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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안녕 드라큘라'가 마지막까지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소정을 만난 미영은 상자를 집으로 보낸 무례를 탓했다. "안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알게 됐을 수도 있다고" 말한 미영. 소정은 미영에게 "알기 싫고 인정하기도 싫은데 제가 보내서 화가 나신 건 아니고요?"라고 되받아쳤지만, 미영에게 딸이 여자를 좋아한다는 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미영은 다만 마음 아파하는 안나를 두고 볼 수 없었고, 눈앞에 놓인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하지만 미영이 소정을 만났다는 사실은 안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결국 참았던 감정이 폭발한 안나. 그날 밤, 안나는 생에 처음으로 크게 화를 냈고, 두 모녀는 눈물을 흘렸다. 비로소 서로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 엄마와 딸. 언제든 닿을 거리에 있었지만, 진심을 외면한 채 상처를 줬던 안나와 미영은 먼 곳에 도착해서야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다.
연습실 임대료라도 내기 위해 브라이덜 샤워에서 공연하기로 한 서연은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이벤트 장소에 도착한 서연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치고 말았다. 바로 '12월의 징크스'를 안겨주었던 전남친 상우(지일주 분)를 만난 것이다. 상우가 양다리를 걸쳤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서연은 분노가 치밀어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상우는 뻔뻔하게도 도와달라며 붙잡았다. 결국 상우와 약혼녀를 위해 노래하게 된 서연. 여기까지가 끝이면 좋으련만, 상우는 마지막까지 서연의 인생을 평가했다. 그런 상우 덕분에 서연은 자신의 진짜 길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난 음악이 대단하고 중요해. 멋있고, 앞으로도 이거 할 거야. 난 개똥밭에 굴러도 음악"이라며 사이다 한 방을 시원하게 날린 서연. 마침내 그는 지긋지긋했던 '12월의 징크스'를 벗어났다.
이대로 유라와 헤어질 수 없었던 지형은 계획을 세웠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써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기로 한 것. 그러다 일이 터졌다. 아파트의 어른들은 지형과 유라의 행동에 화를 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안나, 미영과 지나가던 동네주민 서연까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지만, 지형의 엄마는 유라를 다그쳤다. 어른들의 이기심은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유라의 동네는 예정대로 재개발에 들어갔고, 두 친구는 가슴 아픈 이별을 했다. 마지막 날, 유라가 지형에게 남긴 "안녕"이라는 한 마디는 가슴을 먹먹하게 울렸다.
평범한 일상인 듯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치열한 삶의 고민들을 안은 안나, 미영, 서연, 유라, 지형의 이야기는 진짜 '우리들의 이야기' 같았기에 더욱더 깊은 공감을 선사했다. 인물들은 마음속 문제들을 대면하고 한 발짝씩 나아갔다. 방송 말미,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 안나와 미영의 모습 위로 흐른 "우리는 살면서 계속 또 다른 드라큘라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마주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비록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지라도"라는 안나의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의 마음에도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안나와 미영, 서연, 유라, 지형의 성장담은 살면서 얻게 되는 수많은 상처와 예기치 못한 일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접 그 어려운 한 걸음을 내디뎠기에 의미 있었다. 현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밀도 있는 이야기를 담아낸 '안녕 드라큘라'는 수많은 시청자에게 공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감정의 결을 그대로 담아낸 대사와 이를 세밀하게 표현해낸 연기,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의 주제로 담아낸 섬세한 연출이 함께 힘을 발하며 진정한 '힐링 드라마'를 완성했다.
anjee8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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