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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환경 감독(50)이 7년 만의 신작 '이웃사촌'으로 '7번방의 선물'의 감동과 흥행을 재현할 수 있을까.
'7번방의 선물'로 고립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좌충우돌 코믹 라이프와 뭉클한 가족애를 그려냈던 이 감독은 다른 이유로 집 안에 갇힌 수상한 두 이웃사촌 대권(정우)과 의식(오달수)의 뜨거운 진심을 담은 '이웃사촌'을 통해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날 이환경 감독은 7년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지난 주 진행된 시사회에 오랜만에 참석했던 소감을 묻자 "사실은 '7번방의 선물' 때는 내게 그런 행운이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500만이 넘을지 1000만이 넘을지, 1300만이 넘을지도 모르고 넘은 후에도 내가 그런 감독이 된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넘겼다. 평생 한 번이나 올까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영화가 잘 나왔던 안 나왔던 간에 제 영화에 대해 충실히 이야기하고 배우들과 했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사시회에서 긴강감이 크진 않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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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시작한 영화 '이웃사촌'은 촬영이 완료된 이후에도 극중 출연 배우 오달수의 미투 논란으로 인해 개봉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감독은 "중국에서 영화를 하다가 사드 때문에 못하게 돼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일(미투로 인한 개봉 연기)이 일어나니까 내가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일단 일차적으로 이 영화에 많은 공을 들였던 제작진과 투자자들에게 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리고는 이 작품을 어떻게 작품으로서 승부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더라. 어디가서 우스갯소리로 영화를 다섯번 찍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편집을 2년간 했다. 파이널 녹음을 했음에도 녹음을 다시 한번 하고 블라인드 시사에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작품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개봉 연기에 대해 오달수를 향한 원망스런 마음은 없었냐고 조심히 묻자 오달수는 "다른 것보다는 심정으로 배우가 많이 외로울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제가 영화를 찍는 시간만큼은 같은 식구였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이나 외로움이 클까봐 한달에 한번씩은 찾아 뵙기도 했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이 그냥 막걸리나 마시고 그랬다"며 웃었다.
시사회에서 "'이웃사촌'이 (자신으로 인해) 개봉을 못했다면 평생 마음이 짐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던 오달수. 시사회 이후 오달수가 어떤 말을 했냐고 질문하자 이환경 감독은 "원래 말 수가 많이 없으신 분이다. 시사회가 끝나고 오달수 배우님과는 문자와 전화로 대화했다. 수고해주셔서 감사하고 용기내서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달수 형이 딱 4글자만 답장을 주셨다. 딱 '착한 사람' 이라고 보내시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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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래서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가는 건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달수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도 편안함을 주는 배우기 때문에 캐스팅했던 거다"며 "'7번방이 선물'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 오달수 배우가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고 했었다. 가슴이 벅차고 미어져서 보다가 끊었다고 하더라. 당시 저는 오달수 배우를 코미디를 하고 남을 웃기는 재주만 있는 배우라고 오해를 했었다. 그런데 그말을 듣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이런 따뜻한 가슴을 가진 배우가 우리 작품을 통해 새롭게 보여지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이환경 감독은 극중 대권 역의 정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정우 배우가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다"고 입을 연 그는 "정우 배우가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극중 캐릭터의 정서에 대한 걸 잘 알더라. 그리고 '응답하라'를 해서 그 당시 느낌에 대해서도 이미 학습을 했었더라. 그래서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흡수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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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하면서 감독이 빛나는 영화보다는 배우들이 빛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환경 감독은 "언제건 봐왔을 법한 영화라 할지라도 그 안에 재료들이 돋보이고 새롭게 보이고 잘 보이는 영화가 좋다. 배우가 돋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그런 면에서 정우 씨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그밖에 다른 조연 배우들에 대한 느낌들을 잘 잡아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제부터 일반 시사를 했는데 조연 배우분들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전작 '7번방의 선물'의 엄청난 성공으로 7년만의 신작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이환경 감독. 그는 "'7번방의 선물'은 분명히 호불호가 나뉘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판타지로 풀었다는 것에 대해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셔선 것 같다"며 전작의 엄청난 흥행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수히 많은 부모 자식에 대한 영화가 있지만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풍선으로 교도소 밖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그런 판타지적 요소 등을 보고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셨을 거라 생각한다. 저는 '이웃사촌'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동화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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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도청을 하던 사람에 감화가 되는 스토리가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독일 영화 '타인의 삶'(2007)와 비교되기도 하는 '이웃사촌'. 이환경 감독은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는 예전에 봤었다. 그 영화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쓴 후에 오히려 '타인의 삶'을 다시 봤는데 비켜갈 수 있는 부분은 비켜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좋은 영화 '타인의 삶'을 한국식으로 풀 수 있는 작품이 '이웃사촌'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느낌같은 부분에서 어느 정도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가 투영은 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 절박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벌어지는 따뜻한 코미디를 더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웃사촌'은 2013년 개봉해 1281만 관객을 웃고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7년만의 새 작품으로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김선경, 염혜란, 지승현, 정현준 등이 출연한다. 11월 2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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