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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⑤] 김희선 "결혼 전이 슬럼프..쉬면서 '연기 열정' 다시 끓었죠"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0-10-29 08:00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희선(44)이 28년차 배우의 노련함을 보여줬다.

김희선은 28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베테랑 톱배우. 1992년 '고운 얼굴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데뷔해 1990년대를 주름 잡으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KBS2 '목욕탕집 남자들'(1995), KBS2 '프로포즈'(1997), SBS '토마토'(1999), MBC '해바라기'(1998)를 거치며 당대의 톱스타로 자리잡았고, 영화 '비천무'(2000), '와니와 준하'(2001) 등 작품으로도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결혼과 출산 이후 2012년 퓨전 사극 SBS '신의'로 6년 만에 복귀한 김희선은 KBS2 '참 좋은 시절'(2014), MBC '앵그리맘'(2015), JTBC '품위 있는 그녀'(2017) 등을 통해 연기활동을 이어오며 한 번도 '톱'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활약 중이다.

2018년 종영한 tvN '나인룸'에 이어 김희선은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김규원 강철규 극본, 백수찬 연출)를 통해 또 다시 윤태이와 박선영으로 1인 2역에 도전했고 성공적인 마무리를 거뒀다. '앨리스'는 죽음으로 인해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남녀가 시간과 차원의 한계를 넘어 마법처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희선과 주원, 곽시양 등이 주연을 맡아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최고 시청률 10.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김희선은 28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종영 소감을 남겼다. 김희선은 1993년 데뷔한 후 28년간 활동하며 계속해서 톱스타, 극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김희선은 "톱스타로 계속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저한테는 참 복인 것 같다. 제 배역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작품은 마음에 드는데 제 역할이 마음에 안 든다거나 그런 것도 있고, 작품도 다 좋은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역효과를 내거나 오히려 너무 제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우려가 된다. 저는 물론 드라마의 제일 큰 시나리오 역할도 중요하지만 같이 하는 감독님, 배우도 중요한 거 같다. 배우도 역할이 맞고, 제가 평소 하고 싶었던 배우를 찾기 힘든데 그래도 간절히 원할 때 이런 작품이 주어지더라. 이게 복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슬럼프가 없던 것은 아니라고. 김희선은 슬럼프 관련 질문을 받고 "그 시기가 저는 결혼이었던 거 같다. 제가 20대 때는 일을 쉬지 않고 일한 기억밖에 없는데, 100% 제 마음에 들었다고 표현을 못하겠더라. 사실 '나는 이렇게 연기하고 싶은데, 감독님에 의해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방향으로 한 것도 있고 수동적 자세로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때려치울' 생각을 하려던 찰나에 제가 결혼을 해서 좀 쉬어가는 시간도 가졌다가 다시 결혼하고 쉴 때 다시 저의 열정을 갖게 된 거 같다. 만약에 20대처럼 계속 일을 했다면, 30대도 20대만큼 일이 주어지지 않겠지만 그렇게 연기했다면 진작에 때려치웠을 거 같다. 그런 시기에 결혼과 아이와 저만의 시간을 갖고 하고 싶다는 열정을 끌어올렸고, 그 시기를 잘 견딘 것 같다. 잘 버틴 거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40대 대표 여자 배우로서 김희선은 다양한 길을 열어가는 중. 그는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 예전 얘기지만, 많은 선배님들을 보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돌아오실 때 보면 꼭 주인공의 엄마, 아빠, 삼촌, 이모를 많이 하시더라. 역할의 중요성을 떠나서. 그런데 그렇게 '저 선생님은 이런 역할해도 멋질 거 같은데' 생각도 했었는데, 그게 다만 그분의 얘기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 역시 저의 모습일 수도 있고, 저의 미래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장르물이나 많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채로운 소재가 생기니까 40대에 아이를 낳고 여자 선배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이 생길 거 같다. 40대 배우로서 기분이 좋기도 하다. 어렵다기 보다는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는 거 같다. 사람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그런 연기와 나이대가 있지 않나. 아무리 20대를 하고 싶어도 지금은 제가 못 해서가 아니라 안 하는 거다. 그런 어려움보다는 그 나이에 맞는 연기가 그 사람에게 제일 잘 어울리고, 그 나이대에 맞는 역할이 가장 자신있는 연기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는 것이 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희선은 30년 가까이 대한민국 대표 미녀로 불리는 소감에 대해 "미모를 유지하는 비결을 물으신다면, 비결은 딱히 없지만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거 같다. 그리고 받는다고 해도 빨리 잊어버리고 털어버리고, 오래 마음에 간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좋은 사람들과 술먹고 떠들면서 수다를 한다. 역시 사람들은 뒷담화할 때 친해지고 그런다. 어떻게든 풀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에 허리디스크가 조금 터졌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운동을 하려고 한다.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하루하루 몸이 다르더라"고 말했다. 만약 이정도로 운동을 안 하면 화장실 갈 때 기어간다고, 제 근력이 그정도로 저질이라고 하더라. 대한민국 대표 미녀라고 하시니 태어나며 갖고 태어난 것은 다 썼다. 앞으로도 유지하면서 관리하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안 받는 게 말로는 쉬운데 참 어렵다"고 했다.

