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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유퀴즈' 진선규가 13년간의 무명 생활을 돌아봤다.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받은 직후 수상소감도 화제가 됐다. 진선규는 "후배들 말 들어보면 대학로가 들썩였다더라. 극단 식구 뿐 아니라 대학로에 '와' 하는 소리가 들렸다더라"라며 "전 그 수상소감을 아직도 못 봤다. 이상하게 부끄럽기도 하더라. 상을 받으면 조리 있는 소감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바보 같아 보였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갑자기 달라진 인생에 무섭기도 했다는 진선규는 "시선도 달라지고 달라져있는 내 모습이 무서웠다. 그때 아내가 '정신차려'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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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는 "쌀통에 쌀이 없었던 순간은 필름의 한 컷처럼 남아있다. 진짜 돈이 없어서 200만 원을 은행에 빌리러 갔을 때 카드가 다 연체 돼서 그 돈도 못 빌렸을 때 많이 울었다. 내가 가장이 됐는데 한 사람을 책임 못 지고 있구나 하는 자괴감도 있었다"며 "근데 아내가 '괜찮아'라고 얘기하는 그 덤덤함 덕분에 쓸쓸함도 있었지만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더 컸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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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의 아내 박보경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쌀이 떨어졌네? 어떡하지? 하다가 고3때 엄마가 해준 금 목걸이가 생각나서 그걸 팔아서 쌀을 사왔다.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진선규는 "청룡영화상을 받았던 그 순간은 모든 게 보답이 되고 보상이 되고 저한테 '오빠 정신 차려', '이제부터 잘 해야돼'라고 말은 했지만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했다"고 울컥했다.
진선규가 부르는 아내의 별명은 '와사비'라고. 진선규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탁하고 쏘는 느낌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여보 잘 잤어?'하면 '얼굴 안 치워?'라고 한다. 그게 너무 짜릿하다"고 박보경의 매력을 전했다.
최근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있는 박보경은 "저는 제가 연기를 안 한지 10년이 넘은 것도 몰랐다. 다시 연기를 할 수 있을지는 더 몰랐다. 미팅을 하고 오디션장을 가고 동화책이 아닌 대본이 손에 있다는 거에서 실감이 나서 한참 대본을 품에 안고 있었다. 내가 연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는 걸 몰랐다"며 "딸이 요즘 물어본다. 아빠 직업이 배우란 건 아는데 엄마가 어느 날 TV에 나오니까 '엄마도 꿈이 배우였어?'라고 물어본다. '엄마도 꿈이 배우였어. 그리고 지금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좋고 감사하다"고 감격했다.
진선규는 배우로서 자신의 꿈 외에도 남편으로서의 꿈을 전했다. 진선규는 "이젠 배우 박보경이 꿈꾸는 걸 이룰 수 있게 장을 열어주고 싶다. 외조도 잘 해서 아내가 좋은 연기, 좋은 작품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꿈을 펼쳐 애들은 내가 보고 있으면 되니까"라고 배우 박보경을 응원했다.
wj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