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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연상호 감독이 탄생시키고 탁재영 작가가 키워낸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은 학교폭력 이후 피해자와 가해자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낸 이 작품은 공개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화제작이 됐다.
원작자인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의 드라마화를 가장 먼저 제안했던 인물. 탁재영 작가에게 1, 2부의 대본을 써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단다. 이에 '돼지의 왕'이 드라마로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연상호 감독은 "'돼지의 왕'이 단편 영화였기에 드라마로 가기에는 내용이 많이 부족했었다. 그래서 제작사를 만나기 전에 탁재영 작가와 지금의 스릴러적 구성과 연쇄 살인의 구성으로 가자는 얘기를 나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충분히 드라마 분량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어서 사실 드라마의 구성이 낯설지는 않았다. 오히려 탁재영 작가가 그런 스릴러적 구성을 재미있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물론 있었지만, 연상호 감독의 지원과 탁재영 작가의 '빌드 업'이 드라마화를 무리 없이 이뤄내게 만들었다고. 탁재영 작가는 "상당히 걱정을 많이 했다. 일반 시청자분들도 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게끔 리부트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혹시나 원작에서의 메시지나 주제, 의미,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했었고, 원작에서의 메시지와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를 어떻게 잘 조합시키면서 12화까지 끌고갈 수 있을지 고민들을 했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원작에서 연상호 감독님이 작품을 할 때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그대로 가져가자. 그래서 원작팬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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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원작보다 재미를 더해낸 '돼지의 왕'이 탄생했다. 연상호 감독은 "아무래도 원작은 우리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사실은 어떤 매체에서 하나의 장르기도 하잖나. 그런 장르를 하고 있다면, 드라마는 연쇄살인하는 수사극이 결합이 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연쇄살인극이나 수사극이란 색이 더 강하다. 그런 측면에서 원작과 달리 색다르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을 것 같고, 예전 애니메이션이었을 때와는 달리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차별성이자 재미인 것 같다"고 말하며 기대를 드러냈다.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황경민으로 분해 복수를 펼치고 있는 김동욱은 또 다른 자신의 인생 연기를 경신 중이고, 김성규도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화제 속에 있다. 연상호 감독은 "김동욱 배우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연기를 하면서 사려 깊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이 맡은 역할을 장르적으로 뿜어내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밖에 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이나 죄의식을 표현해서 단순히 처단자로서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사실은 이 행동이 가진 죄의식까지 표현하려고 사려 깊게 연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규 배우는 후반부에 감정이 더 그려질 것이라 기대가 된다. 시네마적인 느낌이 많이 들더라. 배우의 연기 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은 두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은데, 처음에 두 배우가 캐스팅이 됐다고 했을 때 '되게 좋은 캐스팅이 됐다'는 생각에 기뻤던 기억이 난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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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영 작가도 "성인 연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현재 성인들이 행동하는 동력이 20년 전 사건과 연결이 돼있다. 성인들 분량만 보면 애가 왜 이렇게 슬퍼하지? 하는 신들이 있다. 배우들이 간극이 있는 연기를 하다 보니 캐릭터에 이해를 못하거나 몰입이 안되는 경우도 대본만 보면 많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배우들이 대본의 해석을 많이 해주고 훌륭하게 해주셔서 20년 전 사건과 편집에서 붙었을 때 힘이 엄청나게 나오더라. 저는 너무 좋게 봤다. 또 정종석이 서동수 검사에게 잡혀와 취조실에 앉아 있는 장면이 있는데, 저는 그냥 '의연하게 앉아 있다. 고민에 빠져 있다'고만 썼는데 실제 연기한 것을 보니 20년 전 사건과 더불어 현재의 종석이가 느끼는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해줬더라"고 말했다. 또 김동욱의 연기에 대해서도 "4부 엔딩에서 황경민이 택시 기사 변신해 강민(오민석)을 납치하며 '오랜만이네. 반장'하는 장면은 제가 썼지만 전율이 왔다"고 감탄을 드러냈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았던 강진아의 등장도 관전 포인트가 됐었다. 연상호 감독은 "강진아 형사를 만드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처음에 했던 것 같다. '돼지의 왕'이라는 작품이 어떻게 보면 황경민과 정종석, 뒤틀린 남성성의 비극 같은 느낌인데, 그걸 시청자들을 따라가게 한다면 여자 형사가 뒤틀린 남성성을 목도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탁재영 작가에게 여자 형사가 등장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돼지의 왕'은 앞으로 남은 8회분을 통해 시청자들의 감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탁 작가는 "4부까지 공개가 됐는데, 초반엔 학폭 피해자가 자기를 괴롭힌 가해자에게 복수하며 시청자들이 느끼는 연민과 카타르시스로 시작했다면, 5, 6부 그 이후부터는 시청자 분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경민이가 행하는 사적인 복수가 과연 온당하고 정당한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를 시청자들이 함께 느꼈으면 생각했다. '돼지의 왕'이 어른들을 위한 스릴러라 생각했기에 다소 폭력이 적나라하더라도 의미적 차원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가 전달하고픈 도덕적 딜레마, 복수의 정당함을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초반에는 '솔직하고 리얼하게 가자'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돼지의 왕'은 매주 금요일 티빙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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