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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 '아무도 모른다'로 엿보인 멜로 가능성

남재륜 기자

기사입력 2020-04-02 11:32



[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로 첫 단독 주연작을 꿰찬 배우 김서형. 25년이 넘도록 연기를 해내오는 동안 그는 단 한 번의 연기 논란 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대중들의 뇌리에 콕콕 박았다.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서형은 '배우가 되기 위해 태어난 듯' 수많은 작품의 터널을 지나오며 연기력을 갈고 닦았다. 전국민이 그에게 열광하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 김서형은 독한 눈에 갖은 악행을 이어가는 희대의 악녀 신애리를 맡아 폭발적인 에너지로 이끌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보와 늘 폭주하는 캐릭터를 약 6개월간 지치지 않고 그려낸 탓에 작품에서 가장 주목받는 역할로 손꼽혔고,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신애리로 단련된 그의 연기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더욱 그 강도가 높아졌다.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투영한 '자이언트'의 유경옥에 이어, 모략과 음모의 정점에 서 있는 '샐러리맨 초한지'의 모가비까지. 웬만한 연기력이 아니고는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인물을 맡아 완벽히 표현해냈다. 또, 그는 '어셈블리', '굿 와이프'를 통해 국회의원, 로펌 대표 등을 연기하며 성의 경계를 허문 캐릭터로 대중을 만났다. 누구의 아내, 엄마가 아닌 오롯이 그 역할 자체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젠더리스의 표본이 됐다.

김서형의 진가는 'SKY 캐슬'을 만나며 터졌다.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을 만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인기를 한 몸에 얻은 것. 머리카락 한 올도 남김 없이 빗어 넘긴 올백 헤어부터 올블랙 스타일링까지. 김서형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단 한 신도 쉽지 않았을 역할. 김서형은 처절하게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묵묵히 버티며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아내의 유혹'부터 'SKY 캐슬'까지 김서형은 주로 악역 혹은 그 경계이거나 세고 강한 캐릭터의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대중을 만나왔다. 그러나 이제 김서형은 '아무도 모른다'로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바꿨다. 지금까지 해 왔던 센 이미지를 벗고 감성과 공감을 장착한 차영진으로 변신에 성공한 것. 김서형은 냉정한 형사의 겉모습에 누구보다 감성적이고 상대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는 역할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특히 상대방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캐릭터를 따스한 감성에 친구의 죽음과 사고를 안타까워하며 때로 자책하기도 하는 절절한 감정까지 그동안 그에게서 쉽사리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면면을 선사하는 중이다.

김서형의 변신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집중해야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악녀 이미지로만 점철됐던 그는 '아무도 모른다'를 만나면서 애절한 감성을 선사했고, 처절하게 갈고 닦은 연기력을 매회 폭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김서형이 각고의 노력으로 완성시킨 차영진에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에게서 선한 이미지와 애절함을 본 대중들은 김서형에게서 멜로와 로맨스의 가능성마저 엿보고 있다. 탁월한 연기력과 스스로 증명해낸 캐릭터 소화력은 어떤 장르를 가져다 안겨도 빈틈없이 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늘 대중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제작진이 바란 것 보다 한 수 위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낸 그다. 많은 작품들이 김서형을 그저 강하고 센 캐릭터로 소비했던 경향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절절한 멜로의 주인공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도 못해낼 이유가 없다. 수 년간을 담금질해 김서형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낸 그가 아닌가. 총천연색의 얼굴을 스스로 증명해낸 김서형이 하루 빨리 멜로에 도전할 날을 기다려본다.

남재륜 기자 sj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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