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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이 지난해 불거진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성폭력 사건에 공식적인 사과를 전했다. 반면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의도적'이라는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계속해서 억울함을 주장했다.
이어 "상담소는 사건 조사 및 처리 절차에 따라 조사위원회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조사 및 심의를 진행했다. 조사위원회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를 포함하여 구성하였으나 피신고인이 전문성 및 객관성 담보를 이유로 법무법인 혹은 노무법인으로의 조사기관 변경을 요청하며 수차례의 조사 권고에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신고인과 참고인에 대한 조사로 진행했다. 신고인은 피신고인의 계속된 조사거부 의견에 따라 조사기관 변경과 그에 따른 재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그 또한 피신고인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본 사건의 조사위원회는 신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점과 참고인들의 구체적 진술이 상호일치 되는 정황 조사를 토대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며 부산영화제는 지난 2023년 12월 심의위원회 의결 결과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중함'을 통보받았다"며 "부산영화제는 사건 이후 전 직원 대상 전수조사를 비롯하여 성 평등 캠페인, 심화교육 등 예방교육을 실시하였으며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 성 평등하고 안전해야 할 직장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와 초기 조사 절차 과정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 아울러 부산영화제 직원들과 부산영화제를 사랑하는 모든 분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한다"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인정, 반성했다.
그는 "신고인에게 지난 5개월간은 당시 기억을 끄집어 내는 일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상세히 진술해야 하는 일들의 반복이었다. 이 시간을 견뎌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본 사건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론화돼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있으며 진상 조사를 통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성실하게 참여해 왔다"며 "피신고인 또한 한때 해당 사건이 발생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 지위에 대한 책임을 다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계속된 진상 조사 거부로 사건 처리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긴 시간 지체됐다"고 사건 조사가 지체된 과정을 토로했다.
이어 "신고인측은 피신고인 측이 제기한 대로 조사기관의 객관성을 보완한 재조사를 요청했고 재조사 과정에서 변경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협조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 재조사 불응 의견을 또 다시 피력한 피신고인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애당초 가해자로 지목된 전 집행위원장의 사직 처리로 조사 참여에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게끔 원인 제공을 한 부산영화제 측은 피해 발생 기관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진상이 규명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길 요청한다"고 요청했다.
피신고자인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조사 불응에 대한 깊은 유감을 전한 피해자. 부산영화제 측은 피해자의 입장과 함께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입장도 공개했다. 이는 부산영화제 명의로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표 내지 게시할 경우 피신고인의 입장을 함께 밝혀달라는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요청을 들어준 것.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본 사건의 객관적 조사는 피해자 지원활동과 별개의 영역이다. 이에 피신고인은 조사 개시 2주 전인 2023년 6월 19일 부산영화제 측에 법률적 전문성, 공정성 등이 우선시되는 법무법인 혹은 노무법인으로의 조사기관 변경을 정식 요청했지만 부산영화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피신고인은 이번 조사에 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조사를 응하지 않은 경위를 밝혔다.
조사주체 변경 후에도 재조사를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아무런 경위 설명 없는 조사기관 변경 제안은 재조사로 인해 피신고인이 감수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행정절차며 신규조사기관은 앞선 조사기관의 조사겨로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과 시간 경과로 인한 진술의 오염 가능성, 신고인과 참고인의 2차 피해 유사상황 발생 등이 우려돼 재수사 역시 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나의 어떤 말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사례가 있었다면 온전히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라는 판단, 특히 나의 내면적 의지에 대해 단언하는 '의도적'이라는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나에 관한 논란이 부산영화제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집행위원장직에서 최종적으로 물러난 이후 그간 나의 삶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생각이다.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부산영화제 개최를 5개월 앞둔 지난 5월 돌연 집행위원장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해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사의를 표명한 날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부산영화제 직원 A씨를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