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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몸을 더럽힌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마음을 준 건 미안합니다."
'파트2'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안은진은 전무후무 새로운 사극 여성 캐릭터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파트1에선 '연기 장인' 남궁민의 매력에 상당부분 기대었다면, 이제 안은진의 안은진에 의한, 안은진을 위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녀 아니라면 그 누가 조선시대 최고의 발칙하며 당당하고 강인한 여성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대체불가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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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유길채는 오랑캐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이마에 상처를 냈다. 흔들림 없는 눈빛이 눈길을 끌었다. 강인한 매력을 표현했다. 유길채는 '환향녀'라는 원색적인 비난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그녀가 그릴 시대의 비극과 들꽃 같은 생명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작진은 "유길채는 구원무와 이혼하면서 더 강하게 쏟아지는 '환향녀' 취급에 맞서게 된다. 절대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세상의 잘못된 시선에 맞설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유길채라는 인물이 얼마나 강인하고 매력적인지, 왜 이장현이 유길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입증될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더불어 "안은진은 흔들림 없는 연기로 강단 있는 유길채를 담아냈다. 시청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방송된 '연인' 16회에서 '유길채'(안은진)는 이장현(남궁민)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 위해 가슴 아픈 이별을 받아들였다. 이어 한양으로 돌아와 구원무(지승현)에게 직접 이혼을 선언했다.
유길채는 심양에 함께 살자는 이장현의 제안을 놓고 고민을 하던 차, 난관이 속출했다. 각화(이청아)가 조선 포로들의 목숨을 빌미로 이장현에게 유길채를 조선으로 보내라 협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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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양으로 돌아온 유길채를 맞이한 것은 "오랑캐가 묻었다", "조선 여자들 망신시킨다"라는 비난 뿐. 더욱이 구원무(지승현)는 그 사이 다른 여자와 애까지 가졌다. 구원무 역시 유길채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정절을 지켰느냐는 것이었고, 동생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이야기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급기야 유길채의 아버지는 딸의 치욕을 씻어주겠다며, 한밤중 유길채의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그만큼 '환향녀'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차가웠던 시절, 그러나 유길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조롱하는 사내에게 당차게 따귀로 맞섰다.
그리고 마침내 구원무에게 당당히 이혼을 선언했다. "여기에서 만든 장도 몇개는 제가 가져가서 호구에 써도 되겠지요"라고 말문을 연 길채는 "예. 심양에서 오랑캐에게 팔려갔었습니다. 거기서 참기 힘든 치욕을 당했지요"라고 했다. 이어 "이장현 나리도 만났습니다. 나리의 도움으로 속환되었습니다"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리고 이혼 사유로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건 제 잘못은 아닙니다. 그 일로 이혼을 요구하셨다면 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심양에서 이정현 나리에게 마음을 준 일은 미안합니다. 해서 이혼하는 겁니다"라고 선언했다.
정절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고, 이혼이란 남성이 요구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을 무대로한 사극에서 이 당찬 캐릭터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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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운데 병자호란 뒤에도 계속되는 민초들의 참혹한 삶을 엄중히 그려낸 '연인' 파트 2가 길채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준, 어찌보면 가장 판타지스러운, 그러나 가장 시청자들이 보고싶어하는 이상과 매력에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자고로 드라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비현실적인 꿈과 웃음, 희로애략을 담아야 한다는 말이 새삼 와닿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전국 기준 시청률 12%로 파트2 자체 최고 기록을 또 경신했다. 이는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 금토드라마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3.5%까지 치솟았다. 광고 및 채널 경쟁력 주요 지표인 2049 시청률은 3.7%로 토요일 전 채널 프로그램 1위를 찍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