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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선택받던 내가 선택하는 위치로"…유태오, 인생 바꾼 '패스트 라이브즈'(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4-03-05 06:59


[SC인터뷰] "선택받던 내가 선택하는 위치로"…유태오, 인생 바꾼 '패…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유태오(43)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인생작을 만났다.

멜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 감독)에서 어린 시절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을 연기한 유태오. 그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패스트 라이브즈'의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한국계 캐나다 감독이자 '넘버3'(97)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 셀린 송의 첫 연출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여 년이 흐른 후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오는 3월 10일(현지 시각)에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갱상 두 부문 후보에 오르며 제2의 '기생충' '미나리'로 언급되고 있다. 현재 '패스트 라이브즈'는 전 세계 75관왕 210개 노미네이트라는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특히 2018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된 '레토'를 통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주목을 받는 배우로 떠오른 유태오가 '패스트 라이브즈'의 주연으로 출연해 많은 기대를 모았다. 24년 전 이민 간 첫사랑을 만나기 위해 뉴욕을 찾아가는 주인공 해성을 연기한 유태오는 과거 인연의 끈을 잡기 위해 용기를 낸 복잡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유태오는 지난 18일 열린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에서 한국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많은 화제를 모았다.


[SC인터뷰] "선택받던 내가 선택하는 위치로"…유태오, 인생 바꾼 '패…

[SC인터뷰] "선택받던 내가 선택하는 위치로"…유태오, 인생 바꾼 '패…

[SC인터뷰] "선택받던 내가 선택하는 위치로"…유태오, 인생 바꾼 '패…
이날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한 과정에 대해 "처음에 제작사는 해성 역할을 위한 한국 배우를 구했다. 당연히 독일 출신인 나는 초반에 언급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그 누구도 나를 평범한 한국 남자로 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마지막에 내 이름이 올라갔다고 들었다. 공식적인 오디션 단계를 거쳤고 2주 뒤 화상 오디션을 봤다. 보통 1시간 정도면 오디션이 끝나는데 나는 오래 걸렸다. 이 긴 시나리오를 세 번 정도 연기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셀린 송 감독이 나를 통해 무언가 보고 싶어하는 포인트를 알게 됐다. 오디션 2주 후에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수상한 날 이 영화에 출연이 결정됐다고 들었다"고 웃었다.

그는 "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인연'이라는 요소가 좋았다. '인연'은 동양 철학적인 요소로 자주 쓰는 말이지 않나? 이 요소를 서양 관객에게 소개시키면 좋을 것 같았다. 실제로 셀린 송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서 실력이 너무 멋있었다. 또 마지막 신에 남아있는 여운 때문에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눈물이 나는 게 쉽지 않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연출만 잘 된다면 많은 사람을 감동시킬 것 같았다. 선택을 당하는 직업이라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게다가 A24와 CJ ENM이 합작한 영화지 않나? 한국 소재의 중심인 영화인데 '미나리'의 A24와 '기생충'을 만든 CJ ENM이 손을 잡는다고 했을 때 긴장이 됐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선택받던 내가 선택하는 위치로"…유태오, 인생 바꾼 '패…
'패스트 라이브즈'를 인생작으로 꼽은 유태오는 "이 작품으로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내 커리어에 확실한 영향을 끼쳤다. 관객과 평론가들이 내가 느꼈던 마음의 움직임을 똑같이 느낀다면 개봉 이후 많은 사람이 나를 다시 볼 것이고 내가 세계적으로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물론 아직도 한국, 미국 오가며 오디션을 보고 있지만 확실히 이 작품을 기점으로 미국에서 캐스팅 제안이 먼저 들어오기도 한다. 선택을 받던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빛낸 순간도 곱씹었다. 유태오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 됐다고 기대를 많이 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만들 때 결과주의적인 생각으로 임하지 않는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가 느낀 감수성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고 영화를 봤을 때 모두 똑같은 감동을 받았으면 했다"며 "그래서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소식을 들었을 때 실감이 안 났다. 막상 그 시상식 당일 자리에 참석했을 때 매니저가 '소감 준비했나?'라고 하길래 그때부터 긴장이 됐다.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남우주연상 수상을 호명할 차례가 올 때까지 온통 소감만 생각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가 됐는데 그의 수상이 확정되고 나서 너무 안심이 됐다. 앞서간 연기 선배이지 않나? 킬리언 머피에게 다가가 '당신이 수상자라 너무 좋다. 당신의 연기를 보며 배운 학생이었다'고 축하를 건네기도 했다. 나는 해외에서 상을 타보지 않았지만 이러한 시상식이 비단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가진 커뮤니티가 감싸주는 따뜻한 온도가 무엇인지 경험하게 됐다. 킬리언 머피에게 용기내 인사를 건네니 고맙게도 포옹으로 화답을 줬다. 그리고 킬리언 머피가 나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데려가 소개해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우리 영화를 봤다고 해 더 긴장된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팬심을 전했고 한국 배우 필요할 때 오디션을 꼭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3월 6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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