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우리, 사랑했을까' 송지효의 딸 엄채영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사실 대오의 날카로운 말들에는 이유가 있었다. 14년 전, 열렬히 사랑했던 애정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 이유도 모르고 이별을 당한 대오는 그 후로 식음을 전폐하고 죽도록 달리기만 했다. 그리고"돈도 없고, 빽도 없고 미래가 없어서 애정이가 버렸다"는 항간의 소문이 진짜인 것만 같아 괴로움에 몸서리치다 등단을 다짐했다. "걔가 나 찾아오게 만들 거야. 반드시"라는 불타는 일념으로 써내려 간 소설이 바로 '사랑은 없다'. 애정이 영화화를 원한 그 작품이었다.
"기나긴 복수 시나리오"가 드디어 완성되자 의기양양해진 대오는 애정의 부탁을 '뻥' 찼고, 대학 선후배 사이로 지금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톱배우 류진에게 으스대며, 영화판에서 애정을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대오만큼이나 애정을 다시 만나고 싶었던 류진의 동공도 어김없이 확장됐다. 대오의 북콘서트장에서 발견한 그녀의 뒷모습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우리 좀 특별했었지"라는 애정의 기억을 증명해 보이는 촉촉한 눈빛도 함께였다. 14년 만에 눈 앞에 나타난 애정을 보며 류진은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 궁금증을 자극한 대목이었다.
그렇게 한차례 위로를 받은 애정은 다시 불굴의 의지를 장착했다. 게다가 '사랑은 없다' 에서 남자를 배신하고 사라진 여자는 자신, 마음에 병이 든 남자는 오대오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 작품 저한테도 지분 있다고요. 그래서 제가 꼭 해야겠다고요"라며 선전포고를 날린 것. 철저히 남자의 시각으로 쓰여진 그날의 이야기에 애정은 더욱더 분개했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14년 전 그날을 회상하며 "누가 먼저 사라졌는데. 누가 누굴 버렸는데"라는 것. 대오가 알지 못하는 그날, 숨겨진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애정이 한껏 날이 선채 "어쩌면 작가님이 빼앗은 건지도 모르죠. 그 여자의 전부를요"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날의 아픔에 잠겨 있던 애정은 이내 정신을 잃었고, 병원에서 깨어보니 구파도가 있었다. 자신을 이렇게 벼랑 끝까지 몰아부친 장본인이자 악몽까지 꿀 정도로 무서움에 시달리게 했는데, 눈 앞엔 안쓰러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가 있었다. "그냥 있어요. 아직 움직이는 건 무리니까. 조금 더 쉬었다가 나갑시다"라는 다정한 말도 함께였다. 미묘하게 달라진 그의 태도에 애정은 "왜 자꾸 사람 긴장 풀리게 해요"라며 서러움을 토로했다.
한편, 14년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의 아빠가 미치도록 궁금했지만, 그게 엄마를 슬프게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후로 궁금해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하늬는 거부할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엄마의 추억 상자를 우연히 꺼내보다 '나의 미래의 아기에게'라는 노트를 발견한 것. 할머니 향자(김미경)와 담임쌤 연우가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밀하다는 사실도 충분히 놀라운데, 노트 맨 밑에 적혀있는 '아빠: 오연우, 엄마: 노애정'을 본 순간 하늬의 눈코입이 확장됐다. 그때 울린 애정의 집 초인종과, 인터폰으로 드러난 연우의 얼굴. 노트를 본 순간부터 하늬의 머릿속에 든 단 하나의 생각은 과연 진실이 맞을까.
회를 거듭할 수록 노애정과 네 남자의 관계가 더더욱 궁금해지는 '우리사랑'은 매주 수, 목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supremez@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보크 논란 "임기영이 상대를 속이려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