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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나의 해방일지'이 김지원과 손석구의 이별로 새 국면을 맞았다.
한편, 구씨의 차를 몰고 다니던 염창희(이민기 분)에게는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쳤다. 썸 타는 여자 동기 앞에서 외제차로 기 좀 살려보려고 했지만 잘 안된 건 그렇다 치고, 아버지에게 들켜서 한 소리 들은 것도 넘어갈 수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차 뒤쪽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던 것.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염창희는 결국 구씨에게 이실직고했다.
그렇게 구씨와 염창희만의 좇고 좇는 레이스가 펼쳐졌다. 산포를 배경으로 달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폭소를 안겼다. 필사적으로 도망가던 염창희를 전력을 다해 좇던 구씨는 문득 인생의 어느 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 갔다. 옛 연인과의 일, 염미정이 건네 말 등 구씨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들이었다. 그렇게 달려 전철까지 타게 된 구씨는 그대로 서울에 있는 선배를 찾아갔다. 그리고 백사장의 약점을 전하고 떠났다. 백사장을 치겠다는 건, 그가 다시 서울에 올라가겠다는 뜻이었다.
같은 시각, 구씨는 백사장의 장례식장에 있었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백사장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던 것. 구씨는 그렇게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백사장의 죽음에도 아랑곳 않고 웃는 구씨의 얼굴은 섬뜩했다. 하지만 "나는 누가 죽는 게 이렇게 시원하다"라고 내뱉은 그는 이내 공허한 눈빛이 됐다. 염미정을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그는 자기혐오로 내달리고 있었다.
구씨가 떠나고, 함께 걷던 거리를 홀로 걷게 된 염미정. 과거 염미정은 자신을 떠난 이들이 모두 불행하길 바랐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걸 확인한 이들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는 게 싫었기 때문. 그러나 지금의 염미정은 이전과 달랐다. 그는 구씨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아프지 않길 바랐다. "행복한 척하지 않겠다, 불행한 척하지 않겠다, 정직하게 보겠다"라고 되뇌며 거리를 걷는 염미정의 옆으로 구급차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달라진 모습의 염미정이 눈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12회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펼치며 몰입감을 높였다. '추앙커플'은 짧은 행복을 함께한 후 이별해 안타까움과 슬픔을 자아냈다. 여기에 시간이 흐른 뒤, 염미정을 떠올리고 있던 구씨처럼 염미정 역시 구씨를 떠올리며 거리를 걷는 모습이 그려져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증폭했다.
그런가 하면 염창희와 염기정(이엘 분)의 이야기는 웃음을 더하며 '나의 해방일지'만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 이제 막 시작한 연애 앞에서 더더욱 솔직해진 염기정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그의 거침 없는 속도는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염기정은 조태훈(이기우 분)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존재였다. 염기정과 조태훈 커플은 추앙커플과는 또 다른 설렘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한편 도무지 풀리지 않는 염창희의 인생은 '웃픈' 공감을 자아냈다. 특히 구씨를 피해 줄행랑치는 염창희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두 사람의 산포 레이스는 웃음으로 시작해 깊은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났다. 그 감정선을 담아낸 이민기와 손석구의 눈빛도 호평을 이끌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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