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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하이에나'의 김혜수는 달랐다. 김혜수의 정금자는 영리하고, 재빠르고, 대담했다. 본래의 목적을 감추며 음흉하고 은밀하게 접근하는 캐릭터들과는 달리 금자는 자신의 욕망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거침이 없었다.
사실 금자와 함께 일하라는 송대표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H팀은 금자를 수월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곱게 자란 자신들과는 달리 금자는 선을 넘고 올라온, 발칙하고 거친 야생동물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팀원들은 정금자의 영입을 변호사의 품격과 기품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러나 듣도보도 못한 기발한 방식으로 결국 승소를 만들어내는 정금자만의 방식은 고객들 뿐 아니라 H팀까지 매료시켰고 결국 H팀원 모두 그를 기꺼이 우두머리로 인정하며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 이로써 금자는 그들을 이끄는 수장으로 자신만의 왕국, 더 크고 탄탄해진 충을 완성했다.
정금자는 약점이 많은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변호사하면 떠올리는 금수저가 아닐 뿐더러 보육원 출신에, 가정폭력의 피해자, 변변한 학력도 없는 검정고시 출신, 안 해본 일이 없는 생활형 인간이 바로 금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약점이 금자가 여타 변호사들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금자는 이 모든 것을 부끄러워 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인 고객의 아픔과 상처를 오롯이 이해했다. 때문에 자신을 걱정하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윤희재에게 "나를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코웃음칠 수 있었던 것. 결국 드라마 말미 금자는 자신의 유일한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었던 양아버지와의 관계와 아픈 과거까지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극복하며 완전한 승리를 거둔다.
이는 김혜수 아닌 정금자를 상상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혜수가 '하이에나'에서 보여준 변화무쌍하고 폭발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짙고 어두웠던 금자의 과거부터 유쾌발랄 그 자체였던 '점'금자까지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멋있게, 때로는 섹시하게, 때로는 고혹적으로, 심지어 웃음까지 선사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콘트라스트를 구현하면서도 고유의 색을 잃지 않았다.
'정금자'라는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역대급 완벽연기를 보여준 김혜수. 드라마에서 정금자는 머뭇거리는 백운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냥 나만 믿어. 내가 곧 돈이요, 길이요, 미래니까." 이 대사가 정금자 캐릭터 그 자체이자 김혜수가 제시한 여성캐릭터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며, 이것이 김혜수가 자타공인 대한민국 원톱배우로 손꼽히는 이유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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