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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보영이 짜릿한 역전극을 선사했다.
하지만 강회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정승길)이 모든 책임을 최창수(조성하)에게 전가했다. 유정석이 생방송 뉴스에 출연해 대기업을 등에 업은 광고대행사의 민낯을 폭로하고, 그 책임자로 자신과 최창수를 지목했기 때문. 어차피 회사를 나가야 될 사람이 짊어지고 가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이제 쓸모가 다 한 최창수는 VC기획에서 내쫓겼다.
경쟁자가 사라졌지만, 고아인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강한수가 부회장으로 취임한다면, 강한나와 함께 자리를 보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불보듯 뻔했다. 이에 고아인은 강한나에게 "주주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프레젠테이션"을 특훈했다. "내용만큼 중요한 게 형식이고, 형식만큼 중요한 게 태도다. 프레젠터의 사소한 표정, 행동, 자세, 이런 요소들이 듣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온다"며 밤새도록 모든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제 공석이 된 VC기획 대표 자리는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대단한 성과를 낸 고아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고가 되면 만족할 것이란 모두의 예상을 다시 한번 뒤엎었다.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의 '오장육부' TF 팀원들, 그리고 끝까지 의리를 지킨 비서 정수정(백수희)와 함께 작은 독립대행사를 차렸던 것. 그리고 모두에게 '주주'의 자격을 부여했다. 안정적인 '머슴'보다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주인'이 되는 길을 택한, 자신의 한계를 남들이 결정하게 두지 않는 고아인다운 파격 행보에 앞으로도 코끼리처럼 길을 터주며 한계 없이 나아갈 그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완벽한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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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회사 생활의 리얼리티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매일 매일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광고인들과 조은정(전혜진)으로 대변됐던 '워킹맘'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것. "마! 이게 회사고, 이게 사회생활이다!"라는 짤이 돌거나, "예전 직장 상사가 생각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오는 것 같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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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이보영,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전혜진 등 명품 배우들이 열연이다. 특히, 이보영의 독한 연기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차분하고 단아한 이미지에 독기 품은 눈빛은 '우아하게 처절한' 전투를 치뤄 온 '고아인' 그 자체였다. '대사 전달력이 좋은 배우'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그가 내뱉는 귀에 쏙쏙 박히는 우아한 팩트 폭격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고아인이 왜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당위성을 부여했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명불허전이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이보영의 독한 연기와 밸런스를 맞추며 극의 긴장감을 이끌었던 조성하, 솔직 당당한 매력에 사랑스러움까지 더하며 독보적 재벌 캐릭터를 연기했던 손나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묵직한 감정 표현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은 한준우,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 '조은정'을 찰떡처럼 소화해낸 전혜진까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시너지가 빛을 발했다. 여기에 이창훈, 이경민, 김대곤, 정운선, 박지일, 백수희, 김미경, 장현성, 신수정, 김수진, 전국환, 송영창, 조복래, 정승길, 김민상, 정원중, 정예빈 등 존재감을 발휘했던 조연들의 명연기는 지난 8주간 진짜 '광고 대행사'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듯한 재미 속으로 시청자들을 이끌었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6.0%, 수도권 17.3%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