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인터뷰] "결핍에 공감"..김규리, 발끝까지 직접 만든 '그린마더스 클럽'(종합)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06-02 10:05 | 최종수정 2022-06-07 08:11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3년 만에 배우로 돌아온 김규리(44)의 '그린마더스 클럽'은 매 순간이 진심이었다.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직접 스타일링을 했고, 서진하이자 레아 브뉘엘을 동시에 연기해내며 1인 2역에도 완벽한 도전을 마쳤다.

JTBC '그린마더스 클럽'(신이원 극본, 라하나 연출)은 초등 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형들의 위험한 관게망을 그리는 드라마. 김규리는 그 안에서 이은표(이요원)에게 마음의 열등감을 심어줬던 테피스트리 작가 서진하를 연기했고, 그녀와 똑같이 닮은 얼굴의 레아 브뉘엘을 동시에 연기해내며 극에 반전을 선사하는 등 활약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김규리는 산뜻한 미소로 '그린마더스 클럽'을 회상하는 모습. 고작 몇 주 전 촬영을 마무리했었다는 김규리는 여전히 서진하이자 레아 브뉘엘에 푹 빠져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그린마더스 클럽'은 김규리가 '60일, 지정생존자' 이후 3년 만에 연기자로서 돌아오게 된 작품. 그는 "작년, 재작년엔 2년간 라디오를 했다"며 "작년 캐스팅이 됐을 때 딱 이맘때다.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게 됐는데 한 달 동안 개인전을 하는 중간에 감독님과 PD님이 찾아오셨다. 그때 감독님이 설명을 해주셨고,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까지 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준비해 8~9월부터 촬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너무 감사한 인연이 된 작품이다. 제가 인연을 찾으러 다닌 게 아니라, 그 인연이 저에게 다가와준 작품이라 너무 감사했고, 그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해보니 결국 연기밖에 없더라.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초반의 서진하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이은표를 흔들어놓는가 하면, 5회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모든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김규리는 "진하의 죽음은 저도 너무 충격이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에도 1인 2역인데, 중간에 빠졌다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다만, 몇 회에 빠졌다가 몇 회에 나오는지는 몰랐고 대본을 받은 뒤 알게 됐다. 5회에 죽는 것은 정말 극비였다. 마지막회 진하의 죽음 신은 11월, 12월에 촬영했던 거다. 그 촬영 대본이 나왔을 때 감독님과 몇몇의 아주 주요 스태프만 대본을 받았고, 카메라 감독님, 저, 제 남편 루이(최광록)만 받았고, 스태프들은 대본 자체도 없었다. 다른 배우들은 또 제가 그 촬영을 했는지도 몰랐다.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들이 받았던 대본들도 다 회수했다. 제가 1인 2역이라는 것도 다른 배우들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메인 캐릭터들도 제가 1인 2역인지 모르고 왔고, 12월까지도 모르는 분들도 많았을 거다. 또 어떤 분들은 레아라는 인물이 대본에 나올 때 그게 전줄 몰랐다더라"고 귀띔했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김규리의 노력은 끝이 없었다. 레아를 연기하기 위해 긴 머리를 싹둑 잘랐지만, 제작발표회와 대외적 자리에서는 가발을 늘 착용할 정도로 스포일러 방지에 힘썼던 것. 김규리는 "짧은 머리를 안 보여주려고 가발을 붙이고 제작발표회에 나갔고, 제 개인전을 위해 4월부터 5월까지 한 달간 도슨트를 진행했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도슨트를 위해서도 가발을 하고 나가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린마더스 클럽'의 모든 캐릭터들은 결핍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현실적인 결핍들은 시청자들에게도 김규리에게도 공감을 선사했다. 김규리는 "대본을 읽어보니 진하의 결핍이 보였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인데, 모든 것을 찾췄다고 생각해 행복해야 하지만 누구보다도 불안함의 결핍이 강해서 주변에 사람을 두지않고, 홀로 외롭게 요동치는 폭풍 속에 있는 사람. 그런 진하를 유일하게 잡아 준 사람이 은표였던 거다. 둘이 친구가 된 이유가 서로에게 없는 것을 동경하고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며 "저뿐만 아니라 연예계의 사람들은 보여지는 모습과 자신의 모습은 다른 것에서 오는 외로움과 괴로움이 있을텐데 진하는 저와 다른 결핍이지만, 진하라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대외적인 모습과 실제 혼자 있을 때의 불안함의 고조를 연기해내는 히스테릭한 연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밖에서는 '여신'이라고 불리지만, 알고보면 불안해하는 친구. 