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주세요."
이에 대한 SM 내부의 반발 여론이 나오자 하이브는 이례적으로 SM 인수합병과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CEO는 "SM은 SM만의 가치가 있다. 그 색을 계속 지켜가고 이들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이수만의 경영 참여나 프로듀싱 참여는 없다.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
|
|
'카카오는 엔터 기업이 아니고 다방면으로 공격적 투자를 하며 상장을 노리고 있는 기업인 만큼 투자를 받은 느낌이 강하지만 하이브는 엔터사라 SM이 산하 레이블로 들어간 느낌',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확립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SM의 시스템과 음악에 0.1%도 관여하지 않겠나'라는 등의 걱정부터 '그래도 SM이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회사에 다녔는데 참담하다'라는 등의 심경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SM과 팬들이 걱정을 하는 대목은 '하이브의 개입이 과연 K팝신에 도움이 될까'라는 것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정말 큰 스타는 그만큼 강력한 라이벌이 있을 때 나온다. 김연아에게 아사다 마오가 있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리오넬 메시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 가요계에서도 그랬다.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 신화와 클릭비, 동방신기와 빅뱅, 소녀시대와 카라 2NE1 등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글로벌 한류스타로 성장했다. 그런데 SM이 하이브의 손에 떨어지게 되면 이런 경쟁구도 또한 사라진다. 하이브가 동방신기 보아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엑소 레드벨벳 에스파 NCT 등 막강한 SM의 IP를 흡수하면서 K팝신을 독점하게 된다. JYP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 등 남은 빅2가 있다고는 하지만 규모로 보나 숫자로 보나 하이브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겠냐는 게 대중의 의견이다.
|
|
블라인드에서 진행된 익명 투표만 봐도 SM 직원들의 심경을 알 수 있다. 현 경영진과 카카오 동맹을 지지한다는 쪽이 무려 85%에 달했다. 반면 이수만과 하이브 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15%에 그쳤다.
아티스트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샤이니 키는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진행한 '킬러' 카운트다운 라이브에서 "나도 콘서트를 하고 싶다. 어디에 얘기해야 할 수 있는 거냐. 지금 회사가 뒤숭숭하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SM은 13일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구호를 위해 성금 2억원을 기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다음달 27일 임기가 종료되는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연임에 도전한다.
이수만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중 대부분을 하이브에 남겼다고는 해도 애초 이수만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이 20%가 되지 않는 만큼,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소액 주주들의 마음잡기가 중요해진 상황. 이에 SM은 주주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를 기타 비상무 이사로 추천하고 얼라인 측 추천을 거친 사회이사 3명도 새로 선임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라이브 기획을 통해 SM 수익의 상당부분을 챙겨 주주 봉기 사태의 원흉이 됐던 이수만과 완벽한 거리두기가 된 상황인 만큼, SM에 대한 주주들의 호감도 높아졌다. 실제로 SM 3.0 발표 이후 SM의 주식은 연일 상승세를 달렸고, 리포트도 '매수'로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
'그분'을 제외한 거의 모두가 바라는 SM 왕국의 생존이다. K팝 산업을 위해 정말 옳은 결정이 무엇인지, 금액 이상의 문화가치가 인정될 것인지 다시 되짚어봐야할 때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