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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오달수, 외로웠을 것"…'이웃사촌' 이환경 감독, '7번방의선물'後 7년의 기다림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0-11-17 17:0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환경 감독(50)이 7년 만의 신작 '이웃사촌'으로 '7번방의 선물'의 감동과 흥행을 재현할 수 있을까.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웃사촌'(㈜시네마허브·㈜환타지엔터테인먼트 제작). 메가폰을 잡은 이환경 감독이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7번방의 선물'(2013), '각설탕'(2006) 등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특유의 따뜻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왔던 이환경 감독. 그가 2013년 개봉해 1281만 관객을 웃고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이후 무려 7년만에 신작 '이웃사촌'으로 다시 돌아와 기대를 모은다.

'7번방의 선물'로 고립된 공간에 갇힌 인물들의 좌충우돌 코믹 라이프와 뭉클한 가족애를 그려냈던 이 감독은 다른 이유로 집 안에 갇힌 수상한 두 이웃사촌 대권(정우)과 의식(오달수)의 뜨거운 진심을 담은 '이웃사촌'을 통해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날 이환경 감독은 7년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지난 주 진행된 시사회에 오랜만에 참석했던 소감을 묻자 "사실은 '7번방의 선물' 때는 내게 그런 행운이 오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500만이 넘을지 1000만이 넘을지, 1300만이 넘을지도 모르고 넘은 후에도 내가 그런 감독이 된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넘겼다. 평생 한 번이나 올까하는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그런데 오히려 지금은 영화가 잘 나왔던 안 나왔던 간에 제 영화에 대해 충실히 이야기하고 배우들과 했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래서 사시회에서 긴강감이 크진 않았다"며 웃었다.
이환경 감독은 '7년방의 선물' 이후 새로운 영화 '이웃사촌'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묻자 "사실 '7번방의 선물'이 끝나고 굉장히 큰 배급사나 투자사 분들이 프러포즈를 해주셨다. 그런데 이상한 도전 의식이 있었다. 할리우드 진출 이런 것이 아니라 같은 동양권 내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를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중국을 가게 됐다.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에 제의를 받고 중국에 갔다. 제가 몇십억을 받고 갔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전혀 돈은 안받았다. 다만 2년동안 그때 중국에서 가장 잘 되고 성공한 영화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체류비만 지원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2년동안 중국에서 시나리오를 썼다. 다른 감독님들은 중국에 가서 한 3개월 촬영하고 오시고 그런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저는 공부를 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하는데만 약 2년 정도 걸렸다"며 "그런데 중국 배우 캐스팅하고 크랭크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사드가 터졌다.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촬영도 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이웃사촌'도 중국에서 기획했던 작품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시작한 영화 '이웃사촌'은 촬영이 완료된 이후에도 극중 출연 배우 오달수의 미투 논란으로 인해 개봉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 감독은 "중국에서 영화를 하다가 사드 때문에 못하게 돼 한국에 돌아와서 이런 일(미투로 인한 개봉 연기)이 일어나니까 내가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일단 일차적으로 이 영화에 많은 공을 들였던 제작진과 투자자들에게 미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리고는 이 작품을 어떻게 작품으로서 승부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지더라. 어디가서 우스갯소리로 영화를 다섯번 찍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편집을 2년간 했다. 파이널 녹음을 했음에도 녹음을 다시 한번 하고 블라인드 시사에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작품에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개봉 연기에 대해 오달수를 향한 원망스런 마음은 없었냐고 조심히 묻자 오달수는 "다른 것보다는 심정으로 배우가 많이 외로울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제가 영화를 찍는 시간만큼은 같은 식구였기 때문에 심적인 부담이나 외로움이 클까봐 한달에 한번씩은 찾아 뵙기도 했다. 특별한 이야기도 없이 그냥 막걸리나 마시고 그랬다"며 웃었다.

