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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로 공개된 '스위트홈'(홍소리 김형민 극본, 이응복 연출)은 김남희에게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됐다.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공개 4일 만에 해외 13개국에서 1위, 70개국 이상에서 TOP10 순위에 들며 단숨에 해외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았다. 김남희는 선과 정의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가진 정재헌 역을 맡아 열연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말투를 가진 기독교 신자이자 국어 교사지만, 괴물에 대한 공포보다는 남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이타적 인물이다. 이로 인해 호쾌한 진검 액션을 선보이는 바. 여기에 윤지수(박규영)과의 감정선이 시청자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김남희는 30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화상을 통해 만나 '스위트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남희는 190여개국에 동시공개된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는 점에 대해 한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고 있음을 알렸다. 박규영과의 러브라인도 김남희의 인기를 만들어준 주요인. 김남희는 극중 정재헌과 윤지수의 러브라인을 정해두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라며 "상황이 힘들고 남녀가 자연스럽게 서로를 도와주다 보니 정이 생겼고, 그러다 연인의 마음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재헌이 떠나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도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생존이라는 목적성이 가장 컸다는 것. 김남희는 "전쟁통에서 출산률이 높아지듯이 어려우니 서로가 마음이 간 거 같다.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지수와 재헌의 러브라인을 애틋하게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우리가 이렇게까지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았는데 해석을 더 잘 해주시는 거 같다"며 웃었다.
이어 "요즘 사회가 본의 아니게 '예수빌런'이라고 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를 비하하는 분위기가 있더라.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저 친구 수상하고 지수 괴롭히겠다. 십자가 괴물이 되겠다'는 말들이 있었다. 그 포인트에서 반전된다고 느낀 거 같다. 갑자기 칼을 들고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에서 '반전이 있을 거야'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착하게 가니 반전이었던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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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급의 검술 연기도 그를 호감형 캐릭터로 만드는 요인이 됐다. 김남희는 "촬영 6개월 전부터 검도장에 다니며 검술을 익혔다"고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검술과 액션은 달랐던 바. 기본적인 검술에 현장의 다채로운 액션을 더해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고 설명했다. 김남희는 특히 최종 액션 신이던 경비 괴물과의 액션신이 가장 힘들었다며 " 신을 찍을 때는 모든 스태프들이나 저도 기대감이 컸었다. 아무래도 제일 큰 액션 신이고, 피가 많이 나오고. 그런데 그 신이 대사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사보다는 온전히 상황에 충실해서 계획하지 않고 연기를 해보자 했다. 굵직한 동선만 생각했다. 기술적으로는 굵직한 것만 연습했고 그 외의 감정적 부분이나 연기적 부분은 하나도 다른 것이 없이, 즉흥연기 식으로 했다. 목적성은 하나 있던 것이 재헌이가 어찌 보면, 캐릭터적으로 볼 때 '하나님이 부르는구나. 갈 때가 됐구나', '아파서 누은 지수에게 위협이 가해진다'고 생각하고 본능적으로 '난 여기서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연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 장면 덕분에 정재헌의 매력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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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가 '스위트홈'의 최애캐가 되기까지는 이응복 감독의 믿음이 컸다. 실제로는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많은 두 사람이지만, '도깨비'를 시작으로 '미스터션샤인'과 '스위트홈'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 같이 하며 '이응복의 페르소나'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김남희는 "제가 부각이 돼서 그렇지, 감독님의 의외로 의리파라 단역배우부터 주조연까지 꾸준히 함께하려고 하신다. 제가 이응복 감독님의 '단독 페르소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저를 캐스팅하시는 이유는, 감독님은 저를 많이 애정을 하는 거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많은 질타를 해주신다. 아마도 이런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서, 그냥 뭔가 '우리가 만날 인연이었던 거 같다'고 하시는 걸 보면, 묘한 끌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저도 거기에 만족스럽게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정도가 세 번째 연이 된 거 같다. 그런데 '스위트홈' 이후로는 장담을 못하겠다. 감독님이 저를 계속 예쁘게 봐주실지는 장담할 수 없어서 노력해야 할 거 같다"고 밝혔다.
어렵고도 좋은 인생캐릭터를 만난 작품도 바로 이응복 감독과의 작업인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김남희는 "모리타카시 연기를 살면서 잊을 수 없을 거 같다"며 "캐릭터 자체가 너무 어려웠고, 일본어는 하나도 할줄 몰라서 어려웠고, 어눌한 한국말, 한본어를 하기도 어려웠고, 제가 가진 경력에 비해 만날 수 있는 선배들이 거대해서 연기적 압박감도 많이 힘들었다. 힘든 만큼 열심히 했고, 그게 제 연기 인생의 큰 계기가 된 거 같다"고 했다.
'스위트홈'은 김남희 스스로의 기준 50점 작품이다. 연기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 김남희는 "'스위트홈'을 본 이후 저의 개인적 평가와 점수는 50점이다.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연기적으로나 현장에서 못 보신 분들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봐주셨다면, 충분히 이 작품을 위해 100%의 역할을 해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서 50점 정도로 반영하겠다"고 말하며 앞으로 성장 가능성에도 문을 열어뒀다.
김남희의 열연이 담긴 '스위트홈'은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 가능하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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