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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신은경·나영희·김병철…스타작가들의 '페르소나'→이 배우 빼놓곤 작품 못하는 이유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0-12-09 11:22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페르소나', 그리스어로 '가면'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주로 영화에서 종종 감독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의미한다.

마틴 스콜시지 감독과 늘 함께하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나 오우삼 감독과 함께 하는 주윤발 등을 페르소나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영화에서도 '살인의 추억'부터 '괴물' '설국열차' '기생충'까지 함께한 송강호를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부른다.

한국 드라마의 스타 작가들에게도 '페르소나'가 존재한다. 이들은 작가들의 작품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작가들이 의도하는 작품의 방향을 나타내곤 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강마리 역을 맡은 배우 신은경을 들 수 있다. 사실 신은경이 김순옥 작가의 페르소나가 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김 작가의 전작인 '황후의 품격'에서 신은경이 태후 강씨 역을 맡았던 것이 이들의 첫 만남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신은경의 연기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김 작가의 작품에 '찰떡'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페르소나로 인정받았다. 팬들은 '펜트하우스'의 등장인물 캐릭터 소개사진만 보고도 신은경의 역할을 파악할 정도로 김 작가의 작품 의도를 명확히 파악하는 배우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신은경이 연기하는 강마리는 극중 대표적인 '밉상' 캐릭터로 남편은 감옥에 있고 자신은 세신사 일을 하면서도 헤라팰리스에 입성한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배우 나영희는 박지은 작가의 페르소나로 꼽히고 있다. 나영희는 박 작가의 작품 중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푸른바다의 전설' 등 여섯 작품을 함께 했다. 마지막 작품인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특별 출연 형식으로 서단(서지혜)이 결혼준비를 위해 찾은 웨딩숍 사장 역으로 등장해 '내조의 여왕' 이후 11년간의 인연을 이어갔다.

'SKY캐슬'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배우 김병철은 사실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로 꼽힌다. 2016년 '태양의 후예'부터 '도깨비' 그리고 2918년 '미스터 션샤인'까지 김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 방송한 '더킹: 영원의 군주'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김 작가의 작품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연이어 두 작품에 그친 것에 비하면 김병철과 김 작가의 인연은 꽤 깊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 작가나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배우 입장에서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다른 작품 캐스팅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작가나 감독들은 '그 작가 아니면 안한대'라고 지레짐작하거나 '○○○ 작가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캐스팅을 꺼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도를 가장 완벽히 파악하고 연기해주는 배우를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드라마 작가들의 페르소나는 '신스틸러'나 '감초' 역할을 해주는 캐릭터를 소화해주는 경우가 많다. 극의 활기를 돋게 해주는 이런 캐릭터들은 관록과 경험이 없으면 쉽게 소화해내기 힘들다. 때문에 믿을만한 배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X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배우가 바로 작가들의 페르소나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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