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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준기(39)에게 '악의 꽃'은 치열한 고민이자 도전이었다.
이준기는 28일 스포츠조선과 서면을 통해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준기는 "매 작품이 그랬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더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한다.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이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악의 꽃'은 이준기에게 고통스러운 고민을 안겨줬던 작품. 이준기는 "처음 '악의 꽃'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는 거였다.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를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다.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내가 과연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자칫 배우 이준기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와 전체적인 밸런스를 붕괴시키지는 않을까'와 같은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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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악의 꽃'은 좋은 결정이 됐다. 이준기는 "'악의 꽃'은 저에게 있어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상상력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며 "항상 작품에 임할 타이틀롤을 맡은 배우로서 최선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이번 작품은 유독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잘 완주한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있어 가능한 결과이기에 더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기는 '악의 꽃' 속에서 다양한 역할에 충실한 남자 도현수를 연기했다. 남편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이는 상대역이던 문채원이었다. 이준기는 "남편으로서의 모습은 아무래도 문채원 씨와 이런 저런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채원 씨는 굉장히 섬세해서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큰 힘을 가진 배우다. 그래서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워줬다. 덕분에 마지막에 가서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고 했다.
특히 문채원과의 호흡은 '멜로를 더 보고 싶다'는 시청자들이 생길 정도로 절절했다. 이준기는 "문채원 씨가 가진 멜로의 힘은 남다르다. 정말 사랑스럽다가도 애틋하고, 또 슬프도록 처연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함께 그려나갈 연기 합이 기대가 되어 이전부터도 채원 씨와 멜로를 해보고 싶다는 연기적인 욕심이 있었다. 감사히 이번 작품을 통해 함께 멜로를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다만 연애할 때와 같은 소소하고도 행복한 일상들을 더 찍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너무 절절한 멜로의 비중이 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함께 만들어 나간 멜로 호흡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서로가 서로를 채워주는 연기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준기는 문채원에 대해 "문채원 배우 같은 경우에는 '악의 꽃'이란 작품을 고민하기 전에도 몇 번 만나 각자 고민 중인 작품 이야기라든지 인생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악의 꽃'을 결정하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을 때도 채원 씨가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라는 얘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다. 그래서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제가 감성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받고 도움받기도 했다. 차지원이 있었기에 도현수의 감정들도 더 절실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거다. 극의 몰입도를 잘 만들어내는 배우이기 때문에 아마 이번 작품에서 차지원의 감정을 표현하느라 정말 힘들었을 거다. 정말 고생도 많았고, 다음에 꼭 맛있는 것 사줘서 기력을 회복시켜줘야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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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에서 보여준 가정적인 모습 덕분일까. 이준기도 "결혼해야겠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저 역시 백희성처럼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고, 좋은 남편, 아빠가 되고 싶다. 특히 이번 작품을 하면서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이준기는 결혼하면 정말 잘 살 거 같다', '딸바보가 될 거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가정이 생긴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랑할 거 같다. 현수가 갓 태어난 은하를 보고 무표정하게 '왜 우는거야'라고 물어보는 신이 있었는데, 저는 감정이 없어야 하는 상황인데도 자꾸만 눈물이 나더라. 괜히 아기한테 눈을 못 떼고 촬영 내내 넋을 놓고 바라만 봤다. 그걸 보고 촬영 감독님이 '준기 결혼할 때 됐나 보다'고 하시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악의 꽃'은 2001년 데뷔한 뒤 19년째 연기 외길을 걷고 있는 이준기에게도 인생작이 됐다. 그는 "배우로서 가치관을 만들어준 '왕이 남자'라든지, 작업의 치열함과 열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든지, 배우로서 열정을 인정받고,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일지매' 등 매 작품이 저에게는 인생작품, 인생캐릭터였다. 매번 새로운 가치를 배우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물론 대중이나 팬분들이 생각하는 각각의 작품이 있겠지만, 이제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았던 작품이 없는 거 같다. 그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고, 여전히 배우로서 연기하는 모든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준기는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되는 것보다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다. 그렇기에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었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한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준기는 '악의 꽃'을 마친 뒤 차기작을 검토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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