게다가 과거에는 예쁜 미모 때문에 연기력이 가려졌다면, 이제는 연기도 외모도 완벽한 '믿보배'로 거듭나는 중. 김희선은 "'믿보배'라는 말이 얼마나 좋나. 배우가 이 세글자를 들으려고 열심히 하는 거 아니겠나. 이 단어는 정말 좋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믿보예배'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예쁜 배우"라는 재치 있는 수식어를 남겼다.


'시간여행'을 그린 드라마 '앨리스'에 출연했던 김희선은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왔다고. 김희선은 "시간여행 드라마다 보니 '과거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데 저는 현재가 좋다. 배우로서의 이유다. 예전에는 막 감독님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하면 그걸 흉내내는 편이었던 거 같다. 감독님에게 의지하고 해주시는 말에 그대로 약간 따라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제가 제 생각대로 연기하고 제가 좀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를 때나 역할을 고를 때 그런 면에 있어서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시점을 따지자면 현재인데, 굳이 한다면 아무 생각이 없던 순수한 초등학생 때. 동네에서 놀고 있으면 때 되면 돌아오고 그럴 때가 좋다. 현재가 제일 좋다"고 밝혔다.

과거 PD와 감독들의 디렉팅에 의지한 연기를 해왔다면, 이제는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김희선은 "'좋은 연기'는 다른 친구들의 연기를 보며 그 사람이 울 때 나도 울고 그 사람이 웃을 때 같이 웃을 수 있는 그런 연기가 좋은 거 같다. 저는 사실 '국제시장'을 다시 봤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그리지 않았나. '국제시장'을 다시 봤는데 다시 보고, 다시 봤는데도 처음보다 더 울게 되더라. 자식이 있다 보니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걸 상대방이 느낄 수 있으면 좋은 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힌지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후 단 한 번도 '신비주의'를 택하지 않았던 김희선의 모습은 많은 여배우들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시원한 성격 덕에 호감도 역시 높아졌다. 김희선은 "저는 신비주의를 한 적이 없다. 여기서 다른 배우를 언급해서 욕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은 '술 못해요'할 때 저는 주량 얼마라고 얘기했고, 그닥 숨긴 건 없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말을 안하면 안했지 거짓말은 안했다. 소주 두 병이요, 세 병이요, 네 병이요 다 말했다. 만약 신비주의콘셉트를 계속 갔다면 지금의 제가 못 있을 거다. 데뷔 초에는 다 그런 분위기였던 거 같다. 여자 배우는 그랬었다"고 했다.

이어 김희선은 "제가 봐도 너무 바르게 살아도 힘들고, 너무 어긋나게 살면 힘들지만 적당히 어긋나게 사는 저같은 이런 콘셉트는 많이 피곤하지 않은 거 같다. 롤모델로 삼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 더 꾸밈없이 솔직하고, 거짓말 안하고 솔직하고 털털하게 제 모습 그대로. 여기서 제가 콘셉트를 바꿔도 이미 늦었다. 25년을 넘게 이렇게 살았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주변에서 "유튜브 열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김희선은 기자들에게 "술방"(술 마시며 하는 방송)을 추천받고 고심했다. 그는 "제가 만약 유튜브를 하면 '오늘 이 자리에는 술을 하는 신동엽을 모셔서 말하겠다' 이런 것을 할 거 같다. 그런데 한 시간 녹화하면 한 50분을 못 나가고 비방(방송 불가)일까봐 그게 문제다. 또 그게 걱정인데 작품을 못할까봐 걱정이다. 다른 걸 다 잘릴까봐 걱정이다"고 말하며 남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김희선을 향한 기다림은 길어지지 않을 전망. 김희선은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더 도전적인 작품으로 여러분들이 깔 수 있는 새로운 모습 많이 보여드려야 된다"고 말했다.

김희선은 '앨리스'를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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