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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영화 현장 그리웠다"…'이웃사촌' 오달수, 미투 논란 2년後, 다시 관객을 만나기까지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11-19 12:57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천만요정이라는 아름다운 별명까지 지어주시며 사랑해주신 관객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여전히 너무 죄스럽고 죄송합니다." 오달수(52)가 어렵게 다시 대중이 앞에 섰다.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웃사촌'(이환경 감독, ㈜시네마허브·㈜환타지엔터테인먼트 제작). 극중 자택격리된 정치인 의식 역의 오달수가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신과함께-죄와 벌', '베테랑', '암살', '변호인' 등 수많은 흥행작에 함께 하며 '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배우 오달수. 지난 2018년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때 한창이던 때, 과거 연극무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여성 배우로부터 성추행 및 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되고 2년여간 칩거 생활을 가졌다. 줄곧 억울한 입장을 밝혔던 오달수는 마침내 경찰로부터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고, 마침내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이후 2년만에 새 영화 '이웃사촌'으로 관객을 만나게 됐다.

'이웃사촌'에서 오달수가 연기하는 의식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오래 전부터 자신을 견제해온 안정부 김실장(김희원) 에 의해 강제적 자택격리를 당하게 되는 야당 총재.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의식은 옆집에서 이웃사촌으로 위장한 도청 팀장 대권(정우)와 마주치게 되고, 어쩐지 수상해 보이는 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오랜만에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지게 된 오달수는 "오늘 같은 비가 오는 날이 오니까 텃밭을 가꾸던게 생각이 난다"며 입을 열었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칩거 생활 동안 거제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던 오달수는 "농사를 지을 때 텃밭에 물을 주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린다. 거제도에는 '단순하게 살자'라는 마음을 먹고 내려가 곳이었다. 비가 오면 '아 비가 온다. 텃밭에 물을 못주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정말 그런 생각만 하며 단순하게 살았었다"고 덧붙였다.

거제도에서 휴식기를 가진 이유에 대해 그는 "제가 살던 집이 언론에 노출이 됐다. 동네 아파트 앞 마당에 못보던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카메라 삼각대들이 설치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불편함을 느껴서 이사를 해야 했다"며 "뭘하는게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을 움직일 수 있는 노동을 하러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일일 노역을 할 수는 없으니 형님에게 전화를 해서 거제도로 농사를 지으러 내려가도 되냐고 물었다. 형님이 흔쾌히 내려오라고 해서 내려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6월말에 언론에 본의 아니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갑자기 덤프트럭에 치이게 되니까 정신을 못차리 겠더라. 술로 하루를 지내다가 본의 아니게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두달 정도 정신을 차리고 부산에 갔다가 불편한 점(언론에 거주지 노출)이 있어서 거제도에 내려가게 됐다. 여름이 되기 전에 내려 갔던 것 같다. 농한기 때는 부산에 올라와있기도 했고 봄 되면 다시 내려가고 그렇게 왔다 갔다 했다"고 전했다.
2년만에 '이웃사촌' 언론시사회를 통해 논란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서게 된 그는 "제가 활도을 쉬는 동안 TV 영화 프로그램이나 명절 특선 영화로 제가 나온 작품이 방영됐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에게는 제가 아주 낯설지 않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공식석상에 나가는 건 사실 정말 무섭고 떨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에 대해 큰 용기가 필요했다. 용기도 이만 저만한 용기가 아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쉽지 않은 용기를 낸 이유에 대해 '무한 책임'을 강조한 오달수는 "앞뒤 사정, 시시비비를 다 떠나서 저에게는 '무한 책임'이라는 게 있다. 마음에 빚을 가지고 있었다. 저로 인해 제작사도 굉장히 어려워 졌다. 감독님도 겉으로는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이찌되었든 제가 그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늘 무한찬 책임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 시사회를 나가시는게 어떠냐고 제의를 해주셨을 때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가겠다고 했다. 이번 인터뷰에도 마케팅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달수는 본격적인 '복귀'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워 했다. "언뜻 보기에는 제가 복귀를 한 것 처럼 보인다. 다시 돌아왔다라고 보일 수 있다.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시사회에도 참석했으니까"라며 "다만 지금 이러한 활동은 '이웃사촌'이라는 영화, 그 당시에 저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이 영화와 관계자분들. 그런 분들을 위해 제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다.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새각을 전했다.


