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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늘 하던대로"…오스카 끝낸 봉준호, '기생충'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0-02-19 17:34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스포츠조선 조지영·이승미 기자] 봉준호 감독이 뜨자, 구름 취재진이 몰렸다.

5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시선을 놓지 않았다. 오스카의 위력,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봉준호가 곧 장르다'를 넘어 '봉준호가 곧 세계 영화'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카데미 4관왕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긴 봉 감독이 19일 서울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의 좌우에는 '기생충'의 주역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함께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봉 감독은 오스카 레이스를 마친 후 16일 금의환향했다. 아카데미 후 첫 국내 기자회견, 그 또한 감개무량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방전됐다. 10시간동안 기내식을 먹고 잠만 잤는데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적인 문구도 남겨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기생충'의 제작발표회를 했는데 그리고 1년이 됐다. 다시 여기에 오게 됐다. 굉장히 기쁘다. 기분이 정말 묘하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비영어 영화 최초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영화계를 뒤흔들었다. 감독상과 갱상, 국제영화상의 영예까지 차지하며 최다 부문 수상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으로 시작된 '기생충'의 수상 퍼레이드는 오스카에서 정점을 찍었다. 피날레의 환희는 기적이었다.

봉 감독은 "후보에 오른 모든 작품이 '오스카 캠페인'을 펼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중·소배급사인 네온을 통해 캠페인을 펼쳤다. 거대 스튜디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진행했지만 대신 열정으로 뛰었다. 그말인즉슨 나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를 흘릴 일이 많았다. 열정으로 메꿨다. 정확하지 않지만 인터뷰만 600회 Q&A만 100회를 했다"며 "다른 경쟁작은 LA 시내, TV에 전면 광고를 냈지만 우리는 아이디어와 네온, CJ, 바른손이앤에이가 똘똘 뭉쳐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바쁜 창작자들이 잠시 창작의 일을 멈추고 캠페인에 참여하나', 낯설기도 했지만 반대로 5~6개월동안 진지하게 작품을 점검해보는 과정이기도 하더라"고 회상한 후 추억에 젖었다.

국내는 봉준호 신드롬으로 행복앓이 중이다. 그의 이름 석자는 삼청동자도 알 정도고, 유머와 위트넘치는 말 또한 뇌리에 콕 박혔다. 총선을 앞둔 정계를 중심으로 봉준호 생가터 복원, 박물관 건립, 동상 설치 등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봉 감독은 "나 역시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 그냥 내가 죽은 뒤에 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게 지나가리라 여기며 넘겼다.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웃었고, 취재진 사이에서도 폭소가 터졌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질문을 듣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수많은 패러디를 낳은 수상 소감에 대해서도 특유의 현란한 수사가 발동했다. 봉 감독은 "유세윤, 문세윤씨 참 천재적인 것 같다. 존경한다. 최고의 엔터테이너다"라며 치켜세운 후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편지를 보냈다. 나로서는 영광이었다. 개인적인 편지라 전부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수고했고 좀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어라. 빨리 컴백해라'고 하더라. 정말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봉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후 소감을 통해 77세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을 소환했다. "영화 공부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새겼다. 그 말은 바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이었다." 시상식장은 감동 그 자체였고, 스콜세지 감독도 감격했다. 그의 딸 프란체스카도 자신의 SNS를 통해 "아버지를 향한 감동적인 기립박수를 지켜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는 것보다 더 가슴 벅찼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외신의 질문에도 재치를 잃지 않았다. 그는 "샤론 최(통역)가 없는 상황에서 외신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럽다"며 농을 던졌다. 아카데미를 향해 '로컬 시상식'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도발은 아니다. 칸, 베니스, 베를린은 국제영화제이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 영화제임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그런 내 이야기가 SNS를 통해 번졌더라. 전략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이야기였다"며 미소지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 팀의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영화 기생충팀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소공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2.19/
칸과 오스카를 거머쥔 봉준호, 그의 시대는 이제 '기생충' 전과 후로 나뉜다. 봉 감독은 "쉬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스콜세지 감독님이 쉬지 말라고 하셨다"며 웃은 후 "지금 준비하고 있는 2편의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작품이다. 평소 하던대로 준비하고 있다. '기생충'도 나를 포함해 모든 제작진이 평소 해왔던대로 해왔던 영화지만 오늘날 이런 결과를 얻었다. 늘 정성스레 만든 영화였고 그 기조가 다음 차기작에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 감독의 변함없는 소신에 한국 영화의 새로운 100년은 '쾌청'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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