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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 "가난, 베트남 논란? 깜짝 놀라 부끄럽더라"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10-19 08:59


사진=tvN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작은 아씨들' 정서경 작가가 드라마를 쓰며 마주했던 실수들을 돌아봤다.

정서경 작가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tvN 토일드라마 '작은 아씨들'(정서경 극본, 김희원 연출)의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정서경 작가는 '작은 아씨들'의 긴 여정을 마친 뒤 만나 "매주 방송을 보고 시청자 반응을 보는 게 생갭다 힘들어서 종영이 시원하기만 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예상치 않은 반응도 많아서 뭐 또 잘못한 게 있나 마음을 졸였는데 시원했다. 매회 이야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가난에 대한 묘사들이 세심하지 못했던 면이 있었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부주의했다. 나중에 결말이 나왔을 때에는 불호 반응이 있어서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에 대한 통찰력 있는 대사들로 시청자들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가난하게 자랐니? 잘 참아서" 등의 정곡을 찌르는 대사들이 다소 상처가 되는 시청자들도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정 작가는 "가난을 말할 때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가난한 상황이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라 돌려 말하고 싶지는 않았던 거다.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을 가깝게 느끼고 싶었다. 가난에 대해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은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당사자가 느끼는 수치심이나 모멸감,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가장 친한 친구에게만 말할 수 있는 얘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쓰고 싶어서 그런 대사를 썼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준비가 되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그것들이 또 다른 외부에서 보는 시선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상처가 됐다는 댓글들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사진=tvN 제공
'가난'에 대한 다양한 묘사들은 정서경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만들어진 것. 20대 시절 친구와 함께 살던 방이 세 자매의 방과 비슷했다고. 그는 "비뚤어진 천장이 달린 곳도 있었고 방충망도 없었다. 안 그래도 친구와 만나서 '우리 그때 방충망 왜 안 달았지?'했었다. 여름에는 모기가 들어올 것 같은데, 그냥 불 끄면 모기 안 들어오겠지 싶어서 불을 끄고 맥주를 마시고는 했다. 젊어서 그랬는지 좋은 기억뿐이다. 거기서 나눈 대화들과 우리의 가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같은 미래와 그런 것들이 좋았고, 회고적이고 로맨틱한 느낌으로 다가간 것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정 작가는 또 "제가 나이가 들었기에 느끼는 가난의 형태와 현실적인 지금 피부로 느끼는 형태가 다를 것이라는 마음도 들었다. 가난에 대해 생각할 때 현실적인 것도 있지만, 우리가 아는 현실들에서 '작은 아씨들'이 시작된 150년 전의 그때의 가난, 그리고 지금 우리가 동화 형태로 표현하려 했던 헨델과 그레텔의 가난, 그걸 극화된 가난의 형태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가난이라는 게 한 덩어리로 극화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만 했다"고 말하며 반성했다.


사진=tvN 제공
베트남 전쟁에 대한 대사들로도 일부 지역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작은 아씨들' 3회와 8회에서 다뤘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에피소드가 문제가 된 것. 극중 정란회를 만든 원기선 장군이 베트남 전쟁의 영웅으로 묘사됐고, 대사 등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넷플릭스는 베트남의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국가에서 '작은 아씨들'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정서경 작가는 "저는 베트남 전쟁에 대해 늘 목적 없는 전쟁의 당사자로서 연대의식을 갖고 있어서 그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런 느낌을 표현하려 했는데 다시 돌아보면 저의 입장만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고 부끄럽더라"고 했다.

다양한 논쟁, 호불호 등이 등장했음에도 시청률은 하락보다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에 소수의 의견이나 비판에 대해 언급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음에도 정서경 작가는 이를 모두 어루만졌다. 정 작가는 "힘들겠지만, 다시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작은 아씨들'은 9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치열했던 전쟁이 끝난 뒤 오인주(김고은), 오인경(남지현), 오인혜(박지후) 세 자매가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자라나며 진한 여운을 만들어냈다.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11.1%(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기록했고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해 동시간대 1위에 오르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해외에서의 찬사도 쏟아졌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들의 순위를 확인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대만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1위에 오르는 등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또한 넷플릭스의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10'이 제공하는 비영어권 콘텐츠 TV쇼 부문 랭킹에서도 TOP10에 4주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베트남 전쟁에 대한 묘사 탓에 베트남에서 상영 중지가 되는 사태도 벌어졌으나, 이를 제외하고서도 계속해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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