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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혜수 "마블 영화에 열광하는 요즘, 투자 쉽지 않았지만 의미 담았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11-05 13:5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혜수(50)가 "마블 영화에 열광하는 요즘, '내가 죽던 날' 같은 영화 한 편 정도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미스터리 휴먼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 오스카 10 스튜디오·스토리퐁 제작)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를 연기한 김혜수. 그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내가 죽던 날'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내가 죽던 날'.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사건 이면의 사람을 들여다본 '내가 죽던 날'은 삶의 벼랑 끝에 선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며 기존 장르 영화의 문법을 탈피한 섬세한 감성 드라마로 강렬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여기에 '내가 죽던 날'은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존재감을 드러낸 김혜수와 칸국제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사로잡은 이정은, '괴물 아역'으로 떠오른 노정의의 쫀쫀한 앙상블이 돋보인 작품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김혜수는 삶의 벼랑 끝에서 자신과 닮은 소녀 세진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차 몰입되는 캐릭터 현수로 변신, 감춰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점차 자신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 진폭이 큰 인물의 감정을 완벽히 소화했다. 2016년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 이어 '내가 죽던 날'에서 다시 한번 형사 캐릭터를 맡은 김혜수는 사건 이면에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은 물론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린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고 디테일한 열연으로 채우며 '충무로 톱 클래스' 품격을 입증했다.

이날 김혜수는 "'국가부도의 날'(18, 최국희 감독) 촬영을 마치고 나서 제안 받은 작품이 '내가 죽던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촬영 중에는 제안이 들어온 작품의 시나리오를 잘 안 본다. 촬영 끝나고 쌓아둔 시나리오를 읽는데 그 중 가장 위에 있던 작품이었다. 첫 제목이 '내가 죽던 날'인데 그 제목으로 내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이상하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나와 현수의 상황은 다르지만 내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연기가 힘들다는 생갭다는 이 작품은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은 신인 감독인데 보통은 신인 감독과 작품을 한 편 하고 나면 활력이 되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작업할 때 어려움도 있다. 변수도 많고 여러 고충이 있다. 내 경우에는 보통 신인 감독의 작품이 글이 좋다면 그 감독의 전작 단편을 모두 보고 작품에 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도 못할 정도로 글이 좋았다. 뒤늦게 감독의 전작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이번엔 무언가 이끌리듯 작품을 하게 됐다. 어제(4일)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집에 와서도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 기분이 많이 생각 났고 순간순간 많은 생각이 났다"고 설명했다.

사실 '내가 죽던 날'은 개봉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후문. 여성 서사 중심의 영화, 상업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가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작품이다. 이와 관련해 김혜수는 "투자가 힘들었지만 나는 그 부분을 넘어 작품에 내 마음이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이 작품은 마음이 정말 많이 간 작품이다. 우리들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서 좋았다. 정말 좋은 시나리오였다. 다만 투자가 되기 쉽지 않았다. 등장 인물이 대부분 여성이었고 과정이 어둡고 아프지 않나? 영화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 마블 영화에 열광하는 관객들이 요즘 많아졌는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판 탄하기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우리가 많은 관객과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수익 구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영화 한 편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은 잘 하는걸 넘어 제대로 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고 의미를 더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박지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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