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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킬힐'이 4.4% 시청률로 출발하며 욕망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삶의 내리막에 휩쓸리며 발버둥 치는 우현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때는 베스트 쇼호스트상까지 받으며 톱을 꿈꿨지만, 우현은 어느 순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심지어는 휴지 도깨비 방송(주력 상품 조기 매진 시 송출하는 스페어 방송)까지 떠맡게 되면서 패션 쇼호스트로서의 정체성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비웃음과 우려가 뒤섞인 주변 시선들에 흔들리는 그에게 가정 역시 위안이 되지 못했다.
우현은 이적을 선택했지만, 이는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우현은 경쟁사인 가온 홈쇼핑 상무 혜림(이혜은 분)을 만나 옮길 뜻을 밝혔지만, 혜림은 그에게 본인 상황을 더 잘 알지 않느냐며 뼈아픈 말을 쏟아냈다. "효율은 점차 떨어지고 몸값은 무시 못 하는 쇼호스트. 몇 계단 내려가도 눈 딱 감고 거기 계세요. 살다 보면 자존심보다 중요한 게 많잖아요?"라는 혜림의 이야기는 우현이 외면해왔던 차가운 현실을 상기시키며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후 환청에 시달리는 우현의 모습은 점차로 한계에 다다르는 그의 내면을 짐작게 했다.
한편, 모란은 등장부터 '마녀'의 진가를 발휘했다. 속내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와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지략으로 정적을 몰아내는 한편, 현욱(김재철 분)과 신애(한수연 분) 앞에서는 더없이 순종적인 체스말로 변했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이득이 되는 선택만을 해온 마녀 모란에게 우현은 가치가 없는 카드였다. 하지만 모란은 우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닮았는데, 왜 난 몰랐지"라는 의미심장한 자문은 이제 막 시작된 그의 새로운 계획을 예감케 했다.
그런가 하면 옥선은 모두의 존경을 받는 완판 여왕다운 클래스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다정한 남편 인국(전노민 분), 사랑스러운 정현(윤현수 분)과의 화목한 모습은 우현의 상황과 대척점을 이루며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인국의 손이 몸에 닿는 순간 스친 불편한 기색과 다른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공허한 얼굴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의 진심에 궁금증을 높였다.
'킬힐'은 첫 방송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활약이 빛났다. 김하늘은 타인의 시선과 출구 없는 나락에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우현의 심리를 섬세하게 풀어냈다. 상대에 따라 다른 얼굴을 능수능란하게 꺼내 보이며 모란의 입체적인 매력을 폭발시킨 이혜영은 '믿보배'의 진가를 입증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오직 눈빛만으로 옥선의 완벽한 세계에 또 다른 이면이 있음을 보여준 김성령의 열연도 압도적이었다. 서로 다른 지점에 선 우현과 모란, 옥선이 맞부딪치는 순간 어떤 폭풍이 휘몰아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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