그렇기에 대비되게 연기를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서진하에게 의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매 순간 등장하는 의상이 모두 의미를 갖고 있었다. 김규리는 "의상은 99%가 제 옷이다. 작년에 이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진하라는 캐릭터가 '여신 스타일'이라고 써있어서 여신이 뭘지 고민했는데, 그래서 외모적 비주얼로 한 것이 풍성한 머리, 찰랑찰랑하고 풍성한 긴 머리에 옷도 약간 길이감이 있고, 미색 계통에 밝고 화려한데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톱과 발톱까지도 네일이 되어 있는 늘 갖춰진 에티튜드를 준비했다. 시간 관계상 스타일리스트를 못 구했는데, 그래서 그 비용으로 옷을 구입했다. 해외 디자이너, 국내 디자이너 선생님들에게 옷을 받고 동대문에 뛰어다니며 구해서 조합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의상실에 가서 의상을 맞추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레아는 중성적으로 갔다. 완전히 대비가 되게. 20대에 제가 입던 옷을 꺼냈다. 전 '힙합걸'이었다. 시계도 스물 한 살에 착용했던 제가 사랑하는 시계를 찼다. 가죽이 삭아서 끊어졌을 때 그걸 다시 꿰매고는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준비한 덕에 김규리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김규리는 "연기를 할 때 대본을 외워서 현장에 가서 연기만 하면 됐는데, 이번에는 패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머리까지 모든 것을 다 준비한 상태에서 관여를 하면서 제 만족감이 다른 작품보다 더 컸던 것 같다"며 "너무 재미있게 즐겼다. 사실 오랜만에 작품을 하면 불안하다. '내가 늙지 않았을까. 주름이 생기지 않았나' 외모적으로 불안함이 크고, '내가 연기를 잘 했나' 하는 스스로의 불안감도 크다. 저도 그런 상태였지만, 물리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처음 술에 취해서 은표에게 실려서 집에 들어오는 신이 있었는데 짧은 몇 개의 지문을 제 나름 해석해 비틀거리며 연기했는데 감독님의 '컷'이 들리는 순간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리더라. 동네 분들이 제 연기를 보고 '너무 잘한다'고 기립박수를 쳐주시고 칭찬을 해주시더라. 그게 너무 감사했고 반가웠고 상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했다. 나는 그냥 내가 하던대로 연기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박수를 치니 힘이 됐다. '너 지금 괜찮아'라고 해주고 믿어주는 것 같아서 거기서 만족감과 에너지를 얻었다. '의심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더 집중해서 했다"고 말했다.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주인공 김규리가 26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종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5.26/

오랜만에 에너지를 풀어낸 김규리는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돌아갈 예정. 이 시기를 현명하게 이겨내는 것은 김규리의 '그림'. 개인전을 낼 정도로 화려한 실력을 갖춘 김규리는 한국화를 그려내며 자신의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고. 김규리는 "다음 작품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건강히 관리하며 지내야겠다. 다행히 저에게는 그림이란 도구가 있다"며 "지금은 못 그렸던 호랑이가 몇 가지 있고, 사자도 그려보고 싶다. 또 지금 준비 중인 것은 그리다 완성 못한 팔폭 병풍 두 벌을 중간쯤 하다가 멈췄는데, 다시 작업하고 싶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탱화도 해보고 싶다. 호랑이가 기가 센 그림인데 다른 방식으로 정화해야 하지 않나 싶다. 연기를 위해 쌓아왔던 것들을 작품이나 캐릭터로 만나지 못하면 너무 무겁다. 연기를 할 수 없으니 계속 들고 있는데, 결국은 끄집어내서 표현을 해야 하는 거다. 그림을 그리면 뭔가가 드러나서 그림 안으로 들어가게 되니 그림으로 마음을 푸는 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규리는 40대를 맞이하며 변화하는 중이라고. 김규리는 "한 해 한 해 나이가 든다는 것 중 좋은 점은 감사한 것이 많아지는 거다. 그냥 잘 몰라서 한동안은 배우고 경험하는 것으로 20대가 지나갔다면, 30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은 때에 굴곡을 겪었고, 지금은 그래서 감사함을 깨닫게 됐다. 너무 당연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게 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제 삶이 더 풍성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리는 다시 화가로 돌아가 작품 활동에 매진할 예정. 3년 만에 연기로 돌아와 시청자들을 만났던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관심이 쏠린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당신은 모르는 그 사람이 숨기고 있는 비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