진정한 복귀 시점에 대해 묻자 "저에게 작품이 들어온다면 하게 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관계자분들, 감독님들이 여전히 저를 '일단 지켜보자'고 하면 가만히 있게 될 것 같다"라며 "진정한 복귀는 이 시간 이후에 캐스팅이 되서 작품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저예산 독립 영화 '요시찰' 촬영을 마친 오달수. "'요시찰' 촬영은 복귀의 개념이 아니었냐"고 묻자 "제가 그 영화로 복귀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제가 복귀에 시동을 건다는 기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로써는 그 작품이 복귀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반가울 뿐이다. 그 작품을 통해 현장에서 배우들과 감독님과 스태프들, 카메라, 조명 등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웃사촌'의 촬영중 미투 논란에 휘말리게 된 오달수. 당시 심정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사실 믿기지가 않았다. 뉴스가 한참 떠들썩 할 때 제가 어디 숨어서 대책 회의를 한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더라. 그런데 저는 당시에 '이웃사촌' 촬영에 한창이었다"면서 "보조출연자만 약 2~300명씩 나오고, 대형 유세 장면이나 마포대교 장면을 촬영 했었어야 했다. 그래서 사실 처음에는 해당 보도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지만 사실 저도 초반에는 대책을 마련하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촬영을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보니까 여론이나 사회적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제서야 체감을 하게 됐다. 사실 그 전에는 중요한 장면의 촬영을 남겨둬서 신경을 많이 썼어야 해서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전했다.

논란 당시 입장문을 통해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던 오달수는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때 제가 입장문을 두번이나 냈는데, 지금도 그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다. 다만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과) 기억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냐고 묻자 "전혀 없다"라며 "그 문제는 제가 만나서 회유할 수도 없는 문제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심경이 여전이 강하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제가 그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을 하게 되면 아직도 미움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는 말을 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솔직히 말했다.

칩거 생활 동안에도 여전히 영화를 그리워 했다는 오달수."거제도에서 해가 지고 나며 할 것이 없다. TV나 영화 프로그램을 쭉 보게 되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 배우들이 나와서 연기 하는 모습, 새로 영화가 나오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생각이 없이 지내려고 해도 '내가 지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라 현장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를 그만둬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힘들게 다시 대중 앞에 나서게 해준 작품이니 만큼 '이웃사촌'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오달수. 하지만 처음 작품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진지한 정치인 역할에 부담을 느껴 거절을 했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나에게 부담스러운 역할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여러번 설득을 하셨다. 한번 해보자,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배우가 이런 진지한 역할을 할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기대를 하셨다"며 "그래서 그 믿음 만큼 저 또한 혼신의 힘을 다 해서 찍었다. 저도 어떤 선입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객분들을 믿고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관객을 믿고 도전하게 됐다는 오달수. 여전히 관객의 따뜻한 반응을 기대하냐는 질문에 "그런 것을 바로 원한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서 다른 작품을 하게 된다면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관객들과 소통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너무 죄스럽게 생각한다. 더군다나 관객분들이 제가 희한하면서 아름다운 별명(천만요정)까지 지어주셨었는데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작품이 좋으니까 작품은 작품을 대해주셨으며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이웃사촌'은 2013년 개봉해 1281만 관객을 웃고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7년만의 새 작품으로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김선경, 염혜란, 지승현, 정현준 등이 출연한다. 11월 2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이웃사촌'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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