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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따르면 '정상'이라는 관념이 서구 사회에 뿌리내린 건 채 200년도 되지 않는다. 그 전에 '정상'이란 말은 직각을 가리키는 수학 용어에 불과했다. 19세기부터 통계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속성을 측정해 처음에는 평균을, 그다음에는 표준을 찾아내려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누가 정상인지를 정의해야 했고, 이는 무엇이 가치 있고, 누가 가장 인간적인 것인가라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특히 제국주의시기 서구 과학자들은 모국의 인구와 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교했는데, 거의 항상 백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비교 작업을 진행했다. 인간을 측정하고 표준화하려는 과학자와 의사는 대부분 서구 백인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대부분 배타적인 이성애자였다.
이런 상황은 현재까지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위어드(WEIRD), 즉 서구의(Western), 교육 수준이 높고(Educated), 산업화한(Industrialized),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은 세계 인구의 12%에 불과하지만, 심리학 연구 대상의 96%, 의학 연구의 80%를 차지한다.
저자는 "정상성의 정의에 포함되는 것만큼이나 그 정의로 인해 배제당하는 것 또한 많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상성이란 것이 특정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그 의미가 구성되었는지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와이즈베리. 이혜경 옮김. 5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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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