하고 다짐했던 요소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배우들이 가진 포텐이 모아져 흥행으로 이어진 것 같다. 같이 궁합이 잘 맞은 것 같다. 배우들이 캐릭터의 페이소스를 정말 잘 살려준 것 같다. 각 배우들과 캐릭터의 궁합이 영화의 가장 큰 흥행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매 회차 무대인사를 소화하며 '할꾸(할아버지 꾸미기)' 신드롬을 일으킨 최민식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더했다. 장재현 감독은 "최민식 선배가 무대인사를 돌면서 매번 하는 말이 '이 맛에 영화를 하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 관객과 만나 호흡하면서 오랜만에 극장에 사람이 꽉 차고 사랑을 받으니까 너무 좋아했고 항상 그렇게 이야기했다. 다른 배우들도 와글와글한 극장과 상영관의 열기를 느끼면서 오랜만에 영화배우로서 행복을 느낀 것 같다"고 밝혔다.

군입대로 함께 흥행 기쁨을 나눈 이도현에 대해서도 "요즘은 군인에 문자 보내는 게 가능해서 '파묘'가 틈틈이 몇만 됐다고 보내주고 무대인사 사진도 보내줬다. 그런데 이도현이 말하길 군대에서도 다 '파묘' 이야기만 한다고 하더라. '파묘'가 스크린 데뷔작인데 같이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조만간 면회 한 번 가려고 한다"고 애정을 전했다.


[SC인터뷰] "그 누구도 예상 못 한 흥행"…장재현 감독, 마니악 한 …
사진=쇼박스
물론 1000만 흥행에 가기까지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앞서 '건국전쟁'의 김덕영 감독은 최근 개인 계정을 통해 '파묘'를 두고 "항일 독립? 또 다시 반일주의를 부추기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 '건국전쟁'에 위협을 느낀 자들이 '건국전쟁'을 덮어버리기 위해 '파묘'로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장재현 감독은 "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 영화가 많이 사랑을 받다 보니 여러 이야기가 나왔는데 오히려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 '파묘'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있다기 보다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를 보고 누구나 다르게 받아들일 수는 있다"고 답했다.

또한 중국 관객의 도둑 시청과 영화 속 배우들이 화를 피하고자 얼굴이나 몸에 한자를 새긴 것에 대한 트집으로 논란이 된 바, 이에 대해서는 "내가 어떤 것을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에 관심을 가져줘서 괜찮았다. 무언가를 의도했는데 논란이 되면 생각할 여지가 있겠지만 어떤 한 부분만 보고 이야기를 해 괜찮았다"고 호탕하게 넘겼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관객을 타겟하고 만들 수 없다. 내가 첫 번째 관객이라 생각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우울함이 있었는데 그래서 더 체험적인 오락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만들면서 그런 생각은 했다. 30~40대가 과거에 좋아했던 강시 영화처럼 이 영화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확실히 요즘 관객은 극장에 가야 할 이유를 찾는 것 같다. 나도 항상 그걸 생각한다. 이 영화는 유독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실제로 모니터를 할 때도 내가 극장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다. 관객들도 극장용 영화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또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 입장에서는 극장에 장르 영화도 있지만 다양한 영화가 있고 극장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말하고 싶다. 다양한 장르 영화가 많이 나와서 극장의 추억이 다시 살아남는 시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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