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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하이바이,마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진한 여운으로 깊이를 더하고 있다.
#죽음 앞에서도 나만 생각하지 않게 하는 것 '가족'
그 누구도 죽음을 예측할 수 없듯, 죽은 이들도 생의 마지막을 알 수 없었다. 죽음 이후 이승에 머물게 된 '평온납골당' 귀신들은 남겨진 가족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차유리 또한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보다, 일상이 망가진 조강화(이규형 분)를 지켜보는 게 더 힘들었다. 시간이 흘러 차유리의 가족들도 점차 일상을 되찾아갔고, 차유리 역시 더 이상 울지 않았다. 하지만 죽으면 모든 게 끝난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죽음 후에도 가족 때문에 끝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가족들은 일상에서 견뎌온 눈물을 납골당에서 흘려보냈다. 귀신들도 그런 가족들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쳤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 필승이 어떡하지"라는 생각만 떠올랐다는 필승모(박은혜 분)의 말처럼, 가족 걱정에 편히 눈 감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너무 익숙해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들의 삶을 반추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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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순간, 누군가는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밀려오는 슬픔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고, 누군가는 이 감당할 수 없는 이별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또 살아내기 위해 슬픔을 외면하고 방치하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조강화의 말처럼, 차유리를 떠내 보낸 이들은 각자 자신의 방법으로 이별을 받아들였다. 조강화는 차유리가 사고를 당했던 장소에 서서 다가오는 슬픔을 그대로 직면했고, 엄마 전은숙(김미경 분)은 차유리가 떠오르지 않게 집안 곳곳을 청소하는 등 몸을 혹사했다. 절친 고현정(신동미 분)은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담아 멈춰있는 차유리의 SNS에 글을 남기고, 계근상(오의식 분)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돌아보며 슬픔과 맞섰다. 사랑하는 이를 예고도 없이 떠나보낸 슬픔을 그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던 아빠 차무풍(박수영 분) 역시 아무도 없는 딸의 빈소에서 처절하게 오열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차유리를 떠나보내는 이들의 모습은 담담한 척 해도, 상흔은 모두에게 남아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는 슬픔을 애써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사랑하는 이를 마음껏 떠올려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며 먹먹함을 자아냈다.
#내가 살아내야 할, 또 다른 내 '몫'의 시간
하루하루 당연하게 찾아온 오늘처럼, 내일 또한 당연하게 찾아올 거라고 믿었던 차유리. 마중 나가겠다던 약속을 '다음'으로 미루며 웃던 차유리는 다시는 조강화를 마중을 나갈 수 없게 됐다. 귀신이 된 차유리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조강화를 바라보며 덧없이 흘려보낸 순간들을 후회했다. 조강화 역시 차유리의 사소한 부탁들을 들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해했다. 하지만 소중한 이의 상실로 무너졌던 조강화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또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삶은 내가 살아야 할 또 다른 내 몫의 시간을 남겨 놓았다"는 조강화의 내레이션처럼, 차유리가 떠난 후 조강화는 자신에게 주어진 나머지 삶을 조서우와 꿋꿋하게 버텨냈고,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소중한 사람을 평생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또 다른 몫'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운 대목이었다. 소중한 이의 상실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삶의 시작이었다.
#세상은 어김없이 돌아가고, 많은 것들은 변한다
차유리의 시간은 멈췄고, 조강화의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다. "살아가는 동안 나는, 날 둘러싼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내가 가려진 시간 동안, 세상은 어김없이 하루하루 돌아갔고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었다"는 차유리의 덤덤한 내레이션처럼, 그의 추억이 깃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변해갔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차유리를 이해하지 못하던 조강화는 오민정(고보결 분)과 함께 매운 음식을 먹게 됐고, 두 사람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도 새로운 건물과 사람이 들어섰다. 변화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차유리. 하지만, 정말 불행한 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변한 것들이 아닌, 소중한 이와의 시간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 아닐까. "네가 사라진 시간 동안 세상은 어김없이 하루하루 돌아갔고 함께 했던 우리의 시간들이 간절히 나를 바꿔가고 있었다"라는 내레이션은 차유리를 잃은 조강화의 가슴 아픈 현실을 마주하게 했다. 조강화는 생전 차유리의 말을 기억하며 사소한 습관들을 고치려 노력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차유리와의 추억을 끌어안고 사는 조강화와 그런 그를 곁에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차유리. 같은 공간 속 다른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애틋함을 더하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 에필로그였다.
한편,
anjee8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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