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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모바일', 중국에서 초반 흥행 부진에 담긴 의미는?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2-05-01 14:08 | 최종수정 2022-05-02 08:38





지난달 26일 중국 시장에 출시된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의 초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이지만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 서비스 권한) 발급을 사실상 중단하며 큰 시련을 안겼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이 기간 중 단 3개의 국산 게임에만 부여된 판호를 받은 기대작이자, 유일한 MMORPG이기에 이후 중국 시장 공략의 신호탄이자 잣대로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현지 유저들의 기대와 인기(다운로드) 순위가 거의 반영되지 않은 초반 매출 순위로 인해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펄어비스 주가 폭락과 이를 둘러싼 한 증권사의 해프닝, 중국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 본격 유료화가 아닌데다 호흡이 긴 MMORPG의 특성, 유저와 시장 상황에 맞춘 발빠른 업데이트와 대처가 가능한 펄어비스의 개발력을 감안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교차하고 있다.

민감하게 반응한 주식 시장

가장 현실적으로 움직인 곳은 단연 주식 시장이었다. 오픈마켓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기 시작한 이후 중국 애플 앱스토어 그리고 퍼블리셔이자 중국 최대 ICT사인 텐센트의 앱마켓 탭탭에서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6일 주가는 전날보다 7%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매출 순위가 20위권 후반대에 머물면서 27일 주가는 무려 24.29%나 추락했다. 게다가 한 증권사 연구원이 펄어비스에 대한 리포트를 내면서 내건 목표주가(13만원)에 비해 지인에게 메신저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정주가(6만원)를 제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증폭될 수 밖에 없었다. 29일 소폭 반등이 나오며 종가 6만 8200원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판호 발급 사실이 전해진 지난해 6월 28일 이전과 같은 6만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또 중국 출시로 인한 기대감으로 인해 지난해 11월 17일 장중 최고가였던 14만 52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러는 사이 시가총액은 4조 5000억원대로 떨어지며 코스닥 최대 3위에서 다시 5위로 물러섰다.


'검은사막 모바일'에서 중국 현지화 캐릭터로 선보인 '행자'


높은 기대치에 대한 반작용?


사실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기대는 중국 현지뿐 아니라 국내 업계에서도 높을 수 밖에 없다.

우선 중국이 한국과 마찬가지로 하드코어 콘텐츠인 MMORPG를 즐기는 유저층이 워낙 탄탄한데다, '검은사막' IP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인기와 인지도가 높다는 점, 8년이 된 '검은사막' IP 콘텐츠의 풍부함, 텐센트가 퍼블리셔인 점, 여기에다 오랜만에 중국 유저들이 한국 신작을 즐길 수 있다는 점 등 기대 요소는 상당히 다양했다.

하지만 인기 순위에 걸맞지 않은 초반 매출 순위는 분명 악재였다. 1일 현재 80위권대까지 떨어지며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중국에서 출시를 하지 못한 탓에 현지의 트렌드와 유저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즈니스 모델(BM)을 바꾸고, 손오공을 닮은 '행자'라는 캐릭터를 따로 선보이는 등 현지화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 거의 대부분의 개발을 책임진 것에 대한 한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워낙 중국의 유저층이 두텁고 시장이 큰데다 다양한 장르의 대체 게임이 풍부한 것을 감안, 많은 게임사들이 중국 개발사에 현지화를 맡기거나 아예 IP를 활용해 중국 버전의 신작을 따로 개발하는 최근의 추세와 대비가 됐다. 무엇보다 한국산 하이엔드 MMORPG에 상당히 열광적이었던 중국 유저들이 이제 자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무작정 '이름값'에 호응하지 않는 냉혹한 현실 반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 걸 감안한다면 중국 시장 재개방을 기다리는 한국 게임산업 전체로선 분명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시작일뿐이다

초기 흥행 실패로 인한 우려감은 있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기에 지나치게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다른 MMORPG와 달리 초기 과금 요소가 훨씬 적은데다, BM이 아직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았기에 공성전이나 PvP 등 국내뿐 아니라 중국 유저들도 좋아하는 핵심 콘텐츠가 아직 선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MMORPG의 특성상 초반 레벨업에 주력한 이후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하면 아이템을 본격적으로 구매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고, 8년간 쌓아왔던 콘텐츠의 아주 일부분만을 공개한 것이기에 향후 시장 반응에 따른 빠른 업데이트가 얼마든 가능하다는 것도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요소다. 또 펄어비스가 자체 엔진을 구축하고 있어 온라인과 모바일, 콘솔 플랫폼으로 순조롭게 확장할만큼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현지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2년 전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무려 6000만명의 사전 등록자를 모집했음에도 불구, 중국 정부가 '게임 내 과몰입 방지 시스템 개선'을 이유로 출시 직전 서비스가 좌절된 이후 아직까지 선보이지 못할만큼 한국 IP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하기에 '검은사막 모바일'은 대대적인 홍보를 자제하고 조심스럽게 출시일을 기다렸다. 여기에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엄청난 견제 속에 텐센트를 비롯한 현지 ICT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예전같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전역의 연이은 봉쇄로 인해 경제가 휘청이자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29일 대책회의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책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은 '검은사막 모바일'을 비롯한 한국 게임산업에도 충분히 호재라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펄어비스의 기술력과 '검은사막' IP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중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이어가기 위해선 국산 게임의 판호 재발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한중 수교 30주년인데다, 한중 문화교류의 해인데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중국산 게임이 국내에서 얼마든 서비스를 하고 돈을 벌어가는 현실을 감안한 상호주의 관점에서 중국에 강하게 대응하고, 성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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