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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김건우(29)에게 '청춘기록'은 또 다른 가능성이었다.
스타 작가들의 선택을 받는 배우 김건우는 2017년 방송됐던 임상춘 작가의 드라마 '쌈, 마이웨이'로 화려하게 데뷔하며 데뷔 후 매해 '열일'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노희경 작가의 작품인 tvN '라이브'에서는 김한표 역을 맡아 열연했고, 2018년 방송된 드라마 MBC '나쁜형사'의 역대급 악역을 거쳐 하명희 작가의 작품인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안길호 연출)을 통해서도 하찮은 악역 박도하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매력을 확실히 어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김건우는 "반대의 삶을 사니 희열을 느꼈다"며 박도하의 삶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필리핀 합작 영화를 촬영하다가 '청춘기록'의 특별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김건우는 초반 단 2회만 등장하는 캐릭터였지만, 이후 촬영 분량이 늘어나고 캐릭터가 확장되며 새로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김건우는 "처음에 '2회 정도 특별출연인데 괜찮겠느냐'는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저는 특별출연은 유명한 배우들이 하느 거 아니냐. 그런데 인연이 돼서 너무 좋았고, 하명희 작가님과 안길호 PD의 팬이었기 때문에 대본도 시놉시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꼭 하고 싶다고 했었다. 배역 설명만 대충 듣고 톱스타 역이라기에 '나랑 안 어울리는 거 같은데'라고 했는데,특별 출연이라 '연기 잘 하고 민페만 끼치지 말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시청자라고 생각했을 때, 나 같은 사람이 톱스타 역할을 한다면 이입이 안 될 거 같아서 이질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벽한 해석이 도움이 됐고, 극중 박도하의 생명연장도 동시에 이뤄졌다. 김건우는 "처음에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갔다기 보다는 대본 자체가 명확했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었다. 처음에 그저 '도움을 주고 나오자'는 마음으로 함께했다. 첫 촬영이 박보검 배우를 때리고 김혜윤 배우에게 맞는 장면이었는데, 처음 만나자마자 갑자기 맞고 때리고를 했어야 했다. 그걸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검이는 정말 배려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너무 편하게 해줬다"고 말했다.
박도하의 생명연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초반 2회만 나올 수 있던 배역에서 최종회까지 등장하는 역할로 시청자들과 함께하게 됐던 것. 김건우는 "제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아예 몰랐었다. 보통은 책 대본을 받기 전에 파일을 먼저 받을 수 있는데, 1부와 5부에만 등장하기로 했던 제 분량이 갑자기 '6부 박도하', '7부 박도하', '8부 박도하'로 계속해서 나오더라. 그래서 '이게 뭐지?'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안길호 PD님이 그때 '어디 가서 특별출연이라고 말하지 마'라고 하셨다. 그래서 생명이 연장된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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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출연으로 시작했지만, 김건우가 만들어낸 박도하는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하기도 했다. 김건우는 "우스개소리로 현장 진행 PD님이 '다음 스케줄 잡지 마세요'라고 하시더라. 그때 그냥 '네'이러고 말았는데 그 후로 제 이름이 계속 나왔다. 물론 몇 회에서 제가 사라질지 불안감도 있었지만, 여기서 받는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며 "제가 지금까지 1부부터 16부까지 전부 나온 드라마가 없는데, 특별출연으로 등장했던 이 드라마가 횟수로 따지면 가장 많이 나왔다. 16부 중에 12부를 등장한 거다. 그래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극중 등장한 박도하의 매력은 자타공인 '하찮음'이었다. 하찮았던 박도하의 매력 덕분에 '하며든다', '도며든다'는 반응까지 생기며 호평을 받기도 했던 것. 김건우는 이에 대해 "찍을 때는 몰랐는데 길을 다니다 보보니 알아봐주시는 분도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친구들이나 아빠나, 누나도 좋은 반응들을 많이 알려줬었다. 처음에는 '도며들었다'는 말을 듣고 '그게 무슨 말인데?'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게 '도하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말장난처럼 쓴 거더라. 그걸 듣고 너무 웃었다. 작명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망하지 마 망할 놈'이라는 말도 있다고 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제가 하찮으려고 노력했다기 보다는, 공개되고 나니 태수 선배님의 역할이 세서 제가 중화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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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건우는 "아버지가 '네가 잘 했으면 진작에 잘 되지 않았을까'하는 말씀도 하셨고, '안 되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말씀도 하시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제가 잘하고 있다고 증명할 것이 없으니 '너 요즘 뭐하고 있느냐. 잘 하고 있느냐'고 의심을 하셨던 거 같다. 압박감이 심하기도 했었다. 제가 느낄 때는 저도 힘이 드니 '왜 이렇게 응원을 안 해주지'하는 느낌도 있었다. 데뷔하고 나니 너무 좋아하시더라. 저보다 더 제 기사를 많이 보시고,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더 많이 검색하신다. 드라마도 몇 번씩 보시고 그러시더라. 그런 의미에서 제 아버지는 사영남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친구 따라 시작한' 연기이자 오랜 기다림 끝에 데뷔를 이뤄낼 수 있었지만, 김건우는 그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고3 여름방학 때 제일 친한 친구가 연기학원을 다니고 이상한 행동을 하길래 친구로서 걱정이 돼서 따라가봤었다. 친구가 '오감을 연다'면서 이상한 행동을 하니 가봤었는데, 저도 하루 수업 들어보고 그 다음주에 등록을 했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삼수를 해서 학교를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가 '그냥 그런' 시기인데, 그때는 3년이나 연기에 투자를 한다는 것이 너무 길었다. 나랑 동갑이던 애들은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가 전역하는데 저는 그때 학교에 들어가서 혼자 힘들다 보니 '속도전에 괜히 참여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난 너무 느리다'고 생각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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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김건우는 사혜준의 '근성'을 보고 특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그는 "사혜준이 노력을 하는 모습이 공감이 됐다. 사실 노력이라는 것이 특별히 운동선수처럼 오전, 오후, 저녁에 운동하고 매일 연구하고 한다기보다는 기라미의 싸움이었던 거다. 이 일은, 오디션의 기회 자체가 오는 것이 감사한 일이고 가서 합격하는 것도 역시 감사한 일이라 기다림을 좀 잘 버텼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근성이 있는 편이고, 옆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았고 응원도 받았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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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우는 '청춘기록'을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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