시사회에서 "'이웃사촌'이 (자신으로 인해) 개봉을 못했다면 평생 마음이 짐이 됐을 것"이라고 밝혔던 오달수. 시사회 이후 오달수가 어떤 말을 했냐고 질문하자 이환경 감독은 "원래 말 수가 많이 없으신 분이다. 시사회가 끝나고 오달수 배우님과는 문자와 전화로 대화했다. 수고해주셔서 감사하고 용기내서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렸다. 그런데 달수 형이 딱 4글자만 답장을 주셨다. 딱 '착한 사람' 이라고 보내시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오달수가 연기한 의식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의식 캐릭터에 "80년대 가택 연금을 당하셨던 정치인이 DJ와 YS, 두 분이 있었다.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보니 그런 두 분의 정치적 이야기보다는 가택연금을 당하셨을 때 집에서 가족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가 더 궁금해 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 영화가 정치적으로 가는 건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달수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도 편안함을 주는 배우기 때문에 캐스팅했던 거다"며 "'7번방이 선물' 시나리오를 드렸을 때 오달수 배우가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고 했었다. 가슴이 벅차고 미어져서 보다가 끊었다고 하더라. 당시 저는 오달수 배우를 코미디를 하고 남을 웃기는 재주만 있는 배우라고 오해를 했었다. 그런데 그말을 듣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 졌다. 이런 따뜻한 가슴을 가진 배우가 우리 작품을 통해 새롭게 보여지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이환경 감독은 극중 대권 역의 정우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정우 배우가 나이에 비해 애늙은이다"고 입을 연 그는 "정우 배우가 부산에 살았기 때문에 극중 캐릭터의 정서에 대한 걸 잘 알더라. 그리고 '응답하라'를 해서 그 당시 느낌에 대해서도 이미 학습을 했었더라. 그래서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빠르게 흡수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제가 부담됐던 것 중 하나가 정우 배우가 저를 너무 믿고 있었다는 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환경 감독의 입봉작 '그 놈은 멋있었다'(2004)를 통해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사람. 이 감독은 "제가 데뷔 시절, 그리고 그 배우도 데뷔 초창기 시절 17년 전에 함께 한 적이 있다. 그 사이에도 자주 교감이 있어서 그 친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걸쭉한 느낌이 있고 순수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우리 작품에서는 단선적이긴 하지만 단선적인 캐릭터를 복합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하면서 감독이 빛나는 영화보다는 배우들이 빛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환경 감독은 "언제건 봐왔을 법한 영화라 할지라도 그 안에 재료들이 돋보이고 새롭게 보이고 잘 보이는 영화가 좋다. 배우가 돋보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그런 면에서 정우 씨에 대한 부분도 그렇고 그밖에 다른 조연 배우들에 대한 느낌들을 잘 잡아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제부터 일반 시사를 했는데 조연 배우분들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전작 '7번방의 선물'의 엄청난 성공으로 7년만의 신작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이환경 감독. 그는 "'7번방의 선물'은 분명히 호불호가 나뉘긴 하지만 그 이야기를 판타지로 풀었다는 것에 대해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셔선 것 같다"며 전작의 엄청난 흥행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무수히 많은 부모 자식에 대한 영화가 있지만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풍선으로 교도소 밖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그런 판타지적 요소 등을 보고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사랑해주셨을 거라 생각한다. 저는 '이웃사촌' 역시 판타지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동화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웃사촌'은 '7번방의 선물'의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해서 만든 작품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7번방의 선물'은 딸과 아빠의 교감에 대해서만 집중을 해서 주변 인물들이 집중 조명되진 못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의식과 대권의 교감은 물론, 두 사람의 교감이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가능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면에서 '7번방의 선물'에 비해 업그레이드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도청을 하던 사람에 감화가 되는 스토리가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독일 영화 '타인의 삶'(2007)와 비교되기도 하는 '이웃사촌'. 이환경 감독은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는 예전에 봤었다. 그 영화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쓴 후에 오히려 '타인의 삶'을 다시 봤는데 비켜갈 수 있는 부분은 비켜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좋은 영화 '타인의 삶'을 한국식으로 풀 수 있는 작품이 '이웃사촌'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느낌같은 부분에서 어느 정도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가 투영은 됐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 절박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벌어지는 따뜻한 코미디를 더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웃사촌'은 2013년 개봉해 1281만 관객을 웃고 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한 이환경 감독의 7년만의 새 작품으로 정우, 오달수, 김희원, 김병철, 이유비, 조현철, 김선경, 염혜란, 지승현, 정현준 등이 출연한다. 11월 25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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